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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선의 브랜드텔링
BTS, Be The Sound 소리가 되다
염승선 「애플은 왜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텔링에 집중했을까?」 저자 2019년 10월호




2010년 한 신문에 새로운 힙합 크루 멤버를 찾는다는 기사가 게재됐다. 이미 합류가 결정된 멤버와 랩 배틀을 벌이는 형식의 오디션으로 선발하고 1년 후 데뷔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기사였다. 결성 예정의 힙합 크루 이름은 ‘방탄소년단’.
1년 후에 데뷔할 예정이라던 ‘방탄소년단’은 세월을 훌쩍 건너 3년 후 데뷔 싱글 ‘2 COOL 4 SKOOL’을 발매하고, 2013년 6월 13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 모자 퍼포먼스 등을 선보이며 멋지게 데뷔한다. 선발 당시 멤버 대부분이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시작했지만 데뷔 때는 반 이상의 멤버가 성인이 된 후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들의 데뷔는 여느 아이돌의 데뷔보다 특별할 것도 없었고 두드러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7명의 멤버로 구성된 힙합 크루 아이돌 방탄소년단은 모든 관점에서 이례적이었다. 우선 ‘힙합’과 ‘아이돌’이란 모순된 두 개념의 만남부터가 그랬다. ‘엉덩이를 흔들다’라는 말에서 유래된 힙합(hip hop)은 랩으로 ‘나’의 감정이나 생각을 가감 없이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데 반해 아이돌은 종합 엔터테이너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서로 모순된 면이 있다. 더구나 아이돌은 글로벌 진출을 위해 멤버 중 일부는 재외동포나 중국인 혹은 일본인이어야 한다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상식에도 불구하고 7명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된 것도 이례적인 것 중 하나였다.
각계에서 쏟아지는 회의적 의견과 조롱성 비판을 예상했던 것일까. ‘총알처럼 날아오는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고 당당하게 우리 음악과 가치를 지켜내겠다’라는 의미의 ‘방탄소년단’은 침착하게 천천히 그렇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메시지로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진실과 소음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방탄소년단 내면에 있는 이야기가 돼야 한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방시혁 프로듀서는 멤버들이 자신의 곡을 만들 수 있는 자율성을 주고, 연습시간을 강요하지도 생활을 통제하지도 않았다. 멤버들은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들과 함께 그들 자신의 음악을 자발적으로 만들어갔다. 자기의 이야기가 가사가 되고 마음의 소리가 곡조가 됐다.
데뷔 싱글 ‘2 COOL 4 SKOOL’에서는 학교와 편견에 맞서는 랩을 구사하고 두 번째 앨범 ‘O!RUL8,2?’의 ‘팔도강산’에서는 각자의 지역 사투리로 랩을 하고 자신들은 ‘촌놈’이라며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10대와 20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하는 방탄소년단의 솔직하고 투박한 메시지에 전 세계 10대와 20대들은 반응하기 시작한다. 방탄소년단에 대한 글로벌 팬들의 애정은 2014년 미국 LA의 작은 극장 트루바두르에서 열린 게릴라 공연에서 열광하던 200여명의 팬들과, 같은 해 열린 한국 문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KCON(Korea Convention)에서 검은 마스크와 검은 옷을 입은 공식 팬클럽 ‘아미(ARMY)’의 첫 행렬에서 확인된다.
꾸밈없는 이야기는 많은 이를 귀 기울이게 한다. 이야기를 통해 생존의 정보를 얻어온 인류는 본능적으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고 진실된 정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에 대해 아날로그와 디지털 모두를 경험한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는 진실하지 않은 정보는 소음으로 간주해 듣지 않고 지나쳐버린다. 모든 것에 진정성이 필요한 이유다.
‘촌놈’이 품고 있는 ‘꿈’을 이야기하던 방탄소년단은 3년이란 시간 동안 ‘사막’을 건너 ‘바다’에 도착해보니 그곳이 원하던 곳인지 또 다른 사막인지 모른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들은 바다로 보이는 사막을 건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 달라진 점은 그 사막을 함께하는 팬덤인 아미가 그들 곁을 지켜준다는 사실이다.

긴밀한 소통이 이끌어내는 공감

“팬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인 리더십을 가진 아티스트가 되길 원했습니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방탄소년단과 팬들의 긴밀한 소통은 그들의 손안에 있었다. 늘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는 것이 일상인 밀레니얼 세대 방탄소년단은 다듬어지지 않은 개인의 습작과 작사·작곡한 비공식 음원을 스스럼없이 공유하기도 하고 새로운 앨범이 나오기까지 메이킹, 연습장면, 녹음, 리허설 등의 과정을 영상으로 공유했다. 거기에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일상생활까지도 영상을 통해 공개했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를 통해 팬들에게 근황과 최신 뉴스를 직접 전하기도 하고,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팬들에게서 받기도 하며 팬들 곁에서 친한 친구처럼 대화했다. 인지도와 인기를 얻기 위해 의무적으로 소통한 것이 아니라 팬들과의 소통과 만남은 일상의 즐거움이었다. 이를 통해 만나는 팬 하나하나가 귀하고 소중했기에 그들 앞에 섰을 때 혼신의 힘을 다해 무대를 장악했다.
팬들은 좁혀진 거리만큼 가까워졌고 끈끈해졌다. 방탄소년단이 무료로 공유한 모든 콘텐츠를 자신의 채널을 통해 재확산했고, 뮤직비디오가 없는 곡에 공유된 영상을 편집해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등 재가공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했다. 방탄소년단을 음해하면 백서(white paper)를 써서라도 진실을 밝혔다. 방탄소년단이 ‘나’이고 ‘우리’이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사람과의 긴밀한 소통으로 가까워지면 브랜드 관계(brand relationship)에 의해 사람들은 브랜드에 대한 이해의 폭이 커지고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의 크기도 넓어져 쉽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브랜드를 사랑하게 된다.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단점도 그들에겐 더 이상 단점이 아닐뿐더러 브랜드 정체성의 하나로 간주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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