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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다가오는 이라크시장의 기회
채경호 KOTRA 이라크 바그다드무역관장 2019년 12월호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 유구히 흐르고 있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원지 이라크는 우리에게 친숙한 신드바드가 모험을 시작한 곳이며 아담과 이브의 에덴동산, 바벨탑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현장이요, 인류의 위대한 자산이다. 이런 이라크가 안타깝게도 2003년 이라크전쟁 이후 국내 정세 불안과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국가(ISIS)’의 테러로 심각한 피해를 입으면서 국민들이 전력 등 기본 인프라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국과 이라크는 상호보완적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교역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우리 기업의 건설 프로젝트 수주도 지속되고 있다. 교역 측면에서 보면 2018년 기준 이라크는 우리나라의 24대 교역 상대국으로서 지난 10년간 수출이 매년 평균 9.3%씩 증가한 우리 수출의 효자 시장이다. 이라크 입장에서 한국은 5대 수입 상대국으로서 자동차, 전력기기 등을 주로 공급하고 있다.
해외수주 측면에서 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누적 수주액이 360억달러(약 40조6,8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인프라 건설 부문에서 이라크는 한국의 주요 협력국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라크 재건에 향후 10년간 882억달러(102조원)가 소요될 전망이라고 한다. 이에 우리 기업의 이라크시장에 대한 이해 제고가 요구돼 최근 이라크 동향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재건이사회 신설로 국가 재건 프로젝트 탄력 붙어
2018년 취임한 현 이라크 정부는 국가 재건과 경제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인프라, 플랜트, 에너지, 주택건설 등의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가 이처럼 다른 나라보다도 우리를 신뢰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필자가 만나본 주택건설부 등 이라크 주요 발주처의 관계자들은 한국 건설업체들이 1970~1980년대에 지은 건물들이 아직도 튼튼하다고 칭찬한다. 특히 ISIS의 테러가 극심했던 2015~2016년 우리 기업들이 총성 속에서도 프로젝트를 묵묵히 수행해 이라크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의 일환으로 이라크에 막대한 자금을 퍼부어 각종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기업의 수주가 지속되는 배경에는 우수한 기술력뿐만 아니라 어려울 때 함께 있어준 신뢰가 있다고 하겠다. 한 예로 이라크 정부는 남부 바스라주에 위치한 알포우(Al-Faw)항을 세계 12대 항만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공사를 발주하고 있는데 대우건설이 2019년 한 해에만 컨테이너 1단계 공사를 비롯해 4건의 공사를 연달아 수주했다. 내년에도 현대건설을 비롯한 우리 기업들이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수주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라크 정부는 사회를 안정시키고 재건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 9월 이라크 의회는 재건이사회 설립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에는 프로젝트 추진 관련 국가투자위원회(NIC)가 있었으나 프로젝트 주무부처와 협의를 거쳐야 했기 때문에 일원화된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비판이 있었다. 정부가 신설한 재건이사회는 내년부터 추진되는 에너지, 주택, 교통 인프라, 도시개발 등 각종 재건 프로젝트의 승인 및 이행을 본격 관리하게 돼 그동안 지연됐던 프로젝트에 추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라크는 미국의 경제제재와는 무관한 상황이다. 2018년 5월 미국이 대(對)이란 경제제재를 복원한 이후 많은 우리 기업이 이란에서 철수하거나 거래를 중단했다. 우리 기업들이 이라크와 거래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는 대금결제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이라크가 미국의 경제제재 대상국이라고 오해하는 데 있다. 미국은 이라크에 어떠한 경제제재도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이란에서 전력과 가스를 수입하는 것에 대해 유예를 인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엑슨모빌(ExxonMobil) 등이 에너지(석유가스, 전력) 분야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3천명 이상의 미군 병력이 ISIS를 진압하기 위해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어 이라크에 경제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라크 수출의 가장 큰 복병은 물류
이라크의 수출입 품목 대부분은 움카스르(Umm Qasr)항을 통과하게 된다. 통관 행정이 전산화되지 않고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어 화물 적체가 심해 통관에 한 달 이상 소요돼 체선료가 부과되기도 하고 시위가 격화될 경우 항구가 봉쇄되기도 한다. 이라크 정부는 항구 적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컨테이너 단위로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으나 올 초 다시 관세 부과를 HS코드 기준으로 변경했다. 또한 이라크 정부는 알포우항을 개발하고 있으나 항만 및 터미널 공사가 완료되기까지 5년 이상 소요돼 물류 문제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라크는 국가재정의 원유의존도가 90% 이상에 달해 경제가 유가 변동에 크게 좌우되는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라크 정부는 중소기업 법인세 10년 면세 등 민간 부문 육성을 위해 노력했으나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 민간 차원의 공유오피스인 ‘더 스테이션(The Station)’이 바그다드에 문을 연 가운데 창업을 하려는 청년층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정부의 창업 육성 프로그램과 결합할 경우 바그다드 스타트업의 산실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라크가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돼 있긴 하지만 방문은 가능하다. 2019년 10월 말 기준 이라크에 체류하는 한국인은 1,600여명에 달하는데 모두 외교부에서 발급한 예외적 여권사용허가를 받고 입국했다. 아직은 치안이 불안한 만큼 방문 2개월 전에 이라크 체류 계획을 외교부에 제출하는 것이 필수다.
필자가 근무하는 KOTRA 바그다드무역관은 치안불안으로 인해 이라크 방문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2019년 처음으로 이라크 현지 기업과 협조해 바그다드 시내 건물에 한국 상품 전용 전시장 연계 토털마케팅을 추진하는 한편, 이라크 전력부에 사전 협조를 구해 전력기자재 기업을 이라크 전력부의 공급사로 등록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우리 중소기업의 이라크시장 진입이 수월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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