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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 성패, 벤처·스타트업의 혁신역량 강화에 달려
정영호 KDI 경제정보센터 여론분석팀장 2020년 06월호


세계적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매년 초 주요국을 대상으로 혁신지수(Innovation Index) 순위를 발표한다. 6년 연속 1위를 차지해온 한국은 올해 한 계단 내려간 2위였다. 정부는 7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9년 연속 ‘톱3’를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코넬대, 인시아드(INSEAD)가 발표한 ‘2019 세계혁신지수’에서 한국은 11위를 차지해 중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 혁신역량에 대한 국내의 평가는 해외의 긍정적 평가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언론, 전문가, 심지어 정부에서도 혁신성장이 답보상태에 있다며 답답해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KDI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학 교수, 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경제전문가와 일반국민 모두 우리나라의 혁신역량은 혁신 강대국 대비 약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혁신역량에 대한 이러한 견해 차이는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아마도 혁신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의 혁신지수는 혁신 관련 투입물과 산출물 같은 물질적인 것을 위주로 평가하는 반면, 국내의 평가는 혁신에 대한 인식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까지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KDI 여론분석팀은 혁신역량을 물질과 인식을 모두 포함한 5가지 영역(①신뢰·사회적 자본, ②정치적 리더십, ③과학기술 역량, ④창의적 인재 육성, ⑤새로운 아이디어 및 기술 수용성과 개방성)으로 구분해 경제전문가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혁신역량 수준을 살펴봤다.

혁신역량 최강 ‘미국’에 비해 ‘정치적 리더십’, ‘창의적 인재 육성’ 부족
혁신역량을 ①신뢰·사회적 자본, ②정치적 리더십, ③과학기술 역량, ④창의적 인재 육성, ⑤새로운 아이디어 및 기술 수용성과 개방성으로 구분해 각각의 영역에서 혁신역량이 가장 높은 국가를 선정한 결과, 경제전문가와 일반국민 모두 혁신역량 5개 영역에서 미국을 최강국으로 꼽았다. 특히 대다수의 경제전문가가 미국이 ‘과학기술 역량’(83.0%)과 ‘새로운 아이디어 및 기술 수용성과 개방성’(71.0%) 영역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을 제외하면 ‘신뢰·사회적 자본’은 북유럽, ‘정치적 리더십’과 ‘과학기술 역량’은 독일, ‘창의적 인재 육성’과 ‘새로운 아이디어 및 기술 수용성과 개방성’은 이스라엘과 북유럽을 차순위 최강국으로 선정했다.
혁신역량 최강국을 100점이라고 할 때 우리나라의 혁신역량 수준을 영역별로 평가한 결과, 우리 혁신역량 수준은 ‘과학기술 역량’에서는 최강국인 미국에 가장 근접했지만 ‘정치적 리더십’과 ‘창의적 인재 육성’에서는 가장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 역량’의 경우 1위인 미국, 2위인 독일과 비교했을 때 약 70점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정치적 리더십’과 ‘창의적 인재 육성’의 경우 미국의 절반 수준으로 평가됐다.
기업혁신은 국가혁신역량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동시에 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국가혁신지수와 함께 기업혁신역량도 발표하는데 삼성전자가 8위를 차지했다. 미국 기업들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순위다. 하지만 국가별로 살펴보면 전체 200대 기업에 미국 72개, 중국 32개, 영국 13개, 프랑스 11개, 독일 8개, 일본 7개가 포함돼 있는 데 반해, 한국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SK하이닉스와 SK그룹까지 3개 기업만이 이름을 올렸다. 국가의 혁신역량은 세계 2위인데 200대 기업 중 혁신기업은 3개밖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국가혁신역량이 기업의 혁신역량으로 집적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기관·기업별 혁신역량 차이와 기업환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기관·기업별 혁신역량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5점 척도(①매우 낮다 ? ③보통이다 ? ⑤매우 높다)를 이용해 평균값을 비교 분석한 결과, 경제전문가와 일반국민 모두 ‘벤처·스타트업’과 ‘대기업’의 혁신역량을 가장 높게 평가한 반면, ‘공공 부문’과 ‘금융기관’, ‘중소기업’의 혁신역량이 낮다고 지적했다. 기업이나 기관별로 혁신역량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국가와 기업의 혁신역량을 함께 높이기 위해서는 기관·기업 간 혁신역량 편차를 줄이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기업의 혁신역량이 국가혁신역량보다 낮게 평가되는 이유는 기업환경에서 명확히 찾을 수 있다. 경제전문가와 일반국민 모두 ‘불합리한 규제 및 제도’를 기업하기 가장 어려운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부적절한 규제 정책은 시장경쟁을 제한해 비용과 가격을 상승시키고 기업의 기술혁신을 저해한다. 특히 기술 진보가 빠른 신제품·신서비스·신산업 분야에서는 규제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쫓아가지 못해 혁신 창출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경제전문가와 일반국민 모두 기업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규제 개혁을 통해 신기술·신산업을 빠르게 도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교육 개혁 통한 창의인재 양성과 벤처·스타트업 혁신역량 강화 중요
국가 및 기업 혁신역량에 대한 이번 설문조사는 한국경제의 혁신역량에 대한 해외와 국내의 평가 차이, 국가혁신역량과 기업혁신역량 간 괴리의 요인이 어디에서 발생하고 있는지를 요약해서 보여줬다. 혁신역량에 대한 국내 평가는 과학기술 등 실체적인 대상보다 ‘정치적 리더십’과 ‘창의적 인재 육성’과 같은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인프라를 더 중요시했다. ‘정치적 리더십’은 개인적 역량이 중요한 반면 ‘창의적 인재 육성’은 교육시스템 개혁을 통해 실현 가능하다.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여전히 기존 지식의 습득을 중시하고 정답 맞히기 시험을 통한 서열화 중심이다. 이제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 문제해결능력 중심의 미래교육을 통해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고 이들을 혁신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혁신의 중심은 사람일 수밖에 없다.
경제전문가와 일반국민 모두 ‘대기업’보다 ‘벤처·스타트업’의 혁신역량이 높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에서 “혁신벤처, 스타트업이 주력이 돼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도형 경제 구상을 발표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비대면 의료서비스, 온라인 교육, 온라인 거래, 방역과 바이오 등 디지털경제 기반 산업들이 떠오르고 있다. 이번 위기로 인한 디지털경제로의 급격한 전환은 창조성과 도전정신을 DNA(Data, Network, AI)로 결합한 벤처·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슈퍼스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 및 제도 개선을 통해 벤처·스타트업의 혁신성장 생태계를 구현하고 국가 및 기업의 혁신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야 할 것이다.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