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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욱이 만난 혁신기업가
택시, 광고 싣고 달린다
임우혁 모토브 대표 2020년 10월호


요즘 서울 거리를 다니다 보면 지붕에 큼직한 고화질 전광판 광고화면을 달고 다니는 택시를 간간이 목격할 수 있다. 이마트, 버거킹 등 일반 상업광고뿐 아니라 서울시의 공익광고, 날씨 예보도 보인다. 움직이는 스마트 광고판인 셈이다.
이 신기한 ‘이동 디지털 광고판’을 만든 회사도 스타트업이다. 4년간의 피나는 노력 끝에 큰 투자를 유치하고 서울에서 택시표시등 시범사업을 시작한 모토브의 임우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32개 IoT 센서로 지역 정보 수집해 택시 지붕 위 모니터에 맞춤형 광고 표출

“모토브의 택시표시등은 상생의 플랫폼입니다. 택시운전사들에게는 추가 수익을, 광고업계에는 지역에 맞춘 새로운 혁신적인 광고매체를 제공합니다. 또 전체 노출시간의 20% 정도를 지자체의 공익광고에 할당하고 있습니다.” 임 대표는 서울시의 공익광고를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매출 향상과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토브는 택시 지붕에 붙이는 갓 표시등 대신 인터넷이 연결된 고화질 29인치 LCD모니터를 설치해 지역, 유동인구, 시간, 날씨 등에 맞는 광고를 표출하는 것을 사업 모델로 한다. 모바일 인터넷과 디스플레이의 발전 등 기술의 진보로 나온, 예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이동형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모토브의 택시표시등은 양쪽에서 보이는 2개의 29인치 화면뿐 아니라 앞뒤로 빈차, 예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표시등이 달려 있다. 그리고 무려 32개의 IoT 센서를 탑재했다. 온도, 습도, 미세먼지, 위치, 자외선 지수, 속도, 유동인구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광고를 제공한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도시 곳곳의 정보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수집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 플랫폼이 된다는 것이 매력이다. 예를 들어 여고가 있다고 해보자. 등교시간에는 여고생 유동인구가 많아지지만 이후에는 일반적인 거리의 모습이 된다. 또 하교시간이 되면 유동인구가 변한다. 모토브 택시표시등은 실시간으로 유동인구를 파악하기 때문에 여고생에 맞춘 광고가 전달된다. 또 특정 조건에 맞춰서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 화장품 광고주의 경우 자외선 지수가 70 이상 될 때 자외선 차단제 광고를 내보내 달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원래 택시표시등에 이런 식으로 전광판 광고를 붙이는 것이 불법이다. 그럼에도 모토브가 어떻게 이런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는지 물어봤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경영정보학 석사를 마친 임 대표는 한국에 돌아와 2007년 첫 창업을 했다. 온라인쇼핑몰을 위한 솔루션이나 음식점 프랜차이즈를 위한 POS시스템, 퀵서비스·대리기사·택배를 위한 관제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일을 했다. 그러면서 바쁘게 운행하는 택시를 위한 정보송출 및 결제 시스템 등의 기술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그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2012년부터 2년간 뉴욕 택시의 관제서비스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뉴욕에서는 택시에 광고판을 붙이고 운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택시 내부에 스크린을 붙여서 동영상 광고를 보여주기도 하고요. 이런 모습을 보면서 택시 지붕에 실시간 광고판을 붙인다면 큰 비즈니스가 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미국의 택시전광판은 해상도가 떨어지는 조잡한 수준이었다. 임 대표는 한국에서라면 좋은 국산 디스플레이로 훨씬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업을 위해 2016년 아예 새로운 법인으로 모토브를 설립하고 2017년 대전에서 테스트를 시작했다. 왜 대전이었을까. “처음부터 서울에서 시작하는 것은 부담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작은 지역에서 하기는 어렵고 광역시 정도는 돼야 하는데 대전이 적극적이었습니다.”
규제가 없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규제부터 풀어야 했다. 임 대표는 행정안전부와 대전시를 설득해 ‘택시표시등 디지털 광고’ 시범사업 허가를 받아냈다. 대전시 개인택시 200대가 참여해 테스트베드로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보기에는 쉬워 보이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디스플레이라는 예민한 하드웨어를 자동차 바깥에 장착하고 눈과 비에 노출해 달려야 하죠. 여름에는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고, 겨울에는 영하 20도까지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항상 진동상황에 노출돼 있죠.”
처음에는 튼튼하게 만들다 보니 보기에 안 좋다는 얘기도 들었다. 1년 반 동안 계속해서 제품을 개선해나갔다. 디자인도 뛰어나고 콘텐츠 전달이 잘되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리고 2019년 1월 인천에서 시범사업 허가를 받았다. 더 나아진 제품으로 인천에서 300대를 운행했다.

규제 완화로 서울에서 200대 시범사업 중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외부 투자를 받기는 너무 어려웠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약 50곳의 벤처캐피털에서 거절당했습니다. 직접 만난 게 그 정도고 연락한 곳은 훨씬 더 많았죠.”
투자사 입장에서는 택시표시등 디지털 광고 사업이 아직 시범사업에 지나지 않은 데다, 하드웨어 투자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광고만으로 그 비용을 회수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고 임 대표는 말했다. “역시 서울에 들어가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큰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야죠.” 모토브는 결국 올해 4월 서울시 택시표시등 광고 시범사업 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다만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는 동영상이 아닌 정지화면으로 표시하며, 야간에는 주간보다 휘도를 낮게 표시해 빛 공해가 유발되지 않도록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렇게 해서 모토브의 택시표시등이 최근 서울에 200대 입성하게 된 것이다.
해외에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중이다. 구글벤처스(GV)가 투자한 파이어플라이라는 스타트업은 벌써 600억 원 이상 투자를 받아 택시, 승차공유 차량을 위한 광고스크린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우버, 리프트 등의 승차공유 회사들도 관련 회사들과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기사들의 수입을 보충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50곳 이상의 투자사에서 거절을 당했던 임 대표지만 이런 성과에 힘입어 최근 알토스벤처스, TBT, 스파크랩스에서 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모토브는 이 자금으로 연말까지 서울에서 1천대 이상의 택시에 LCD표시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동시에 대형 광고대행사와 광고상품을 협의 중이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생활습관, 이동 방법이 변하고 있다. 변화하는 사람들의 동선에 맞춘 정교한 광고매체의 등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모토브는 이런 혁신적인 모빌리티 미디어 광고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자부한다. 특히 풍부하고 편리한 택시시스템과 안정적인 모바일 통신인프라, 1천만 명의 인구를 갖춘 서울은 디지털 택시표시등 사업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테스트베드다. 모토브는 서울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전 세계에 진출하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도 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과 한 창업가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맞물려 탄생한 택시 디지털 표시등을 혹시 길에서 만나게 되면 눈여겨봐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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