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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
AI데이터 가공 분야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다
임정욱 TBT 공동대표 2020년 08월호





자폐성 장애인, 청각 장애인, 경력단절여성을 대거 채용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 “단순 노무 업무를 제공하는 비영리기관이나 복지센터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인공지능(AI) 회사의 이야기다. 설립 5년도 안 됐는데 직원 수는 100명을 넘어서기 직전이며, 올해 매출은 100억원을 넘길 태세다. 더구나 흑자도 낸다. 2015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회사를 창업해 이런 놀라운 성과를 낸 윤석원 대표를 만나봤다.
AI 기술이라고 하면 그저 만능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구글이나 페이스북만 써봐도 사람 얼굴을 척척 알아보고 자동으로 태깅(표시)을 해주기 때문이다. 마술 같다. 하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그 이면에서는 미리 사진데이터에 사물을 태깅해서 학습을 시켜줘야 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AI 소프트웨어에 도로의 시각데이터를 계속 보여주면서 어떤 것이 자동차이고, 사람이고, 자전거이고, 신호등이고, 표지판인지 일일이 사진에 사각형으로 표시하고 설명을 달아줘야 한다. 그래야 AI가 똑똑해진다. 자율주행차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국방기술, 제조업, 농수산업, 금융, 드론 등 모든 분야에 AI를 적용시키려면 이처럼 AI 학습을 위한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컴퓨터가 잘 학습할 수 있도록 가공해줘야 한다. AI산업의 성장과 함께 AI데이터 가공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다.

경력단절여성의 대기업 프로젝트 수주 위해 얼떨결에 창업
글로벌하게는 자율주행차를 위한 데이터 가공을 주로 하는 미국 회사 스케일AI가 지난해 1억2천만달러를 투자받으며 3년 만에 유니콘 기업이 됐을 정도로 잠재력이 크다. 한국에서도 정부가 데이터경제 활성화 사업을 통해 AI데이터 가공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어 시장이 깨어나고 있다. 테스트웍스와 함께 크라우드웍스, 셀렉트스타 같은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보통은 온라인을 통해 일반인들이 참여하게 해 데이터 가공 작업을 하고 돈도 벌게 하는 크라우드소싱 방식이 많다. 그런데 테스트웍스는 장애인들을 직접 고용해 가공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더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7월 테스트웍스 사무실을 찾았다. 자폐성 장애인 직원이 영국 어딘가의 도로 사진을 보면서 사진 속의 차량, 표지판, 신호등 등을 찾아 빠르게 표시하고 있다. 윤 대표는 “발달 장애인들은 반복 작업에 대한 집중력이 높고, 정확하고 정직하게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에는 청각 장애를 가진 직원이 앉아서 역시 집중해 데이터 가공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시각데이터에 대해 특별한 감각을 갖고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한다. 또 그 옆에는 이들의 업무를 관리하고 품질을 책임지는 여성 매니저가 있다. 수화까지 하면서 업무를 지시하고 피드백을 준다. 윤 대표는 “여성들은 인내력을 갖고 장애인들과 소통하며, 업무에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며 “이렇게 팀을 만들어 데이터 가공 속도와 품질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들의 장점만 뽑아내 상생효과를 올릴 수 있도록 했을까.
윤 대표는 미국 유학을 거쳐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품질관리 전문가로 20년간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다. 그런데 인생을 살면서 가슴 떨리고 의미 있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5년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대의 열정을 생각했다. 그는 학창시절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활동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멘토링이나 자원봉사 활동을 열심히 했다.
“한 탈북 청년을 대학생 인턴으로 채용해 멘토링을 하면서 사람이 완전히 탈바꿈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내가 조금만 도와주면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구나 하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 기술을 활용해서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일을 할 수 없을까 생각했다. 인생을 걸고 3년만 해볼까 싶었다. 마침 경력단절여성을 교육해 소프트웨어 테스터가 되는 것을 도와주는 일을 했다. 그런데 이들이 대기업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선 법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얼떨결에 테스트웍스를 창업하게 됐다. 주위 상황이 창업으로 이끈 셈이다. 당시 재직 중이던 삼성전자에서는 상사가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게 해 육아휴직까지 냈다. 결국 2016년에 완전히 퇴사하고 테스트웍스 경영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반복적인 데이터라벨링, 자폐성 장애인에 좋은 일거리라고 직감
그런데 이번에는 SAP에서 자폐성 장애인들을 위한 직업훈련 교육 의뢰가 왔다. 3명을 맡아서 열심히 교육한 끝에 그들이 소프트웨어 테스팅 자격증을 따게 하는 데 성공했다.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을 지속적으로 채용해줄 만한 회사를 찾는 데 실패한 겁니다.” 고민하고 있던 윤 대표에게 구세주가 나타났다. 유학 시절 동문이자 자율주행차 기술 회사인 스트라드비젼을 창업한 김준환 대표가 연락한 것이다. 스트라드비젼은 머신러닝 학습을 위해 전 세계의 수많은 거리, 도로 사진의 데이터라벨링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윤 대표는 이 작업이 자폐성 장애인에게 좋은 일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직감했다. “데이터라벨링 작업은 너무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이라 일반인에게는 효율이 높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중력이 좋은 자폐인에게는 더 잘 맞는 일일 수 있죠.”
물론 일이 저절로 잘되지는 않았다. 첫 결과물이 품질상 허점도 많고 소통 문제도 있었다. 이런 문제를 경력단절여성들의 힘으로 극복했다. 여성 매니저들이 인내심을 갖고 자폐성 장애인의 작업 결과를 관리하고 피드백을 주며 함께 일한 결과 시너지가 나고 결과물의 품질이 좋아졌다. 테스트웍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발달 장애인을 위한 자기관리 체크리스트, 생활지도 매뉴얼 등을 만들고, 전문가의 잡 코칭을 제공하면서 이들이 안정적으로 일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직무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데이터 가공 속도와 품질을 높이기 위해 원천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AI웍스’와 데이터 가공 자동화를 위한 ‘블랙올리브’라는 소프트웨어 제품도 만들었다. 이후 테스트웍스는 스트라드비젼의 결과물을 1,500만건 처리하고 있고, 50개 기업과 공공기관의 총 16억개 객체를 처리했다.
테스트웍스의 직원 수는 이제 92명까지 늘었다. 이 중 자폐성 장애인이 10명, 청각 장애인이 10명, 경력단절여성이 15명이다. 2018년 13억원이던 매출은 올 상반기에만 70억원을 수주했을 정도로 급성장 중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에게 좋은 일자리를 공평하게 오래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는 윤 대표는 자폐인의 부모가 회사에 와서 자녀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 “부모님들이 와서 아이가 변화하는 것이 기적 같다고 하십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데 희열을 느낍니다.”
테스트웍스는 이처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도 급성장하며 포용적 고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테스트웍스가 한국의 대표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소셜벤처 생태계의 롤모델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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