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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인재를 말하다
그들이 모든 장벽을 뚫고 갈 수 있도록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장, 「일하면서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저자 2019년 09월호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의 친구 엄마들과 가끔 저녁 모임을 한다. 대부분 전업맘이지만 워킹맘인 나를 배려해 일부러 저녁으로 시간 약속을 잡아준 덕분에 낄 수 있는 귀한 자리다. 함께 이야기하고 있으면 입으로 먹고사는 내가 입 한번 뻥긋할 기회가 없을 정도로 다들 아는 것도 많고, 말도 잘한다. 다들 한때 잘나갔던 만큼, 이렇게 똑똑한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일’을 계속했더라면 우리네 직장문화와 사회 분위기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워킹맘’과 ‘경력단절맘’들을 상담하고 교육하는 것이 주된 일인지라 하루에도 수십 명의 기혼여성들을 만나게 된다. 욕심 많고 똑똑한 여성들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다 다시 일하고 싶지만 갈 곳도, 받아주는 곳도 없는 현실을 접할 때마다 참으로 안타깝다.
한 조사에 의하면 기혼여성 둘 중 한 명은 경력단절을 경험하며 이들이 다시 일자리를 얻기까지는 평균 8.4년이 걸린다고 한다. 문제는 다시 일자리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대부분 단순 노동직이고 비정규직이다 보니 오래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 개인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여성의 경력단절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2000년부터 2013년까지 195조원으로 집계되며 매년 15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났다고 한다. 앞으로 이 손실은 매년 더 커졌으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는 개인은 물론 국가 성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체감하기에는 현실적인 온도 차가 너무 크다. 직장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잦은 야근과 회식으로 아이 얼굴 보기가 힘들어 괴롭다”거나 “육아휴직을 쓰겠다는 말에 권고사직을 유도받았다”는 상담 글이 넘쳐나니 말이다.
여성의 가치와 능력을 인정하고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게 도와주는 인재들이 기업, 사회, 가정 곳곳에 있다면 능력 있는 여성들이 그동안 힘들게 쌓은 경력을 포기하면서 집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어린이집에 가는 아이를 웃으며 배웅해주고, 여유롭게 퇴근해 아이와 함께 식사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아이가 아프거나 학교 행사로 자리를 비워야 할 때 눈치 보지 않을 수 있다면, 남편과 함께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며 커피 한잔 마시고 쉴 수 있는 여유를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우리 여성인재들의 삶은 지금과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고 있다. 기업에서도 남성육아휴직을 유도할 만큼 유연해지고 있다. 또 여성의 섬세함과 공감능력, 소통능력, 창의력 등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많은 여성이 일을 포기하지 않고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강한 내면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출산과 육아’, ‘기업 내 유리천장’, ‘스스로 만들어 놓은 심리적 장벽’ 등의 거대한 장벽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마는 여성들이 다시 일어서 당당히 장벽을 뚫고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두’가 곧 대한민국의 인재이자 희망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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