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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
말에 반응하는 귀여운 캐릭터로 10대 취향 저격한 ‘플레이키보드’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2019년 10월호


10대를 겨냥한 ‘플레이키보드’라는 스마트폰 키보드앱이 있다. 안드로이드폰에 이 앱을 설치하면 키보드 안에 귀여운 캐릭터가 나타난다. 내가 좋다고 하면 같이 기뻐해주고 내가 힘들다고 하면 같이 슬퍼해준다. 타이핑하는 말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재미있는 앱이다.
“10대들은 자판을 다 외우기 때문에 자판을 잘 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귀여운 캐릭터가 잘 보이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런 톡톡 튀는 앱을 만든 안서형 비트바이트 대표는 이제 겨우 22세다. 그런데 벌써 5년 차 창업자다. 말과 행동거지에서 성숙한 창업자의 신중함과 진지함을 느낄 수 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일찍 창업할 수 있었을까. 그의 창업 스토리를 들어봤다.

10대들 비속어 사용 줄이는 키보드앱으로 고1 때 공모전 수상
시작은 안 대표가 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 막 입학한 2014년 3월이었다. 삼성전자에서 개최하는 투모로우 솔루션이라는 사회공헌 아이디어 공모전을 알리는 포스터를 보던 친구가 복도에서 그를 불러 세웠다. “너 이거 한번 같이 해보지 않을래?” 1등 상금은 1천만원에 프로젝트 지원금도 4천만원이 될 정도로 상금이 엄청났다. 솔직히 상금이 탐나서 5명이 뭉쳐 지원해보기로 했다.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10대와 관련된 사회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해결해보는 것’으로 정했다. 세상에 어떤 문제가 있을까….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그러다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욕설 사용이 문제이며 스마트폰과 SNS의 대중화로 온라인에서 욕설이 더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문제를 해결해보기로 했다! 언어생활을 바르게 할 수 있는 스마트폰 키보드앱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비속어를 쓸 때마다 바른 말로 바꿔주고 좋은 말을 쓰면 포인트를 주는 건 어떨까? 좋은 말 쓰는 사람 랭킹도 만들자! 이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공모전에 응모하기로 했다.
하지만 고1 학생들이 소프트웨어 코딩을 잘할 리 만무했다.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다 같이 코딩을 열심히 공부하도록 이끌었다. 단기 프로젝트로 문제를 해결하는 해커톤 이벤트에도 많이 나갔다. 덕분에 실력이 쑥쑥 늘었다. 이렇게 해서 ‘바른말 키패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공모전 아이디어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300만원의 상금과 1천만원의 프로젝트 실행지원금도 받았다. 2015년에 정식으로 바른말 키패드 1.0 버전을 발표했다. 의외로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단숨에 5만명이 다운받았고 언론에도 많이 소개됐다. 그해 공모전 임팩트 부문에 도전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안 대표는 키보드앱을 가지고도 사업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식으로 창업하고 싶었다. 팀원들을 설득해봤지만 우선 대학에 가야 한다며 동의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고교 3학년 초에 집 주소로 혼자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비트바이트를 정식 회사로 설립한 것이다. “회사를 설립하려니 미성년자라고 따로 부모동의서를 받아가야 하더라고요. 다행히 부모님도 흔쾌히 동의해주셨습니다.” 회사운영과 입시를 병행하면서 2017년 국민대 소프트웨어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사업에 뜻이 있어 일단 휴학하고 일에 집중하고 있다.
창업하고 나서는 키보드앱으로 수익을 낼 방법을 골똘히 생각하게 됐다. 항상 다양한 아이디어를 궁리하다가 키보드와 결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실행해봤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이모티콘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쓴 글에 반응해서 움직이는 캐릭터가 있는 귀여운 키보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아이디어는 심상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위에 이야기하고 반응을 살핀 다음 특허를 출원하고 플레이키보드라는 이름으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말에 반응하는 캐릭터가 10대들에게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18년 1월 안드로이드앱으로 출시한 것이 플레이키보드다. 초반에는 반응이 미미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성장에 가속도가 붙어 지금은 100만 다운로드를 넘어 순항 중이다.
하지만 회사운영을 혼자서 할 수는 없는 법. 고교 때 같이했던 친구들은 모두 대학으로, 군대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비트바이트 초기 멤버는 안 대표 혼자다. 처음에는 대학 친구, 고등학교 선배 등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고 스타트업 채용사이트에 구인광고를 올려 추가 인원을 뽑았다. 초기 운영자금은 앱·콘텐츠 창업 정부지원 프로그램인 스마트창작터 사업을 통해 충당했다. 그리고 계속 투자자들을 만나 투자 유치를 시도하다가 유명 엑셀러레이터인 스파크랩스에서 초기 투자를 받게 됐다.
하지만 수익모델이 계속 고민이었다. “키보드앱으로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반복해서 들은 말이 있습니다. 키보드앱으로 어떻게 돈을 버냐. 사업성이 없다.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이런 것 하지 마라. 정신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으니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바른말 키패드 때부터 3년간 키보드앱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안 대표는 누구보다도 키보드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키보드앱은 한번 설치해두면 다른 앱을 사용할 때 계속 사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하루 실행횟수도 가장 많고 사용자들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앱이죠. 그래서 저는 수익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안 될 것이라는 말을 들어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내년 1천만 다운로드, 매출 110억원 목표
이제는 다양한 캐릭터를 유료 판매하는 스토어와 리워드광고 모델까지 붙여 제법 매출이 나오기 시작했다. 흑자 전환도 머지않아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지난 7월 스파크랩스 데모데이에서 안 대표는 일본어, 중국어 등 다국어 버전을 준비하고 아이폰 버전도 출시해 2020년까지 1천만 다운로드를 달성하고 매출도 110억원을 올릴 것이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신기한 것이 해외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현재 사용자의 30%는 해외에서 오고 있습니다. 해외시장이 가능성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에 110억원 매출 달성은 불가능하지 않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지난해에도 100만 다운로드는 불가능해 보였던 목표였습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이 저희 조직의 핵심 가치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군대 문제에 관해 물어봤다. “군대는 먼 미래입니다. 가능할 때까지 계속 연기하고 사업을 마무리하고 갈 생각입니다. 저는 걱정하지 않는데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다른 걱정이 많습니다.” 무슨 걱정이냐고 물어봤다. “사람에 대한 걱정, 사업에 대한 걱정, 성장에 대한 걱정…. 그 걱정만 있습니다.”
세상의 문제를 풀기 위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습관,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에 대한 도전의식, 성장에 대한 욕심, 22세의 어린 안 대표에게서 기업가정신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설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해도 된다. 그 과정을 통해 그는 크게 성장할 것이다. 이런 젊은 창업인재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미래는 밝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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