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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먹거리는 국민 ‘기본권’

박정민 문화일보 경제산업부 기자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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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6일, 국내 전 지면매체의 1면을 장식한 것은 전날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광복절 축사가 아닌 대형마트의 텅빈 계란 매대 사진이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으로 안보가 위협받는 엄중한 상황이었기에 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는 다른 어떤 때보다 언론의 주목을 받을 법했다. 하지만 이날 한반도에서 전쟁은 불가하며 북한의 전쟁도발을 경고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신문지면 사이드로 밀어낸 것은 살충제 계란의 공포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내에는 살충제 계란이 없다”는 발표가 며칠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산 계란에서도 인체에 해로운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되자 정부는 긴급하게 계란의 유통을 일시 중단시켰다.



내 아이가 먹는 계란에 살충제 성분이 들어갔다는 뉴스에 모든 가정주부들은 분노했다. 전 국민의 대표 단백질 식품인 계란이 일부 몰지각한 산란계 농장주들의 무책임한 살충제 남용으로 오염됐다는 것만큼 국민들을 분노케 한 것은 정부의 부실한 먹거리 관리·감독이었다. 곧이어 농약·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인증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나왔으며, 이를 감독해야 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직원들이 인증업체로 이직했다는 뉴스가 터져 나왔다.


‘먹거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과하지 않은 표현이다. 국민들이 끼니를 거르는 시절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삶의 질을 중요하게 따지는 시점에서 국민들은 양질의 먹거리를 안심하고 먹기를 원한다. 소비자들은 중국산 농산물에는 손사래를 친다. 어떻게 재배했는지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국산 농산물을 선호한다. 내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면 그만한 가격을 치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같은 값을 치를 수 있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최소한 비싼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정부가 먹거리에 대한 안전은 담보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먹거리 안전이 헌법에 명문화돼 있진 않지만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된 점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것만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민주사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가가 존재한다는 기본 철학이 유효하다면 양질의 먹거리 또한 국가가 관리·통제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먹거리에 대한 불신은 시장의 자율성·효율성에만 생산·소비를 맡겨놓은 결과물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은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김장 채소는 항상 수급 불안정 상태에 놓여 있다. 매일 도시락 싸는 번거로움은 사라졌지만 학교급식에 제공되는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선 여전히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식품안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국가푸드플랜(Food Plan)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선 관리체계 수립이나 조직 구성, 사회적 합의 등 사전에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 소관 행정부처 간은 물론 시장의 이해도 구해야 한다. 정부 입장에선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젠 먹는 것만큼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국민들의 ‘아주’ 기본적인 바람을 떠올린다면 좀 늦었지만 서두를 필요가 있다.


첨부파일 이슈-박정민.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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