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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웅의 신나는 시네
뽕~ 뽕~ 놀라게 하는 웃음과 감동 두 방
허남웅 영화평론가 2020년 08월호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2018)라는 영화가 있다. 끝내준다! 좀비물을 찍는 영화 현장에 진짜 좀비가 나타나서 한바탕 난리가 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조차도 관객을 놀라게 하려는 또 하나의 영화다. 그러니까, 합이 두 번 반전으로 관객을 기분 좋게 속이는 영화다. 전반부는 무섭고, 후반부는 웃기다. 안 보셨으면 찾아보기를 권한다.
감독은 우에다 신이치로다. 연출뿐 아니라 기획도 하고, 각본도 쓰고, 편집에도 참여한다. 영화의 팔방미인이다. 그의 신작이 나왔다.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다. 이번에도 연출과 각본과 편집을 도맡아 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처럼 빵! 빵! 터지지는 않아도 귀여운 거품 수준으로 뽕~ 뽕~ 터뜨리다가 마지막에 뻥! 한 방을 날린다.

연기도 못 하는 배우?
카즈토(오오사와 카즈토)는 연기 지망생이다. 근데 연기를 못 한다. 긴장하면 정신을 잃는 탓에 오디션 현장에서 결정적인 순간, 기절한다. 그래서 연기를 ‘못’ 한다. 이러다 평생 연기를 ‘못’ 할까 봐 다시 찾아간 오디션 무대에서 또다시 기절, 관계자로부터 한 소리를 듣는다. 연기 정말 ‘못’하네.
어릴 적부터 너무 좋아해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해둔 히어로 영화 <레스큐맨>을 보면서 나는 언제 연기의 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 카즈토는 동생 히로키(코우노 히로키)를 만나 배우 에이전시를 소개받는다. 바로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다.
나는 연기를 ‘못’ 한다고! 카즈토의 외침에 아랑곳없이 히로키에 끌려 찾아간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겉보기에는 배우 에이전시인데 일반 배우 에이전시가 아니다. 일반 배우 에이전시가 영화나 TV, 광고에 필요한 배우를 소개하는 것과 다르게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현실의 특수한 상황에 필요한 배우를 의뢰인에게 이어주는 곳이다.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부모님이 유산으로 남겨준 여관을 사이비 종교단체에 통째로 넘긴다는 언니를 구해달라는 여동생의 의뢰를 받았다. 이에 카즈토에게 신도로 위장해 잠입하라는 임무, 아니, 연기를 요구한다. 연기를 못 하는 카즈토는 연기를 못하기 때문에 더 실제 같아 오히려 종교단체의 마음을 사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
‘못’하는 것은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의 미덕이다. 실제로 카즈토를 연기한 오오사와 카즈토는 프로 배우와 비교해 연기를 못한다. 이 영화에 출연하기 전 10년 동안 연기를 단 세 번밖에 해본 적이 없다. 아니, 세 번밖에 못 했다. 그런데 왜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은 ‘조금 서툴지라도 인간적 개성과 매력을 지닌 사람’이 캐스팅 기준이었다고 전한다. 도대체 왜?

못해서 잘 만든 영화?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는 ‘브로드캐스팅 오리지널 영화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미리 정해진 각본에 맞춰 오디션을 보는 게 아니라 오디션을 보고 뽑은 배우의 외모와 성격과 개성과 버릇 등등을 종합해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서툴러서 세련되지는 않아도 순수해서 새로움이 느껴지는 영화.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연기 오래 하고 볼 일이다. 못한다고 포기 말고 꿈도 오래 꾸고 볼 일이다. 못하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다!
좋은 감독의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는 배우를 잘 살피는 일이 포함된다. 배우를 잘 살피는 일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에게는 연기의 잘함 유무는 제쳐두고 배우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해 이를 영화에 반영하는 일이 더욱 중요한 가치다. 영화를 만든다는 건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다. 함께한다는 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일이다.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는 건 영화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좋은 영화를 만드는 일이다. 
좋은 사람들이 만든 영화는 완성도를 떠나 좋은 영향이 배어들기 마련이다. 꿈은 가지고 있지만, 실현하려는 노력의 결과가 그에 미치지 못해 의기소침해지는 경험은 우리 대부분이 가지고 있다. 그럴 때 절실한 건 누군가의 도움이다. 영화 속 카즈토가 동생 히로키 덕에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처럼 배우 오오사와 카즈토에게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은 배우로 인정받을 수 있게 장을 마련해준 특별한 존재였을 터다.
감독에게도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게끔 노력해준 배우의 존재는 특별하다. 이 영화 제목의 ‘스페셜액터스’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연기하는 배우의 일차적인 의미에 더해 영화에서 배우가 갖는 위상, 즉 감독이 배우에게 느끼는 특별한 감정이 담겨 있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는 건 부차적인 일이다.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면 언젠가 나타날 거야, 나를 구조(rescue)해줄 ‘레스큐맨’!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언젠가 찾게 될 거야, 나의 ‘스페셜액터스’! 그래서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가 마지막에 날리는 한 방의 ‘뻥!’은 놀람보다는 감동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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