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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는 걸 배운 그 시간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2020년 07월호



2016년 8월 18일 브라질 현지시간 오후 2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발표장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관계자들이 모여 있었으나 정작 당사자인 나는 담담하게 숙소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발표. “Second Place, Seungmin Ryu”라는 발표가 나옴과 동시에 대한체육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날이 25년의 탁구선수 그리고 지도자 생활을 마감하고 스포츠 행정가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대한민국의 IOC 선수위원 후보자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과연 당선될 수 있을까’라는 주변의 의구심도 있었지만, ‘흔들리지 말고 후회 없이 도전해보자’라는 자기 독려로 25일간의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도와주는 이 하나 없이 혼자 치러내야 하는 선거였지만 대한민국 대표로서의 사명감 그리고 목표의식 하나로 발로 뛰었다. 특히 IOC 선수위원은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의 투표로 선출되기 때문에 2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14시간씩 걷고 또 걸으며 올림픽선수촌 내 1만1천여명의 선수들을 만났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선거기간 걸은 걸음이 67만보, 거리로는 약 470km 정도였다.
처음 선수들에게 다가갔을 때는 무시당하기도 하고 왜 루틴을 방해하냐며 항의도 받았다. 이러한 반응에 의기소침해지기도 했지만, 국가를 대표하고 또 선수들을 대표해서 왔다는 사명감에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힘든 마음이 들 때마다 더 웃고, 더 밝게, 더 힘차게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내가 내세울 건 발로 뛰면서 한결같이 진심으로 대하며 선수들에게 힘을 보태는 것이었다. 이는 탁구가 상대적으로 비인기 종목인 데다 내가 동양인에 금메달을 딴 지 꽤 시간이 지나 국제적 인지도 면에서 밀린다는 부정적 평가와 편견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선수 시절에도 탁구 강국인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겨냈다. 이번에도 이러한 편견은 하나의 자극제였을 뿐 좌절하거나 포기할 이유는 되지 않았다.
그동안의 노력과 진심이 통했는지 ‘Mr. 24/7’이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선수촌의 명물로 불리게 됐으며 간식거리를 가져다주며 격려해주는 선수들도 생겼다. 먼저 다가와 진심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 결과 23명의 후보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어 IOC 선수위원으로 당선됐다.
이 시간이 선거 당락에 관계없이 내 인생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였다. 올림픽을 4회나 출전했지만 타 종목, 타 국가 선수들과 소통해본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동안의 국제대회 경험에 비하면 짧은 25일이었지만 국가, 종목, 인종과 관계없이 진심으로 소통한다면 한마음, 한뜻이 될 수 있고, 남들의 편견보다는 나를 믿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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