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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불편을 부르는 에고에고, 에코라이프
메리 ‘그린green’ 크리스마스!
고금숙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활동가 2019년 12월호



누구도 배척하지 않고 평등하게 즐길 수 있는 명절이 있을까? 취업 준비생과 비혼의 신상을 털고 ‘며느리 잔혹사’가 벌어지는 민족 대명절은 결코 아니올시다. (‘중년 비혼’인 나의 명절 소원은 귀향 말고 서울 칩거다.) 젊은 세대가 말하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평등한 명절(?)은 할로윈이고, ‘솔로 지옥 커플 천국’ 부분만 빼면 크리스마스가 그 다음이다. 하지만 그날에는 나무에 인공조명을 똘똘 감아놓고 코스튬과 선물 포장재가 우수수 버려진다. 단 하루를 위해서. 결국 파티는 끝나고 쓰레기를 치우는 일상이 도돌이표 된다.
‘그린 크리스마스’는 소복한 눈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대비되는, 눈이 오지 않는 평범한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단어였다. 그러나 흥청망청 ‘지름신’으로 점철된 명절 대신 서로의 마음과 지구를 돌보는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단어로 ‘업사이클링’ 됐다. 일상적이고도 평범한 그린 크리스마스는 이제 대안을 실천하는 일상이 담긴 뜻깊은 날이다. 결국 우리는 하루뿐인 특별한 날이 아니라 일상이 연거푸 이어지는 어여쁠 것 없고 밋밋해 보이는 하루하루의 날들을 살아가니까.
명품 브랜드 셀린느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에디 슬리먼은 “제품을 고급으로 만드는 시대는 끝났고, 진정한 럭셔리는 사생활이다”라는 어록을 남겼다. 추석과 설처럼 가족의 의무를 지켜야 하는 공적인 명절과 달리 크리스마스 같은 사적인 명절에는 내 마음껏 럭셔리한 사생활을 보낼 수 있다. 즉 시간과 정성을 들여 그날 자신과 주변을 소중히 대접한다. 본디 명절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끼리 사랑과 고마움을 전하는 다정한 날이다.
아래에선 그린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을 소개한다. 물건보다 서로의 온기와 시간, 경험을 함께 나누며 그 기억을 차곡차곡 관계로 저금한다. 실제 통장에 든 돈도 아낄 수 있다.


 외식보다 ‘집밥’!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장을 보고 요리해 소박하고 따뜻한 밥상을 차린다. 혹은 각자 한 가지씩 음식을 가져와 나눠 먹는 ‘포트럭(potluck)’ 파티를 한다. 이때 전깃불을 끄고 촛불을 켠다. 크리스마스 밤의 완성은 촛불!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와 컵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릇이 부족할 경우 미리 자기 식기와 텀블러를 지참할 것을 알리고, 설거지는 원칙적으로 셀프다. 일회용 사용이 불가피할 경우 생분해성 식기(쌀빨대, 야자수·낙엽·코코넛잎 접시 등)를 사용한다.
하루만 사용할 장식품 대신 해마다 쓸 수 있는 다회용 파티용품을 사용한다. 이때 건강과 환경을 해치고 재활용도 되지 않는 PVC 플라스틱 소품은 선택하지 않는다.
 얼굴이나 몸에 뿌리는 반짝이(글리터)의 경우 페트 소재의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다. 천연 운모로 만들어진 친환경 반짝이를 사용하거나 반짝이 대신 다른 방식으로 꾸민다.
 새로 산 선물 대신 자기가 직접 만든 것이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처분하기 아까운 좋은 물건을 가져와 나눈다. 물건이 사연을 담고 오래도록 관계를 맴돌며 그 물건을 선물한 사람을 기억하게 한다.
 카드를 사는 대신 잡지와 이면지를 활용해 직접 만든 편지지에 손편지를 쓴다.
 새로 선물을 살 경우 공정무역 제품, 재활용 제품, 사회적기업 제품 등 사회적 가치를 담은 선물을 준비한다.
 나눔과 기부를 선물한다. 선물받는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를 다루는 단체나 기관에 그 사람 이름으로 기증한다. 연말 소득공제도 가능하다[서울그린트러스트(greentrust.or.kr): 서울숲, 서울어린이대공원에 기부자가 지정한 이름이 새겨진 공원 벤치를 세워준다]. 
쓰지 않는 보자기와 천을 재활용해 선물을 포장한다(인터넷에 보자기 예쁘게 접는 방법들이 나와 있다). 낙엽이나 솔방울 등의 소재를 사용해 장식한다.
 선물 대신 시간과 체험을 나눈다. 다함께 모여 무엇인가를 만들어 나눠 갖는다.  

나는 크리스마스처럼 여러 명이 모일 때 혼자 만들기에는 번거로운 물건과 음식을 함께 만든다. 혼자 하면 귀찮은 일이지만 같이 하면 손이 많아 나 혼자 다하지 않아도 수다 떨며 하하호호 하는 동안 뭔가가 짝, 완성된다. 가령 밀랍초나 콩초, 천연비누는 미리 재료만 준비하면 쉽게 만들 수 있고 필요한 도구도 서로 채울 수 있다. 크리스마스 밤에 친구들과 함께 채식 만두를 빚어 같이 먹고 남은 것을 각자 용기에 담아 간 적도 있다. 냉동실에 얼려두다 한참 후 꺼내 먹으며 그린 크리스마스와 친구들을 떠올렸다. 구입한 만두보다 맛있지 않은 만두, 찌그러진 비누를 만들 때도 있다. 뭐 어때. 충분히 즐거운 사생활을 누린 기분이었으니까. 외롭지 않게 모여 사부작사부작 그린 크리스마스를.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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