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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고수 매칭 플랫폼 ‘숨고’···“실력 있는 고수에게 공평한 기회를”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2018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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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아들이 베이스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개인레슨을 받고 싶다는 것이다. 동네에 음악학원이 어디 있나 생각을 하다가 ‘숨고’라는 서비스가 있는 것을 떠올렸다. 한번 시험해보기로 했다.
아들과 숨고 홈페이지(soomgo.com)에 들어갔다. 베이스기타로 검색하니 바로 베이스기타 레슨 페이지가 나온다. 기타를 얼마나 쳐봤는지, 나이는 어느 정도인지, 레슨을 받는 목적이 무엇인지, 악보를 읽을 수 있는지, 악기를 가지고 있는지, 개인레슨을 원하는지 그룹레슨을 원하는지, 얼마나 자주 받을지, 어디서 받고 싶은지 등의 질문을 스무고개 넘듯이 술술 해나갔다. 그리고 이름,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끝났다. 그렇게 견적 요청서를 보내자마자 30분도 되지 않아 아들의 이메일로 ‘숨은 고수’ 5명의 견적서가 도착했다. 아들은 기타선생들의 자기소개서와 레슨 가격표를 읽어본 뒤 원하는 선생님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재미있게 매주 레슨을 받고 있다.


등록된 고수만 12만명···회원가입 절차나 수수료 없이 연결해줘
필자는 처음에 많은 한국 사이트가 그렇듯 숨고도 복잡한 회원가입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연결된 선생님에게 레슨비를 지불하는 과정에서 두툼한 수수료를 떼가는 것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숨고는 회원가입을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그냥 질문에 쓱쓱 답하다 보니 좋은 선생님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숨고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레슨비를 선생님에게 바로 지불하고 있다.
이런 흥미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낸 스타트업이 ‘숨고’다. 숨고를 통해서 발송된 견적요청서가 70만개가 넘고, 등록한 고수도 12만명이 넘는다. 이사, 청소, 결혼 등 도움이 필요한 많은 일에 빠르고 정확하게 전문가를 소개받는다.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숨고를 통해 누군가를 소개받아 뭔가를 배우고, 자신의 기술을 이용해 남에게 도움을 주고 돈도 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불황 속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도대체 누가 이런 유용한 플랫폼을 만들어냈을까. 이런 호기심에 숨고의 김로빈 대표를 만나봤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교포 출신이다. 2007년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왔다. LG전자에서 일하기도 했고 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11년 음식배달앱 ‘요기요’를 만든 알피지코리아에 합류해 경험을 쌓았다. 여기서 모바일서비스가 쑥쑥 크는 것을 보고 2014년 12월에 공동창업자 2명과 함께 숨고를 직접 창업했다. 본인이 두 번이나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까지 경험한 김환 CTO(최고기술책임자)와 SK플래닛, 쿠팡 등을 경험한 강지호 CPO(최고제품책임자)가 합류했다.
처음에는 집에 와서 청소를 해주는 클리닝서비스를 모바일을 통해 바로 주문하는 온디맨드 서비스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6개월 만에 청소 이외에 다양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오픈마켓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했다. 그에게 숨고 창업동기를 물어봤다.
“한국은 IT가 무척 발전한 나라잖아요. 그런데 IT를 통해 기회가 생겨야 하는데 프리랜서나 중소기업들이 잘 사용할 수 있는 IT 마케팅 도구가 별로 없습니다. 비싼 키워드 광고를 하거나 별 효과가 없는 전단지 같은 것을 돌릴 수밖에 없어요. 결국 자본금이 많아서 돈을 많이 쓸 수 있는 곳이 이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을 바꾸고 싶었어요.”
김 대표는 “돈이 없어도 실력이 있는 숨은 고수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공평한 기회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능력이 있어도 인력파견업체 같은 곳을 통해서 일을 구하면 중간에서 수수료로 20~30%를 떼갑니다. 서비스를 구하는 쪽에서도 누가 오는지도 모르고 돈을 내야 하죠. 너무 불공평한 일입니다. 양쪽에 정보를 제공해 공평한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숨고는 그래서 수수료 모델을 지양한다. 대신 ‘숨은 고수’는 숨고에 월정액 멤버로 약 2만4,500원을 내고 가입하면 한 달에 20번까지 서비스 요청에 대한 견적서를 보낼 수 있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용자들의 리뷰가 쌓이게 되고 그 평판을 통해서 일거리를 더욱 늘릴 수 있다.


에어비앤비도 거쳐간 실리콘밸리 YC 프로그램에도 선발돼
프라이머, 본엔젤스 같은 초기 투자사의 투자를 받고 성장한 숨고는 지난 4월에 약 36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기도 했다. IMM인베스트먼트 등 국내외의 좋은 투자사들이 많이 참가했다. 숨고는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실리콘밸리의 와이콤비네이터(YC) 프로그램에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선발된 스타트업으로도 유명하다.
YC는 2005년 폴 그램 등이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일종의 ‘스타트업 사관학교’다. 매년 두 번씩 전 세계에서 신청을 받아 약 100팀씩 선발한다. 선발된 초기 스타트업에 1억원 정도를 투자하고 7% 정도의 소액지분을 확보한다. 그리고 이들이 실리콘밸리로 오게 한 다음 3개월 동안 최고의 멘토들이 달라붙어 빠르게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도록 도와준다. 그런 다음 3개월 뒤에 일종의 졸업식인 데모데이를 개최한다. 이 데모데이에는 실리콘밸리의 내로라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VC)들이 참석한다. 선발된 스타트업이 후속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동안 YC를 거쳐간 스타트업만도 약 1,600개 이상이며 그중에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같은 수조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유니콘 스타트업도 많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미미박스, 센드버드, 미소, 시어스랩 등의 스타트업이 YC를 거쳤고, 숨고는 지난해에 다녀왔다.
이 프로그램에 다녀와서 무엇이 바뀌었냐고 물어봤다.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YC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에어비앤비 창업자, 드롭박스 창업자 같은 사람들이나 최고의 VC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해줍니다. 사업을 키우는 데 있어 제 시야와 인맥이 훨씬 넓어졌습니다.”
그는 또 실리콘밸리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차이에 대해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본인의 실패를 감추기에 급급한 것과 달리 실리콘밸리에서는 자신의 예전 실패담에 대해 부담 없이 공유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한국도 많이 바뀌고 있지만 실패를 감수할 수 있는 문화가 있어야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개인의 창의력을 서로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일은 기계가 하고 사람은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서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의 재능을 쉽게 나누고 교환하며 돈도 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숨고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플랫폼이다. 당장 필자부터 숨고를 통해서 부족한 부분을 배울 수 있는 ‘독선생’을 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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