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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만 더 시켰더라면!?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KDI 겸임연구위원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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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중에 폭격 임무를 띠고 출격한 전투기들이 기지로 돌아왔을 때 곳곳이 총구멍으로 뚫려 있는 경우가 많았다. 주로 어디에 구멍이 났는지를 조사해보니 〈그림〉에서처럼 특정 부위에 집중돼 있었다. 이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기지 사령관은 구멍이 많이 나는 부분에 보강재를 입혀서 전투기의 내구성을 높이라고 지시했다. 이러한 지시는 타당한가?
이것은 행태경제학에서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을 설명할 때 흔히 드는 예다. 여기서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은 조사보고서가 살아서 돌아온 전투기들만을 관찰한 결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 총탄을 맞아서 격추된 전투기들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총구멍이 생겼는데도 생환한 전투기들은 그 부위가 치명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따라서 조종사들의 안전을 위해 전투기를 보강하려면 오히려 총구멍이 발견되지 않은 부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생존자 편향은 사교육 시장에도 존재한다. 학부모들 사이에 어느 집 아이는 좋은 학원을 쭉 다녀서 명문대 입학에 성공했다는 얘기가 돈다. 학원들도 명문대에 입학한 수강생 명단을 크게 광고한다(이 중에는 정식 수강생뿐 아니라 3~4일간 면접특강만 들었던 학생까지 포함해 부풀린 경우도 있다). 


명문대 합격생들의 사교육 성공담, 전형적인 생존자 편향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전국 고등학생 중 절반이 넘는 학생들(2017년 기준 55%)이 사교육을 받고 있다. 학원 재수생까지 생각하면 수험생들의 사교육 의존도는 훨씬 더 올라갈 것이다. 이들은 얼마나 목표를 이루고 있을까?
2017년 수능 사회탐구 선택 현황을 기준으로 29만120명을 인문계열(문과) 수험생 수로 간주할 때, 전통의 상위 3개 대학(이른바 ‘SKY’)의 인문계열 정원 4,671명에 들어가려면 전국 1.61%에 들어야 한다. 좋다는 학원에 다니고도 목표를 이루지 못한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 압도적 대다수인 이들의 사교육 실패담보다는 바늘귀 경쟁을 뚫어낸 극소수의 명문대 합격생들의 사교육 성공담이 사교육의 위력에 대한 증거가 된다. 전형적인 생존자 편향이다. 이런 편향과 함께, 또는 이런 편향에 빠진 경우가 아니더라도 학부모들을 사교육에 집착하게 만드는 요인이 또 있다. ‘부모로서 해줄 건 다 해줬다’라는 심리로 나중에 찾아올지 모르는 후회 또는 원망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필자가 대학시절에 했던 과외교습 아르바이트 경험 중에 잊히지 않는 첫 대면이 있다. 그 고등학생의 엄마는 “솔직히 우리 아이가 공부는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그러나 나중에 원망을 듣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시키는 겁니다”라는 말을 털어놓았다.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려면 할아버지의 재력(아빠 재력으로는 부족하단다), 엄마의 정보력, 아이의 체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다. 왜 아이를 그렇게 사교육으로 굴리느냐고 아빠가 한마디 하면, “당신은 모르면 잠자코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이렇게 사교육을 신봉하게 된 배후에는 학원 정보에 밝은 이웃집 ‘돼지엄마’도 있고, 공포 마케팅에 능한 학원 상담실장도 있고, 아이를 학원에 보내라고 조언하는 학교 교사도 있다. 생존자 편향, 장삿속, 학원이 지배한 입시 위주 교육에서 느끼는 무력감 등이 팽배해 있다.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집에 이런 사교육 신봉이 전파되면 부모의 가슴은 더욱 아플 수밖에 없다. 명문대를 보낼 수 있는 확실한 길이 저기 있는데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 그걸 못해주는 것처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필자는 사전적인 기대나 누구의 요청도 없이 중립적 연구자로서 다양한 자료를 최대한 수집해 사교육의 효과성을 다각도로 분석해봤다. 분석 결과 사교육의 효과에 그리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었다(이때의 효과는 통계적인 유의성이 검증된 평균적인 효과를 말하며, 개인과 지역에 따라서는 효과가 좀 더 크게 나타날 수도 있고 전혀 없을 수도 있다).
우선 사교육 시간 증가에 따라 성적은 비례적으로 상승하기보다 향상 폭이 줄어드는 체감 현상을 나타냈다. 또한 학년이 올라가면서 사교육 시간 및 사교육비의 증가에 따른 성적 향상효과는 더욱 줄어들었다. 성적 향상효과도 주로 그해의 단기적 효과에 그쳐, 과도하게 진도를 앞서가는 선행 사교육의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그리고 사교육이 성적을 향상시키는 실제 효과는 외견상의 효과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추정됐다. 흔히 범하는 오류는 사교육을 받는 학생과 받지 않는 학생의 성적을 단순 비교한 결과나 사교육비 지출액별로 학생의 성적을 단순 비교한 결과를 놓고 그것을 사교육의 효과로 간주하는 것이다. 모든 학생이 랜덤하게 사교육을 받고 있지 않다는 점, 특히 한국에서는 명문대가 사정권에 있는 공부 좀 하는 학생일수록 더 많은 사교육비를 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교육의 효과는 단순 비교에 의해 과대평가되기 쉽다. 이런 문제를 고려해 보다 엄밀한 방법으로 사교육의 효과를 추정할 경우, 사교육비 지출의 효과는 단순 비교 때에 비해 수학이 약 10분의 1로, 영어는 약 5분의 1로, 국어는 약 2분의 1로 감소했다. 이러한 사교육 효과의 과대평가 문제는 그 후 다른 자료를 사용한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서도 확인이 돼왔다.


자기주도학습, 사교육보다 수능점수 향상효과 더 높아
한편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은 사교육보다 수능점수 향상효과가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가령 고교 학년별 사교육 시간과 자기주도학습 시간에 따른 국·영·수 수능점수의 상승 폭은 고 1 때 영어 사교육을 제외하면, 전 학년에 걸쳐 세 과목 모두 자기주도학습의 효과가 우세했다. 사교육 대비 자기주도학습의 효과는 고 3 때는 완전히 압도적이었고, 수학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이는 학생, 가정, 학교의 제반 특성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비교한 분석결과다.
다른 후속연구(강창희·박윤수, 2014)에서는 사교육비를 월 100만원 더 쓴 경우와 혼자 하루 1시간 더 공부한 경우를 비교했다. 그 결과 초등학교 때는 100만원 사교육비의 효과가 좀 더 컸다. 그런데 중학교 때는 혼자 1시간 공부를 더 하는 것의 효과가 컸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혼자 공부 1시간 더 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컸으며, 사교육비를 100만원 더 쓰는 것의 효과는 거의 없었다.
독자들은 이 글을 여기까지 읽고서도 여전히 의문스러울 것이다. 정말로 사교육은 별로 효과가 없는 것일까? 자녀 때문에 대치동으로 이사를 하는 교육전문가도 있지 않은가?
필자는 사교육과 방과후학교의 성적 향상효과를 통계청이 조사한 전국 단위의 자료로 비교해본 적이 있다. 교과 사교육과 방과후학교 교과수업의 금액당 성적 향상효과는 예상대로 방과후학교 쪽이 높았다. 방과후학교 수업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결과는 시간당 성적 향상효과도 사교육보다 방과후학교가 높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역별로 나눠보니 예외가 있었는데, 사교육이 번성한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사교육의 시간당 성적 향상효과가 방과후학교보다 높았다. 사교육의 질에도 지역 간 차이가 존재할 수 있는데, 전국 평균으로는 방과후학교 수업이 학원 수업보다 낫다고 볼 수 있지만, 사교육 특구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강남 사교육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대치동 학원가의 입시 경쟁력은 실제로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해서는 필자의 ‘교육의 경제학’ 수업에서 한 학생이 기말 에세이로 제출한 ‘대치동 사교육의 실태와 올바른 사교육의 방향’(가히 역작이었다!)이라는 글의 일부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참고로 이 학생은 초 1부터 고 3까지 12년간 대치동 사교육을 받아왔으며, 학원비로 총 1억5,446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했다. 최소 4개월 이상 다닌 학원만 포함한 것으로 1~2개월 다닌 학원은 빠져 있다고 하며, 물가상승률은 고려되지 않은 누적금액이다.
“강남권 일반고에서 상위 대학 진학을 위한 수시 전략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그 비중이 크다. 이런 상황은 내신에 특화된 사교육 시장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 문제는 점점 어려워지는데 학원에 다니지 않거나 족보 문제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아무리 수업 시간에 열심히 수업을 듣고 혼자 성실히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친구들에 비해 점수가 뒤처질 수밖에 없고 등급도 나오지 않는다.”
학생의 에세이는 이렇게 내신등급 경쟁이 치열한 강남권에서 학원의 내신 대비반이 갖는 위력을 인정한다. 또한 논술과 정시 수능에서도 출제 예측력이 꽤 있다는 것을 예를 들어가며 소개한다. 그러나 에세이는 다음과 같은 단락들로 대치동 사교육의 부작용과 악순환에 대해 얘기한다.
“강남 지역 학생들은 매우 이른 나이부터 사교육에 노출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흔히 다니는 영어, 수학 학원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수학 선행학습은 나중에 학생이 수학이라는 과목에 있어서 사교육에 쉽게 의존하도록 한다. 새로운 내용을 익히는 데 있어 너무 어릴 때부터 주입식 교육으로 훈련하다 보니 중학생, 고등학생이 돼서도 혼자서 수학을 공부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잡히지 않는 것이다. 보통 이과 수학에서 고난이도 문제를 잘 푸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이미 배운 내용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이다. 수학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문제만 보면 풀이법이 떠오르지 않지만 답지를 보면 왜 이걸 생각 못했을까 하며 머리를 치는 경우가 많다. 이건 지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이 부족해서다. 남의 도움으로 새로운 내용을 배우려는 자세부터 버려야 하는데, 이른 나이 때부터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는 쉽지 않은 부분이다.”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면서 중학교 때부터 내신 대비, 경시대회 등의 이유로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와서 그동안 공부했던 패턴을 끊기가 쉽지 않다.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충분히 기를 수 있는 중학교 시절에 학원 숙제에 치이고 사교육 수업을 따라가기 바빠 자신만의 공부법을 터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본인이 공부를 소화해야 하는데, 공부법 자체를 모르니 점수가 오르지 않고 그럴수록 더욱 사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삶의 자기주도성이 그 어느 세대보다 필요한 100세 시대
그리고 이 학생은 에세이를 준비하면서 고교 동기들, 같은 대학 학생들, 모교 교사 등을 인터뷰했다. 그중 의대에 진학한 고교 동기는 인터뷰에서 대치동 학원에 가는 대신 인터넷 강의를 활용하는 자기주도학습의 장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과목에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공부가 부족한 부분과 오개념을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막상 공부를 해도 내가 어느 부분에서, 어떤 이유로 점수가 나오지 않는지 알아채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 공부할 시간이 많아야 했던 것 같다. 또한 인터넷 강의를 듣다 보니 내가 이 개념이 완전히 이해됐는지 안 됐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학원에서는 물 흐르듯이 개념을 듣기 때문에 자칫 이해되지 않은 부분을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인강은 반복해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개념을 확실히 알고 갈 수 있었다. 특히 과학탐구의 경우는 거의 지식 싸움이다. 풀이법이든 개념이든 아는 것이 많아야 시간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물론 혼자 공부하면서 나태해질 때도 있고, 놀고 싶은 유혹에 빠질 때도 있었지만, 자기주도학습을 웬만큼 할 정도가 되면 학원을 다니며 체력과 시간을 소모하며 공부하는 것보다는 백배 나은 것 같다.”
필자의 실증연구에서는 사교육보다 자기주도학습의 경험이 많을수록 대학학점, 최종학력, 취업 후 시간당 실질임금 등 대학 진학 후의 성과가 높게 나타났다. 진학한 대학의 수준에 따라 학점 등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학과평균 수능점수가 같은 사람들끼리 비교한 경우에도 고교 때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 공부한 시간이 길수록 이런 중장기적 성과가 우월했다. 자기주도성이 발휘되지 않으면 안 되는 대학 공부와 취업 후 커리어를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결과다.  
지금 아이들은 100세 시대를 살 것이다. 자기의 긴 생애를 설계해나가는 삶의 자기주도성이 지금까지 살았던 그 어느 세대보다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격랑도 새로운 학습을 거듭하며 타 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세상을 성공적으로 살아갈 사람은 대치동 일타강사가 떠먹여준 덕에 명문대에 진학한 아이가 아닐 것이다. ‘생존자 편향’을 유발하는 원인이었던 그들이 실제로 살아갈 미래의 세상에서는 진정한 ‘생존자’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첨부파일 인적자본론.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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