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정보센터

16개 경제부처가 만드는
국내 유일의 경제 정책 정보지

나라경제

발행물

칼럼

글로벌 비즈니스 리포트
자본주의 색채 가미 중인 스웨덴의 러브콜
최병훈 KOTRA 스웨덴 스톡홀름무역관장 2019년 11월호


스테판 뢰벤 총리가 이끄는 스웨덴 관민사절단이 오는 12월 우리나라를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스웨덴 국왕의 국빈초청으로 현지를 방문한 우리 정상과 고위급 사절단에 대한 화답 성격이다.
스웨덴은 바이킹의 후예들이다. 남한의 4.5배에 달하는 광활한 영토를 보유하고 있지만 척박한 기후와 적은 인구 탓에 자급자족이 여의치 않았다. 지금도 스웨덴에서 유통되는 농산물의 대다수는 외국산으로 충당되고 있다.
하지만 1900년대 들어 풍부한 자원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산업화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오늘날 북유럽의 제조업 강국으로 우뚝 서게 된다. 인구 1천만의 협소한 내수시장에도 불구하고 볼보 등 세계 유수 자동차 3사를 비롯해 에릭슨(통신장비), ABB(기계) 등 글로벌 기업 30여개사를 보유하고 있고, 스포티파이(음원스트리밍)와 킹(게임) 등 유니콘 스타트업 6개사를 배출하며 명실상부한 북유럽의 스타트업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제조업은 GDP의 22%와 수출의 70%를 점유하는 스웨덴경제의 버팀목이다.

30%였던 법인세를 21.4%까지 인하…2021년부터는 20.6%로
여의치 않은 환경에도 북유럽의 유토피아 국가를 건설한 스웨덴의 비결은 화합에 뿌리를 두고 있다. 1880년대에 일부 귀족층이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을 국민 모두와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55년에 걸친 내분 끝에 1933년 사회민주당이 집권한 것을 계기로 오늘날의 지상낙원 스웨덴의 면모를 갖추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기득권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은 중산층이 두터운 스웨덴을 만든 경쟁력의 원천이다. 스웨덴은 ‘우리 모두 다 같이 함께한다’는 범국민적 연대의식을 기초로 ‘무분규 상생 노사관계’와 ‘보편적 복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남녀평등도 남성들이 여성들의 유리천장 밀어올리기를 적극 수용함으로써 구현할 수 있었다. 장관의 50%, 국회의원의 44%가 여성이다.
1인당 GDP가 5만4천달러를 상회하는 근로자의 천국인 스웨덴에는 평화적인 차원의 노사분쟁도 보기 힘들다. 혹자는 최저임금제도가 잘 정착된 탓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스웨덴에는 최저임금제도가 없다.
이처럼 완벽해 보이는 스웨덴의 시스템도 글로벌 경기부진에 직면해 과거엔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국면을 마주하고 있다. 국민차로 일컬어지던 볼보가 1999년 매각된 데 이어 같은 해에 의약품 제조사인 아스트라가 영국 제네카에 합병되고 2002년에는 조선산업의 몰락으로 ‘말뫼의 눈물’을 겪게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2000년대 들어 스웨덴 정부는 자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 100여년간 유지해온 사회민주주의 시스템에 자본주의 색채를 가미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2005년 상속세와 증여세 폐지에 이어 2007년에는 부유세마저 폐지했다. 2013년에 법인세를 30%에서 22%로 대폭 낮춘 데 이어 2019년에는 21.4%로 내렸고, 2021년부터는 20.6%로 인하한다. 2020년에는 최고 소득세율도 55%에서 50%로 낮춘다. 그간 국영으로만 운영돼온 의료 분야와 접종센터 등 민간에 대한 문호 개방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다. 그간 스웨덴 정부는 사회민주주의의 핵심 키워드인 연대 실현을 위해 상류층과 기업에 과도한 수준으로 세금을 부과해 확보한 재원을 사회적 약자계층에 골고루 분배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성과연동시스템 미비에 따른 동기부여 부재로 일부 부유층과 고소득층, 고급인력의 타국 이민이 이어지면서 국가 전반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하락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자 이를 바로잡기 위한 선택지로 자본주의적 요소를 정책에 가미한 것으로 해석된다. 상류층과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 경감을 통한 동기부여로 경제활성화를 실현하고 낙수효과를 통해 세수원인 모집단의 파이 확대를 도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재원 확충에 접근하는 선순환 방식이다.
스웨덴은 한국전 발발 당시 대규모 의료진을 파견해 적십자 야전병원 운영을 주도했고 나아가 국군통합병원 설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 고마운 국가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의 후예답게 발명 왕국이라는 명성도 보유하고 있다. 초음파, GPS, 3점식 자동차 안전벨트, 지퍼, 안전성냥 등이 스웨덴에서 나온 발명품이다. 발명친화 DNA에 힘입어 스웨덴은 지금도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독창적이고 다양한 이론과 방법 개발을 통해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상호 보완적 산업구조로 한·스웨덴 경협 확대 가능성 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와의 수교 60주년을 계기로 스웨덴이 상호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협 확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스웨덴의 외국정상 국빈초청이 1년에 두 차례에 국한됨을 감안할 때 지난 6월 우리 정상에 대한 국빈초청은 수교 60주년이라는 상징성만으로는 실현되기가 쉽지 않은 것임을 감지할 수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뢰벤 총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지난 60년간 양국 경협관계는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다소 제한적이었다. 2018년 우리나라와 스웨덴의 교역 규모는 38억달러(한국 수출 18억달러, 수입 20억달러)로 스웨덴은 우리의 수출 51위, 수입 37위국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스웨덴 입장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수출 20위, 수입 27위국이다. 이런 차이는 우리 기업의 스웨덴 진출 접근방식이 수출 일변도로 진행돼온 반면 스웨덴 기업들은 한국을 생산과 물류, 판매거점 등을 구축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접근한 까닭이다. 스웨덴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12개사밖에 안되는 반면 우리나라에 진출한 스웨덴 기업은 120개사에 달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다행히 최근 들어 우리 기업의 제3국 생산 자동차와 가전, 그리고 여타 유럽국을 통해 반입되는 상품 규모가 증가 추세로 15억달러 내외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우리 대표 수출상품인 휴대폰(40%)과 TV(80%), 타이어(10%), 자동차(8.7%) 등의 현지 시장점유율도 확산 일로에 있다. 또한 현지 법인 설립과 M&A, 기술협력 방안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진행하는 국내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양국의 경제협력 확대 가능성과 고도화 전망은 매우 밝다. 양국이 전형적인 상호 보완적 산업구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소한 내수시장 극복을 위해 가치사슬 전반을 글로벌 밸류체인으로 구성해온 스웨덴과 자급자족 시스템 위주로 가치사슬을 구축해온 우리 기업의 수직적, 수평적, 이업종 간 산업협력은 상호 시너지효과 창출을 통한 상생협력 모델 구축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간주된다.
12월 중순 스웨덴 관민사절단의 방한은 지난 6월 상호합의한 과학기술협력을 필두로 다방면에 걸쳐 양국 간 상생형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실현을 도모하는 촉매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