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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석의 신기술 토크
긱경제, 공유경제의 빛과 그림자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 2019년 12월호

최근 공유경제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법적 근로자 지위와 일자리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동력을 공유하는 공유경제 서비스를 논할 때 흔히 ‘긱경제(gig economy)’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원래 ‘긱’은 무대 공연을 뜻하는 말로, 공연을 위해 필요한 연주자들을 공연장 근처에서 임시로 섭외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공유경제에서는 노동이 긱으로 변했다는 의미에서 긱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배달부터 전문가 서비스까지,
노동력 공유 서비스 성장세

공유경제에서 공유되는 자산의 종류에는 물리적인 실체가 존재하는 유형의 물적 자산뿐만 아니라 무형의 인적 자산도 포함된다. 현실에서 물적 자산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많은 낭비가 발생하고 있듯이 마찬가지로 인적 자산도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개인이 자신의 전문성이나 노동력을 등록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러한 인적 자산을 빌려서 이용하는 공유경제 서비스를 해외에서는 ‘전문가 서비스(professional services)’라고 하며 국내에서는 ‘공유노동 서비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썸택(Thumbtack)’은 미국에서 인기 있는 전문가 서비스 중 하나다. 주택 수리, 인테리어 등 각종 작업을 비롯해 마술사, 배관공, 정원사, 요리사, 작가 등 무려 1천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전문가와 이를 필요로 하는 사용자를 연결해준다. 썸택과 유사한 국내 서비스로는 ‘크몽’, ‘숨고’, ‘오투잡’ 등이 있으며 해외와 마찬가지로 국내 시장 또한 계속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썸택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면, ‘태스크래빗(TaskRabbit)’은 가구 조립, 짐 나르기, 화장실 청소 등 단순 노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태스크래빗은 2017년 9월 이케아(IKEA)에 인수됐는데 인수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포스트메이츠(Postmates)’는 미국 내 약 250개 도시에서 공유경제 기반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포스트메이츠를 통해 고객은 레스토랑의 음식이나 상점의 물품에 대해 주문형 배송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같은 고객의 요청을 수락하고 음식이나 물품을 배달하는 사람을 포스트메이트(Postmate)라고 하며 35만명 이상이 일하고 있다.
배달과 관련된 일은 공유경제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배민라이더스’와 ‘배민커넥트’, 쿠팡의 일반인 배송 ‘쿠팡플렉스’,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요기요플러스 라이더’(푸드플라이 라이더라고도 함), 배송기사 4만명을 확보하고 지난 9월 누적 배달 건수 1억건을 돌파한 스타트업 ‘바로고’ 등 음식배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배달대행이 이뤄지고 있다. 바로고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로부터 2018년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일자리 선택과 노동시간에서 높은 유연성 vs 정식 고용에 따른 부담 회피
긱경제는 주로 노동력을 거래하는 공유경제 서비스의 어두운 측면을 논할 때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긱경제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썸택, 태스크래빗 등과 같은 인적 자산 기반의 공유경제 서비스에 참여한 노동력 제공자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기업과 정식으로 직접고용 계약을 맺고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긱경제에서 노동력 제공자는 자신이 일하고 싶은 시간에 일하고 일한 만큼 돈을 버는데, 이를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면 개인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일자리 선택 및 노동시간의 유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이 긱경제 찬성론자들의 관점이다. 반면 긱경제 반대론자들은 이는 결국 기업이 사람들을 싼값에 이용하면서 정식 고용에 따르는 모든 부담 및 세금을 회피하는 것에 불과하며 나쁜 일자리를 확산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
공유경제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가 특정 서비스에 속해 그 서비스만을 위해 전업으로 일하는가, 아니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가, 또는 전업으로 일하더라도 여러 서비스들을 오가면서 일하는가에 따라 노동의 성격이 구분된다. 예를 들어 만일 어떤 사람이 특정 서비스만을 위해 전업으로 일하고 서비스업체로부터 관리와 통제를 받는다면 그 사람은 직접 고용된 근로자와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1월 초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자회사에서 일하는 배달기사 5명이 제기한 임금체불 및 계약변경 관련 진정에서 이들을 고용된 근로자로 판단한다고 발표했다. 노동청이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한 근거는 임금을 고정급으로 지급한 것, 회사 소유 오토바이를 무상 대여하고 유류비도 회사가 부담한 것,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를 회사가 지정하고 출퇴근을 관리한 것 등이었다.
이런 식으로 업무 지휘 감독, 출퇴근 관리를 회사가 하는 형태는 긱경제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긱경제에서는 개인 스스로 자신이 일할 서비스, 시간, 장소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최소한 선택하지 않을 자유가 있어야 한다. 실제로 해외의 많은 공유경제 서비스에서는 개인이 일할 시간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르는 불이익이 없다.
공유경제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유경제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들과 공유경제 기업 간의 새로운 고용관계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관련 법·제도, 정부 정책이 미비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러한 새로운 고용관계에 대한 전면적인 연구와 대비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공유경제시장은 급속히 커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커다란 사회적 혼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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