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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고탄 맞춤법
아니 근데 왜들 그렇게 아니래
박태하 출판편집자, 작가 2019년 09월호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이런 게시물을 봤다. “아니 근데 한국어는 그런 의미도 전혀 없는 때에도 왜들 그렇게 아니, 아니, 거려? 헷갈리게? 으악! 이것 봐! 나도 맨 위에 그랬잖아!” 그 글을 쓴 사람이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어의 독특한 지점을 잘 잡아냈고 표현 방식도 재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그 글을 쓴 사람은 ‘아니?요’의 빈칸에 알맞은 글자를 잘 골라 쓰고 있을까? 오늘은 여기에 대해서 알아보자.
일단 원형 ‘아니다’부터 시작해보자. ‘아니고-아니며-아니니-아니어도-아니어서’처럼 활용을 하다 보면 ‘아니어’ 꼴이 눈에 쏙 들어오고, 여기다가 존댓말 어미 ‘요’를 붙여 ‘아니어요’라고 쓰면 되겠다. 그리고 이걸 줄이면 ‘아녀요’로 쓸 수도 있겠다. ‘여미다’를 ‘여미어요/여며요’로 쓰면 되듯이 말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아니여요’는 안 된다는 사실!
그런데 입말에선 어째 ‘아니어요’가 잘 나오질 않는다. 무언가 약간 간지러운 느낌이 들기 때문일까? 어쨌든 애용되는 건 ‘아니에요’ 혹은 ‘아니예요’인데, 이 중에서 ‘아니다’에 어미 ‘에요’를 붙여 활용한 ‘아니에요’는 표준 문법으로 인정이 된다. 이걸 줄인 ‘아녜요’도 쓸 수 있는 말. 또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아니예요’는 안 된다는 사실! 한눈에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아니어요 아녀요 아니에요 아녜요
×    아니여요  아니예요 

말이 나온 김에 ‘에요’에 대해 좀 더 살펴보고 가자. 이 어미는 서술격 조사 ‘이다’에도 붙을 수 있다. ‘짱이다-짱이고-짱이니-짱이어서-짱이라니까-짱이에요’처럼 말이다. 근데 이게 또 웃긴 공식이 있는데, 앞에 오는 단어의 마지막 글자가 받침이 있으면 “저는 직장인이에요”처럼 그냥 쓰면 되는 반면 받침이 없으면 “아, 그러세요? 저는 프리랜서예요”처럼 ‘예요’로 반드시 줄여 써야 한다는 것(참고로 ‘이다’에 어미 ‘어요’를 붙여 활용한 ‘이어요’와 이를 줄인 ‘여요’도 가능하다. “직장인이어요”, “프리랜서여요”). 사실 본능적으로들 잘 지키시는 맞춤법이긴 한데, 종종 ‘이예요’ 꼴이 튀어나오는 게 문제다.
‘이예요’와 ‘아니예요’는 쓰지 말도록 하자. 이런 데서까지 너무 ‘예’를 차리지 말자. 또 “제가 말예요”처럼 쓸데없이 귀여운 척하지 말고 “제가 말이에요”라고 또박또박 쓰자. 아, ‘이예요’ 꼴이 나온다고 무조건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게 “그 녀석 참 개구쟁이예요”, “그럴 나이예요” 같은 문장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우연히(?) 앞 단어의 끝 글자가 ‘이’라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주자.
아니 근데 ‘아니’에는 받침이 없으니 ‘예요’가 돼야 하는 거 아니냐고? 아니다. 그 공식은 체언 뒤에 붙은 ‘이다’를 활용할 때나 쓰지 ‘아니다’를 활용할 땐 쓰는 게 아니니 헷갈리지 말자. 아니 근데 정말 이번 달엔 아니가 너무 많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위에 큼지막하게 쓰인 ‘NO’도 많이 보이고, 아베 정부 하는 짓도 영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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