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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 훔치는 모바일 동대문시장 ‘지그재그’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2018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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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한국 20대 여성들의 필수앱이라고 할 수 있는 지그재그를 만든 크로키닷컴 서정훈 대표의 창업스토리를 소개한다. 지그재그는 동대문 여성패션 온라인소호몰을 한곳에서 모아서 보고 쇼핑도 할 수 있는 앱이다. 여성모바일쇼핑몰을 북마크할 수 있는 기능으로 시작해 2천여개의 여성쇼핑몰과 700여개의 잡화쇼핑몰이 제공하는 480만개의 상품 중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옷과 액세서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앱으로 성장했다.

 

시행착오 끝 탄생한 지그재그20대 여성 2명 중 1명이 사용

남자인 나는 지그재그의 장점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열혈 사용자인 여성들에게 어떠냐고 물어봤다. 대부분 지그재그를 한번 쓰기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보게 된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지그재그로 옷 구경하다가 모바일데이터 한도를 다 소진할 정도라는 것. 이런 인기 덕분인지 지난 연말 앱다운로드 수가 1천만을 돌파했다. 매달 열심히 쓰는 사용자가 200만명으로 한국의 20대 여성 2명 중 1명은 쓴다고 해도 될 정도다.

이런 대박 히트앱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없다. 2012년 창업에 뛰어들어 벌써 6년이 넘은 서 대표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그재그를 만들어냈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가 최장 1년까지 공을 들여 개발한 아이템들은 잘 안 됐고, 일상 속에서 필요성을 느껴서 열흘 만에 만들어 내놓은 제품들은 좋은 반응을 얻으며 성공했다는 점이다.

물리학과 출신으로 대학원에서 미디어를 전공한 서정훈 대표는 토이스토리를 보고 픽사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그러다가 디지털아리아라는 벤처기업에 21번째 병역특례 직원으로 입사했다. 그런데 병역특례 기간 동안 회사가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그래서 그 회사에 남기로 했다.

2008년 디지털아리아의 자회사 라일락을 분사해서 맡게 됐다. 처음에는 팀만 세팅하고 본사로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책임감에 대표를 맡게 됐다.

이 자회사를 키워서 누적매출 100억원을 만들었습니다. 창업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그는 같이 일하며 신뢰하던 엔지니어를 설득해 크로키닷컴을 공동창업했다.

첫 창업아이템은 스포츠팀이 쓰는 SNS였다. 처음부터 글로벌 제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영국과 미국의 스포츠팀 코치들에게 접촉해 아이디어 피드백을 받으며 개발에 임했다.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일년 동안 개발해 내놨다. 대박이 날 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다.

“30명이 있는 영국팀에 아이폰, 안드로이드 알파테스트(내부테스트) 버전을 제공했는데 3~4명밖에 설치를 안 했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아직도 대부분이 블랙베리를 쓰고 있던 거예요. 고객조사도 제대로 안 하고 개발했던 것이죠. 정말 바보 같았습니다.”

초보창업자로서 시행착오를 겪은 서 대표는 빨리 실패를 인정하고 돌파구를 찾았다. 나이키코리아에 찾아가 스포츠팀을 위한 SNS앱인데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나이키에선 마침 이렇게 앱을 잘 만드는 팀을 찾고 있었다며 서비스를 샀다. 매년 2억원씩 3년간 써줬다. 나이키가 생존의 구세주였다.

예기치 않은 일은 또 있었다. 창업한 지 한 달 만에 아이폰에서 영어기사를 읽다가 모르는 단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사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어사전앱 비스킷11일 만에 만들어 공개했는데 정말 반응이 좋았다. 2013년 에버노트에서 주최하는 경진대회와 글로벌 K스타트업 대회 등에서 큰 상을 탔다.

 

원하는 상품을 쉽게 찾도록 도와주는 사용자 맞춤형 광고상품 인기몰이

3년째인 2014년이 가장 큰 고비였다. 6명의 팀원들이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일년에 3~4개를 시도했다. 하지만 서로 의견이 부딪쳐 결국 하나도 출시하지 못했다.

팀원들이 다 떠나고 2015년 초 다시 저와 CTO 둘만 남았습니다. 3년을 쓰고 출발점으로 돌아간 것이죠. 남은 돈을 나눠 갖고 그냥 대기업에나 취직할까 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쌓은 경험이 아까웠다.

욕심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무조건 글로벌로 가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한국시장에서 승부를 보기로 했죠.” 의식주 관련 아이템으로 가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후배를 통해 동대문을 알게 됐다.

새벽에 동대문을 가보니 그 에너지가 정말 좋았습니다. 젊고 훌륭한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뿜어내는 플랫폼이 동대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여기서 문제를 찾아 해결해보기로 했습니다.”

하루는 동대문 온라인쇼핑몰을 하는 사장과 술 한잔을 하고 사무실에 가봤다. 데스크톱 PC를 통해 고객이 어디서 들어오는지 보여달라고 했다. 고객유입 1등이 네이버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북마크라고 했다. 고객들은 자신의 단골 쇼핑몰을 북마크로 해두고 들어온단다. 그런데 모바일 유입이 거의 없었다. 모바일에서는 북마크를 안 쓰기 때문이란다. 그때 아이디어가 !’ 떠올랐다. 모바일에서 북마크 역할을 하는 서비스를 만들면 편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쇼핑몰 리스트를 만들어 열흘 만에 쇼핑몰 북마크 역할을 하는 앱을 베타테스트 버전으로 출시했다. 왜 이런 것을 만드냐며 주위 모든 사람들이 반대했다. 서 대표는 한 달간 마케팅해서 1천명을 모아볼 테니 나에게 기회를 달라고 했다. 한 달 뒤 그 사용자들이 얼마나 남았는지 열어봤다. 70%가 남아 있었다.

시장에 앱이 포화돼 더 나올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틈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정말 기뻤습니다.” 이후 고객과 소통하면서 신이 나서 개발해 4개월 후 정식 버전을 출시했다. 별점 하나를 주면서 욕하는 고객도 고마웠다. 그래도 써주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빠른 성장을 위해서 20161월 알토스벤처스에서 30억원을 투자받았다. 첫 번째로 외부에서 받은 투자였다. 20174월 말 70억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잘된다고 소문이 나니 시장에 카피캣이 10, 20개는 나온 것 같습니다. 겉으로 보면 따라하기 쉬운 서비스처럼 보입니다만 진짜 핵심가치를 따라서 만들어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인기에 비해서 매출을 전혀 내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료를 받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가 실패를 거듭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부터 사용자의 취향에 맞춘 개인형 광고상품을 쇼핑몰들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용자가 어떤 옷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기 때문에 가능한 광고상품이었다. 이번에는 예상이 적중했다. 광고상품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당분간 더 투자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회사운영이 안정화됐다.

서 대표는 계속 여성쇼핑몰 한 우물만 파려고 한다. 이것만 해도 굉장히 큰 시장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옷들이 매일 엄청나게 쏟아져 나옵니다. 우리의 미션은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쉽게 찾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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