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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의 우버리스트, 물순환도시
김영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2020년 07월호



기후변화에 맞서 환경운동을 벌인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2019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최연소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툰베리는 128개국, 2,333개 도시의 청소년 140만명이 참여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라는 시민행동을 주도해 전 세계에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회복탄력성 기반의 물순환도시에 대한 논의 활발
세계 각국에서 기후변화에 의한 환경위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시가 기후변화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도시는 물질의 순환과정이 자연과 달리 왜곡돼 있어 기후변화에 의한 직접 재난재해 및 사회기반시설 훼손·파괴로 인한 복합재난 등에 특히 취약하며 나아가 한정된 공간에 인구가 집중돼 있어 피해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계속 도시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2017)에 따르면 도시는 사회·경제적 활동을 집중하고 가속화하며 다양화하는 곳으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발명을 하고 경제성장의 기회도 더 많이 창출한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구 집적도, 즉 도시의 인구가 2배로 늘면 임금과 특허 수는 15%씩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를 반증하듯 유엔 경제사회국(DESA)의 「2018 세계 도시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의 55%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약 30년 후면 세계인구 10명 중 7명은 도시에 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이보다 더 높아 국토교통부가 2018년에 발간한 「도시계획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민등록상 인구 5,182만명 중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4,759만명으로 약 92%에 달한다.
이는 학문 영역으로도 전이돼, 유체의 거동과 이화학적 특성을 다루는 수리수문학이 자연·도시를 구분하지 않다가 근래에는 도시의 유출특성과 자연의 유출특성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 부각되며 도시 수문학(Urban Hydrology)의 개념이 보편화되고 있다. 또한 하수도 시스템에 기반한 분구라는 개념에서 진화해 도시유출의 특성을 감안한 유역의 개념 아래 지표면–지하의 유출장 해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책적으로도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의 근원적인 체력을 키울 수 있도록 회복탄력성(resilience) 기반의 물순환도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돼왔다. 환경부에서는 도시의 물순환 왜곡에 따른 도시 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4년부터 그린빗물인프라 조성사업(4ha 이하 소규모), 빗물 유출 제로화 사업(40ha 이하 중규모), 물순환 선도도시 조성사업(100ha 이상 대규모) 등 시범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빗물이 지반에 흡수되지 않고 버려지는 불투수면적률을 25% 이하로 관리하고, 제2차 물순환 선도도시 추진 및 하수처리장 분산화를 통한 물 재이용 활성화 등 도시공간의 친환경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하고 적극적인 노력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발생한 구조적 경기침체가 10년 이상 지속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센테니얼 슬럼프(centennial slump)를 극복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일자리 창출, 사회불평등 해소를 실현할 수 있는 ‘그린뉴딜(Green New Deal)’을 대안정책으로 수립하고 있다. EU는 지난해 12월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 전략을 발표했으며, 미국도 그린뉴딜 관련 정책을 발표하는 등 전 세계는 기후·환경 위기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범지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디지털 워터 시티(Digital Water City)’라는 물관리 패러다임의 개념을 정립하고 계량적 목표와 액션플랜을 수립해 산업·정책·기술 등 제반 분야에 낙수효과가 발생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물관리 기술에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도입해 도시의 효과적인 물관리를 위한 인사이트를 창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으며 현재는 베를린, 코펜하겐, 밀라노, 파리, 소피아 등 5개 도시를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이수·치수·수생태 아우르는 통합적 제도·기술·경제적 기반 절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고 더 나아가 경제를 도약시키기 위해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의 큰 축으로 추진되는 ‘한국판 뉴딜’에 오는 2025년까지 76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린뉴딜은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등 3대 축으로 추진된다. 이를 통해 2년 내 일자리 34만개 창출, 생산유발 효과 49조원, 사회적 비용저감 효과 40조원 등을 목표로 세웠다. 아울러 환경에선 온실가스 1,620만t을 감축하고, 에너지 효율은 30%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추구하는 바는 공감하지만, 본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전술한 것처럼 자연성 회복을 통해 인류의 번영과 영달을 위하는 뉴딜정책이라면 당연히 인구의 약 92%가 거주하고 있는 도시의 건전성 확보에 집중돼야 하는 것이 옳다. 그린뉴딜을 통해 도시 물순환 건전성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물순환 체계를 확립하려면 이수, 치수, 수생태, 수경관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적 관점의 제도적·기술적·경제적 기반이 절실하다. 도시 물순환의 모든 요소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홍수, 비점오염, 물 재이용, 기후·기온 등 주요 현안사항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도시 물순환 종합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가적 차원에서 전국의 모든 도시를 대상으로 종합적인 평가를 실시해 재정이 열악하고 개선이 시급한 물순환 취약도시를 우선 선정하고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시 물순환 취약지역을 진단하는 지표를 개발하고, 지역별 물순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개선사업, 기술지원 및 연구개발 등 도시 물순환 개선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기후변화에 최적화된 스마트 워터 시티의 물관리 솔루션과 글로벌 평가기준 을 정립해 국내외 성과확산의 기반으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스마트 워터 시티 사업은 신남방정책, 남북수자원협력 등 해외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절전지훈(折箭之訓)’의 가르침으로 정부, 전문가, 시민 모두가 합심해 건전한 도시 물순환의 체계적 실행과 확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우버(uber)’라는 단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뛰어난, 돌출된’이라는 뜻이 있다. 여기에 사람을 의미하는 어미인 ‘ist’를 결합한 ‘우버리스트(uberist)’는 돌출된 것을 하는 사람, 뛰어난 사람이라는 신조어가 된다. 그린뉴딜이 국내 경기를 부양하고 K방역처럼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사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건전하게 높일 수 있는 물순환도시가 우버리스트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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