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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불편을 부르는 에고에고, 에코라이프
계획적으로 먹고, 발효시키고 말려서 버리자
고금숙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활동가 2020년 07월호


이 코너를 담당하는 『나라경제』 연구원 님과 나는 만난 적 없지만 메일로 다정한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다. 가끔 본론인 원고보다 미세먼지니 산책이니 하는 일상을 더 길게 나눈다. 그래서 알게 된 취향 하나! 우리는 여름을 사랑하고 여름에 먹는 수박을 사랑한다. 수박껍질이 지층처럼 쌓이는 이 계절에 음식물 쓰레기를 주제로 삼은 이유다.
음식물 쓰레기는 고질적인 환절기 비염 같은 존재다. 냄새가 고약하고 축축하고 무겁고 벌레가 꼬여 처리하기 번거롭다. 그러던 중 ‘음식물 쓰레기를 싱크대에 넣기만 하면 정말 끝’이라는 꽤 매력적인 광고를 봤다. 얼마 전 새 아파트에 입주한 내 친구 역시 입주 설명회에서 선전한 싱크대 분쇄기를 신청했단다. 한데 쓰레기를 하수도에 버리는 꼴 아니냐며 정말 문제가 없는 건지 물어왔다.
우선 주방용음식물분쇄기 정보시스템(www.gdis.or.kr)에서 해당 제품의 인증 여부를 확인해본다. 인증받지 않은 제품의 사용은 불법이다. 하지만 인증 제품일지라도 분쇄된 찌꺼기의 80% 이상을 회수하지 않는 경우는 불법이다. 입주 설명회의 해당 업체는 찌꺼기를 회수하지 말고 그냥 버리라고 하면서도 ‘합법’적임을 강조했고, 그 덕(?)에 주민 대다수가 신청했단다. 분쇄기 불법 설치 및 개조 시 판매업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사용한 소비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하수도에 무단 투기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싱크대 아래에서 분쇄된 음식물 쓰레기를 꺼내 도로 버리지 않도록 불법으로 개조한 장치가 유유히 사용 중이다. 실제 싱크대에 분쇄기를 설치한 공동주택에서 아랫집 하수도가 막히는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이와 달리 버린 만큼 돈을 내는 종량제는 수질오염을 막는 이점이 있다. 수거된 음식물 쓰레기는 사료나 퇴비로 만들어지거나 바이오가스의 원료가 된다. 하지만 퇴비와 사료로 가공되는 비율보다 매립 및 소각되는 비율이 더 높다고 한다. 그러니 가장 좋은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다.
작정하고서 ‘환경부’스럽게 말하자면 음식물 중 7분의 1이 버려지고 음식물 쓰레기가 생활폐기물의 28%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프랑스나 스웨덴보다 많다. 2015년 국방비 총예산이 37조원인데 그 절반인 18조원이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든다. 음식물 쓰레기의 70%는 가정과 소규모 음식점에서 배출된다. 그러니 소규모 음식점과 가정집만 변해도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우리 하기 나름인 거다. 계획적으로 장을 보고, 먹을 만큼만 요리하거나 덜어 먹고, 상하기 전에 먹어치우자. 냉장고 문에 식재료를 유통기간 순서대로 써놓거나 빨리 상하는 먹거리를 꺼내기 쉬운 위치에 두자. 마스킹 테이프에 식재료를 써서 반찬통과 냉장고 문에 붙여두거나 식재료가 떨어질 때마다 메모지에 적어두기를 권한다. 또한 껍질째 먹는 ‘매크로바이오틱(macrobiotic)’ 식사를 하면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고 건강에도 좋다. 
하지만 수박껍질처럼 음식물 쓰레기가 수북이 나온다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식품건조망을 걸어놓고 채소나 과일 껍질 등의 조리 전 음식물 부산물을 바짝 말린다. 식품의 70%를 차지하는 수분이 빠지면서 쓰레기양이 절반쯤 줄고 악취가 나지 않아 처리가 쉽다. 장마철만 빼면 사계절 내내 잘 마른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음식물 쓰레기와 발효제, 흙을 섞어 퇴비화하면 더욱 좋다. 하지만 흙이 있어야 하고 시간도, 손도 많이 든다. 대신 미생물 발효로 2~3일 만에 음식물 쓰레기를 흙으로 만들어주는 처리기가 있다. 믿을 만한 환경통에 따르면 분쇄기만큼이나 사용하기 편하고, 환경적으로는 훨씬 정의롭다. 월 전기세는 3천원 정도. 이 정도면 수박껍질이 쌓인들 무슨 걱정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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