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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불편을 부르는 에고에고, 에코라이프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의 자유
고금숙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활동가 2019년 11월호


올해 11월 29일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 매년 11월 추수감사절 다음날)’이다. 이날을 만든 장본인은 놀랍게도 광고업계 종사자 테드 데이브(Ted Dave)인데, 자신이 만든 광고가 끊임없이 물건을 소비하게 하는 것을 막고 싶었다나 뭐라나. 그가 11월 끝 무렵에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정한 이유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선물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단 하루라도 ‘사는(buy)’ 물건은 잊고 ‘사는(live)’ 순간을 오롯이 느끼자는 취지다. 이날 반소비주의자들은 신용카드를 잘라 기타 초크를 만들고, 구멍 난 고무장갑을 재활용해 ‘신용카드 콘돔’을 만들어 카드에 씌운다. 소비로 위로 받지 않기, 손으로 사부작사부작 뭔가를 만들거나 수리하기, 서로 안부를 묻고 음식을 나눠 먹기 등 이날을 특별하게 보내는 방법이 buynothingday.org에 올라온다. 경험자들은 삶을 거추장스럽게 만드는 물건을 놓음으로써 생활비와 체중이 줄고 존재로서 충만해지는 삶을 ‘간증’한다. 말하자면 “덧셈은 시시하다. 뺄셈은 짜릿하다”랄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은 몇 개나 될까? 몽골은 300개, 일본은 6천개, 그리고 독일은 1만개쯤 된다. 지금까지 성공한 삶이란 더 좋은 ‘1만개’를 채우기 위해 인생을 내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 내리막 세상에서 다른 삶의 방식을 찾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동일본 지진 때 해일에 휩쓸려가는 집과 물건을 보며 소유에의 욕망을 내려놓는 사람들이 극적으로 늘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는 것, 죽고 나서 트럭 3대 분의 쓰레기를 남기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것, 사람들은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좋든 싫든 저성장 아래 소유보다는 공유, 과시보다는 관계를 존재의 이유로 삼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지구도 숨통이 트이니까. 방법은 간단하다.


• 가능한 한 새 물건을 사지 않는다. 소비 대신 다른 즐거움을 찾아보자.
• 1+1이나 사은품이 딸린 제품, 필요하지 않은 프로모션용 공짜 선물은 거절한다.
• 2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물건을 과감히 정리한다. 분리수거함 옆에 ‘물건 다이어트’ 상자를 마련해놓고 청소 때마다 분리배출하듯 안 쓰는 물건을 내놓는다. 정리의 달인 곤도 마리에 선생 왈, “물건을 만졌을 때 더 이상 설레지 않으면 버리세요”.
• 필요한 물건은 사회관계망서비스, 지인 등 관계를 통해 구한다. 물건이 흔한 시대라 쉽게 구할 수 있다. 나는 이사 때 필요한 물건 목록을 돌리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으로 기증해달라 했다. 소파, 탁자부터 뒤집개와 행주까지 온갖 살림이 굴러들어 왔다. 지금껏 잘 쓰고 있다. 고마워 친구들아!
• 쓸쓸해서 돈을 쓰고 싶은 ‘쓸쓸 비용’은 아름다운 가게, 굿윌스토어, 마켓인유 같은 중고가게나 재활용 업체, 사회적 기업에서 소비한다.
• ‘물건 총량제’를 적용한다. 한 가지 물건이 들어오면 사용하지 않는 한 가지 물건을 정리해서 소유한 물건의 총량을 유지한다. 미니멀 라이프 하겠다고 플라스틱 수납함 10개씩 사는 일은 하지 말자는 뜻이다.


내놓은 물건은 어떻게 처분할까. 다른 사람이 사용할 만한 상태라면 의류는 아름다운가게, 굿윌스토어, 옷캔, 열린옷장 등에, 책은 국립중앙도서관 책다모아와 책나눔운동본부에, 장난감은 녹색장난감도서관에, 중고가전은 빅이슈에, 반려동물 물품은 유기동물보호소에, 식품 및 생활용품은 전국푸드뱅크에 기증한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위한 행동요령은 간단하지만, 실은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소비하지 않고도 즐거움을 느끼려면 더 음미하고 더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우리는 너무 바쁘고 너무 빠르게 산다. 흠… 먼저 11월 29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 때리는 시간을 마련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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