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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
네덜란드 박물관에 그림을 걸다
양경수 만화가(그림왕 양치기) 2020년 08월호



“네 그림을 소개하는 영어 사이트를 만들어보는 게 어때? 이런 현대적인 불교 그림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서구 문화권에서도 먹힐 거야!”
어느 날 평소 친하게 지내던 래퍼 형이 불쑥 내 그림들을 보며 얘기했다. 미국에서 10여년 넘게 살았던 형의 제안인지라 그럴듯하다 싶어 일주일 만에 후배의 도움을 받아 간단한 영어 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한 달 뒤 영어로 된 메일이 왔다. 당연히 스팸메일일 줄 알았지만(보통 영어로 온 메일은 스팸이기에) 느낌이 뭔가 달라 열어봤고 거기엔 눈이 가는 단어들이 있었다.
‘YANG KYUNG SOO’, ‘BUDDHISM ART’, ‘EXHIBIT’.
네덜란드 국립세계문화박물관에서 세계 10여개국의 불교 문화재와 예술품을 모아 전시할 계획인데 한국 대표 작품으로 내 그림을 전시하고 싶다는 메일이었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나는 후배의 도움을 받아 답신했고 두 달여간의 이야기 끝에 네덜란드로 향했다.
예상보다 훨씬 큰 전시 규모에 한 번, 박물관의 기획력에 한 번, 자유로운 관람 분위기에 또 한 번 놀라며 전시 개막식에 참석했다. 각국을 대표하는 불교예술 작품들 속에 한국을 대표해 전시된 내 그림을 보며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뿌듯함과 벅차오름을 느꼈다.
2016년 ‘더 붓다(THE BUDDHA)’전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전시는 네덜란드 레이던과 암스테르담에서 각각 6개월씩 1년간 진행됐다. 마음 같아서는 1년 동안 네덜란드에서 지내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특히 돈)로 일주일간의 여정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힘을 받아 불교 그림은 물론 웹툰과 일러스트 작업에 몰두해 밤낮을 불태운 결과 수많은 작업물을 창작할 수 있었다.
‘그림을 그려서 밥이나 먹고 살 수 있을까?’, ‘직업 작가로 살 수 있을까?’, ‘내 그림을 사람들이 좋아할까?’라는 수많은 의심을 품고 살아가는 게 작가의 숙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전시를 통해 그림을 그리는 행위뿐 아니라 내 그림을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소개하는 게 좋을지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 또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바로 실행하는 것이야말로 작가라는 ‘직업’으로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는 작가로서의 내 인생에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됐다.
요즘은 불교 미술뿐만 아니라 웹툰과 일러스트 작업도 영어, 일어, 대만어로 번역해서 작업하고 있다. 영어 작업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나게 해준 그 래퍼 형과 함께하고 있다. 또 다른 터닝포인트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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