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모바일 대메뉴명

KDI 경제정보센터

16개 경제부처가 만드는
국내 유일의 경제 정책 정보지

나라경제

발행물

칼럼

전문가 기고
정책지원 후 AS로 추가애로까지 해소
성창훈 기획재정부 일본수출규제대응TF 실무지원반 국장 2019년 12월호


지난 10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수출규제 100일이 지났는데 대체로 무난하게 대처해왔다”라고 일본 수출규제 대응 정책을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했다. 왜 이런 평가를 했는지 생각해보면 일본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생산 차질이라는 직접적 피해가 없고, 국산화와 대체수입처 발굴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지난 7월 2일 일본이 수출규제를 발표한 이후 우선 기업의 단기적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민관합동의 소재부품 수급대응 지원센터(7월 22일)를 가동했다. 이를 통해 대체수입처 발굴, 신속 통관 등과 함께 화학물질 인허가에 대한 패스트트랙 도입과 특별연장근로 허용 등 국산화를 위한 국내 생산시설의 확충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분쟁을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하기 위해 100+α개의 핵심품목에 대해 집중 연구개발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소재·부품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경제부총리 주재의 관계장관회의를 매주 개최해 주요 의사결정과 집행상황을 점검하는 등 시스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원 후 기업 방문 처음 시도
통상적으로 정부정책은 시간상 제약 등으로 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지원하는 데서 끝난다. 그러나 일본 수출규제 대응 정책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원받은 기업의 현장을 방문해 ①지원내용이 적절한지, ②지원받는 과정에서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③추가적 애로사항은 없는지 확인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했는데, 이 또한 이번 정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정책지원을 받은 기업에 대한 AS와 피드백을 위한 현장방문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9월과 10월에 신속통관, 공장 신증설, 자금지원 등을 받는 기업을 방문했는데, 예상과 달리 많은 추가 애로사항을 파악했고 이를 부처 합동으로 개선했다. 
먼저, 일본 수출규제 3대 품목인 고순도 불화수소 양산시설의 건설과 관련해 특별연장근로(주 52시간→68시간, 3개월) 인가를 받은 기업의 추가건의다. 특별연장근로가 3개월 단위로 인정돼 많은 도움이 되고 있으나, 최대 몇 회까지 추가적으로 연장될지 알 수 없어 향후 계획 수립이 어렵다는 애로였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최장 3개월 범위 내에서 허용하고 있으며 불가피한 경우에는 재신청이 가능하다는 답을 해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둘째, 화학물질 취급시설 인허가 기간 단축(75일→30일)을 받은 기업의 추가건의다. 삼성전자 등 수요기업은 3대 규제품목 외의 일본 수입 주요 품목에 대해서도 일본 리스크 분산을 위해 국산화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들 품목(예: DCS, C4F8)에 대해서도 국산화를 위한 설비 증설의 경우 화학물질 패스트트랙 인허가 대상에 포함해줄 것을 요청했다. 환경부는 이들 품목이 수급위험 대응물질에 해당하면 가능하다고 회신했다. 또한 기업이 규제품목(불산) 수입처를 일본에서 대만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관계기관에 협조를 요청해 인허가 기간을 단축받았는데[유독물질 수입신고(2일→익일), 화학물질 등록절차(30일→15일)] 이의 제도화를 요청했다.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 화학물질안전원 등 관계기관에 인허가 신청접수 시 신속처리하도록 공문을 발송해 이미 조치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셋째, 관세청 고시 유권해석을 통해 보세공장에 반입된 시설재 수입신고 기한을 30일에서 1년으로 연장받은 기업이 이의 제도화를 요청했는데, 관세청은 내년에 ‘보세공장운영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해당 수입신고 기한의 연장을 제도화할 계획임을 설명해줬다.

의미 있는 정책건의 발굴·해소 성과
넷째, 지난 7월 이후 일본 수출규제 품목의 국산화를 위해 연구개발하고 있는 기업은 올해 투입된 연구개발비에 대해서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2019년 세법 개정안의 소급적용 필요성을 건의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에 2019년 세법 개정안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때 시행시기 소급적용을 검토할 계획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다섯째, 일본 수출규제와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한 기업은 트레일러로 이동하는 대형 사이즈 가스충전용기(ISO 튜브)의 경우 실외보관을 허용해줄 것을 건의했다. 현행 법규(「고압가스안전관리법」 시행규칙)는 가스충전용기는 항상 40°C 이하를 유지하고 직사광선을 받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실내보관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최근 가스충전용기의 대형화(40피트, 20피트)로 인해 실내보관을 위한 공간 확보에 애로가 있다는 건의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가스공사와 협의해 천막, 외관벽 그늘 등을 이용해 온도 유지와 직사광선 회피 등 안전 유지 기준을 준수할 경우 튜브 등 충전용기를 실외에서 보관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수도권에 화학물질R&D센터 설립, 3대 규제품목 외의 소재개발에도 특별연장근로 허용, 기존 화학물질 취급시설의 「화학물질관리법」 적용 유예기간(현재 2019년 12월) 연장 등의 건의에 대해서는 수도권 집중,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의 취지, 주민안전 등의 문제가 있어 시간을 갖고 추가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자동화 설비와 로봇 부품을 생산하는 한 기업은 국내 로봇 오퍼레이터가 공급부족이라 고용수요가 많고 비전공자라도 6개월 정도 교육을 받으면 로봇 오퍼레이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업은 사내에 학교를 설립해 로봇 오퍼레이터를 양성할 계획이었으나 다양한 규제로 포기했다면서 현장에서 보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 이를 못 살리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 또한 유망직종 발굴과 사내 학교의 규제개선 차원에서 챙겨야 할 과제다.
‘우문현답’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원뜻은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현명한 답’이라는 의미지만 정책에서는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최근 들어 장차관 등 정책결정자의 현장방문이 빈번하고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정책 추진과정에서 애로를 제기하는 기업의 경우엔 애로확인 차원에서 방문을 하지만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에 대해 애로건의도 없었는데 AS 차원에서 방문해 추가애로를 확인하는 것은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큰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정부 입장에서는 의미 있는 정책건의를 많이 발굴해 해결했고,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작은 변화에 감동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과도한 일본 의존을 완화하는 한편 우리 산업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 정책이 성공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애로기업 지원을 시작으로 지원 후의 AS까지 전 주기를 통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더 나아가 많은 정부정책들을 지원 후까지 AS하고 기업들의 피드백을 받아 정책에 다시 반영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