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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금 이 순간
그곳에 가을이 내려앉아 있었다
임운석 여행작가 2019년 10월호



 

20대에서 30대로 가는 길목이었다.
가을이 깊어갈 무렵, 이맘때는 항상 떠날 생각뿐이었다.
선선한 갈바람에 코트 깃을 여미고
주말 밤이면 무작정 자동차를 몰고 떠났다.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어두운 차창에 비친 젊음의 초상은 엉클어진 실타래 같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렇게 도착한 횡성의 풍수원성당,
새벽이 올 때까지 풀벌레 소리를 벗 삼아 짧은 밤을 새웠다.
여명이 돋고 태양이 기지개를 켜자, 대자연은 잠에서 깨어났다.
고색창연한 가을 색으로 물든 그곳에 청춘의 내가 있었다.
푸른 옷을 벗고 성숙의 고운 훈장을 단 고목들이 묵묵히 맞아주었다.
나이도 세월도 고목처럼 무르익어 가는 것이라고 조용히 깨우쳐주었다.
지난여름을 아쉬워하지도, 다가올 겨울을 두려워하지도 않는
가을의 향연에 감복하며 누리는 충만한 즐거움,
작지만 소중한 결실에 감사하는 소박한 기쁨,
내려놓아야 할 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겸손함,
그때 그곳에는 돌아오지 않는 청춘의 내가 있었고
오색으로 물든 가을이 내려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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