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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금융 선두주자 8퍼센트, 세상에서 가장 쉬운 중수익 투자상품 만들 것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2017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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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핀테크 열기가 막 시작된 2014년 말, 한국 페이스북에 개인 간의 대출과 투자를 중개한다는 ‘8퍼센트’라는 회사 광고가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막 상장한 핀테크 대표주자인 렌딩클럽을 벤치마킹했다는 회사였다. 한 페이지짜리 홈페이지에 투자상품이 겨우 하나 떠 있었는데 이걸 보고 믿을 수 있는 회사인지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8퍼센트는 대부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대출을 중계해줬다는 이유로 2015년 2월 금융감독원의 요청으로 웹사이트가 차단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핀테크규제로 피해를 본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기도 했다.


당시 처음으로 가진 핀테크업계 모임에서 지나친 규제를 풀어달라고 울먹이면서 호소하던 이효진 대표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사이에 8퍼센트는 약 800억원의 누적대출액을 기록한 한국 핀테크 스타트업의 대표주자 중 하나로 당당하게 성장했다. 첫 아이의 임신과 함께 집에서 홀로 시작한 회사는 이제 광화문의 6번째 사무실에서 36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그리고 이제 딸도 두 돌이 지났다. 3년도 안 되는 사이에 회사와 가정 양쪽에서 모두 치열하게 달려온 것이다. 이번에는 급성장하는 핀테크업계에서 흔치 않은 여성창업가로 주목받고 있는 이 대표를 만나봤다.


중금리시장 없던 한국에서 P2P대출 대중화 확신
학고등학교를 거쳐 포항공대 수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졸업 후 우리은행에 입사해 8년 동안 근무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은행에서 또 가장 인기 있는 트레이딩 업무를 담당했다. 그런데 항상 새로운 일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운이 좋은 편이었지만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의를 많이 느꼈습니다. 쳇바퀴 돌 듯 하는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은행이란 곳이 너무 단조로운 일상의 연속이며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었거든요.” 그래서 2014년에 무조건 회사를 그만뒀다. 다음에 무엇을 할지 정한 상태도 아니었다. 백수상태로 놀았다. 그러다가 P2P(Peer to Peer)대출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


P2P대출은 자금이 필요해 대출을 원하는 개인과 투자를 원하는 개인을 인터넷을 통해 연결해주는 새로운 금융플랫폼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직거래하기 때문에 기존 금융기관보다 대출자는 더 낮은 금리를 받을 수 있고, 투자자는 은행보다 더 높은 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는 연체가 발생하면 투자원금을 잃을 위험도 있다. 하지만 대출자 개인의 신용을 핀테크알고리즘 기법을 통해 면밀히 관리하고 투자위험을 다양한 상품으로 분산시키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 P2P금융회사의 설명이다. 물건은 물론 개인 간 서비스, 심지어 남는 방까지도 인터넷을 통해 거래하는 플랫폼이 넘쳐나는 시대에 어찌 보면 P2P금융의 등장은 필연인지도 모른다.


P2P대출의 가능성에 매혹된 이 대표는 당시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렌딩클럽을 방문했다. “수소문해 보니 한국 사람이 한 분 계시더라고요. 회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과 기존 금융기관과는 달리 아주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렌딩클럽을 보고 돌아온 이 대표는 P2P대출이 한국에서도 대중화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한국은 중금리시장이 없습니다. 개인이나 소상공인 입장에서 은행의 문턱이 높아 고금리대출회사가 아니면 돈을 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출의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또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은행의 금융상품보다 만기, 이자율 등이 명시된 P2P상품은 설명하기가 훨씬 쉬워 투자자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비록 홈페이지가 차단당하는 아픔도 겪었지만 그 덕분에 8퍼센트는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렌딧, 펀다, 어니스트펀드 등과 함께 P2P금융 분야에서 선두그룹을 형성하며 성장했다. 2015년 말 P2P대출업에 대한 창업투자회사의 투자제한이 풀리면서 8퍼센트는 DSC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지금까지 약 14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소액 분산투자, 단기 대출상품 등으로 서비스 차별화
개인적으로 필자도 올 초부터 8퍼센트를 통해 목돈을 투자하고 있다. 기껏해야 이율이 2% 정도인 은행예금에 비해 9% 가까운 평균투자수익을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에 있는 3,600여개의 투자상품을 면밀히 검토하고 직접 투자할 수도 있고, 내 투자성향을 입력해 알고리즘에 따른 자동분산투자에 맡겨도 된다. 8퍼센트가 알아서 다양한 투자상품에 1만원 단위로 나눠 자동투자해주기 때문에 손해를 볼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필자도 바빠서 일일이 투자상품을 판단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8퍼센트 자동투자에 맡기고 있다. 이 대표는 “아무 고민 없이 괜찮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중수익 투자상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8퍼센트의 주요 고객층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30~40대 남성층이다. 평범한 금융상품보다 새로운 재테크방법을 찾는 얼리어답터라고 할 수 있다. 이 고객층을 20대나 여성층까지 확대해나가는 것이 8퍼센트의 숙제다.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빠른 성장을 이뤄낸 8퍼센트였지만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정부의 규제였다. 어느 타이밍에 어느 정도로 규제안이 나올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P2P대출 가이드라인은 일반 개인투자자의 투자한도를 연간 1천만원으로 제한하고, 대출자에게 회사의 자기자본으로 먼저 대출해주는 선대출을 금지했다. 이 대표는 “고객들이 P2P대출이 당국에서 투자한도를 겨우 1천만원으로 제한할 정도로 위험한 상품이었냐고 놀란다”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소비자 편의를 직접 제한하는 규제는 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P2P대출업체들이 기존에 없던 중금리시장에 들어가 시장을 개척했는데 정부는 은행에 자금을 지원해 비슷한 중금리상품인 사잇돌 대출을 만들었다”며 “기존 은행을 지원하는 것보다 새로 시장을 개척하는 스타트업들을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규모가 큰 기존 업체들보다 새로 시작하는 스타트업 편에서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 대표는 창업 이후 항상 서비스 차별화를 고민하며 성장하고 있다.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계속 쌓고 분석해 보다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만원 단위 소액으로 분산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3년인 대출상품의 장기투자 부담을 줄이고자 1년만기 대출상품을 내놓는 등 지속적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출자들을 위해서도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다른 곳에서 더 좋은 대출금리를 받으면 수수료까지 돌려주는 최저금리보상제를 시작하기도 했다.


여성창업자로서 경영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냐고 묻자 “부모님과 시댁 등 모두 도와주셔서 어떻게든 해나가고 있다”며 “보다 많은 여성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충하고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고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이효진 대표의 8퍼센트가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할지 주목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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