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정보센터

16개 경제부처가 만드는
국내 유일의 경제 정책 정보지

나라경제

발행물

칼럼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
서툴러도 괜찮아
이한철 가수 2019년 09월호


뮤지션들은 ‘완벽함’에 대한 강박이 심하다. 특히 앨범을 만들 때가 절정이다. 앨범이 세상에 발표되면 영원히 그 상태로 남기 때문이다. 음정 하나, 멜로디 한 소절, 연주 한 구간, 이 모든 게 작업과정에서 수정의 수정을 거쳐 완성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 지면을 빌어 고백하건대, 당신이 듣고 있는 음악은 끝없이 펼쳐진 수정의 바다에서 고민 끝에 건져 올린 진주다. 뮤지션들이 앨범을 낼 때마다 산고와 같았다고 말하는 것도 이 완벽함이란 강박에 대한 하소연일 것이며, 나도 여기서 늘 자유롭지 못했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을 바꾼 일이 훅 다가왔다. 2015년 ‘나우(나를 있게 하는 우리) 사회공헌네트워크’에 총감독으로 함께하게 된 것이다. 이 모임은 질병이 있어도, 장애가 있어도, 나이가 들어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자본을 예술 활동으로 만들어나가는 네트워크다. 이곳에서 가장 비중 있는 활동은 장애인, 시니어, 암 경험자 등 지역사회의 특별한 구성원들과 서로 공감하는 시간을 갖고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노래를 함께 부르는 워크숍이다.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정말 소중했다. 그들은 행복센서 성능이 정말로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별것 아닌 일에도 크게 감탄했고,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능력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래서 함께 있으면 나도 행복의 주문에 걸린 것처럼 밝고 유쾌해졌다.
하지만 몇 달간의 노래 만들기가 끝난 후, 최종목표인 앨범 작업의 순간이 다가오자 서두에서 언급한 그 완벽함에 대한 고민이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아무래도 아마추어들이라 어설플 텐데… 결과물이 안 좋으면 어떡하지?’
생애 처음으로 녹음실 부스에 들어가서 설레고 긴장된 모습으로 노래하는 나우 패밀리들과는 조금 다른 이유로 나는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녹음이 시작되자 내 걱정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노래가 완성돼 가고 있었다.
수없이 음정이 틀리고 박자가 어긋났지만, 그래서 살아 움직이는 음악이 됐다. 평가의 관점으로 음악을 듣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삐뚤빼뚤해서 더 마음이 가는 그런 음악! 어쩌면 진정한 완벽함은 서투름까지 포함된 것 아닐까?
나우에서 5년간 발표한 노래 8곡으로 나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실제로 노래를 들어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어설퍼서 더 감동적이에요.”
완벽한 꽃을 보고 싶다면 조화를 보면 되지만, 누구도 조화를 보고 완벽하다고 말하진 않는다. 살아 숨 쉬는 건 언제나 서툴고 부족한 것투성이지만 그래서 아름답다. 그러니 괜찮다. 서툴러도 괜찮다.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