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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식량가격 폭등이 계기…런던·뉴욕 등 전 세계 대도시들이 주도

허남혁 전 지역재단 먹거리정책·교육센터장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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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이 국가 또는 도시 차원에서 먹거리 계획을 수립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2007~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식량가격 폭등에 따른 세계적 위기사태(global food crisis)를 겪으면서였다. 지난 100년간 농업생산성의 폭발적 증대로 누릴 수 있었던 소위 ‘저가식량의 시대’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의 상시화, 바이오연료와 중국 육류소비 증대로 인한 식량작물의 수요증가 등 복합적인 구조적 요인들로 종말을 고했다는 것이다. 값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수입식량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국의 농업생산기반을 되돌아보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좁혀보자는(로컬푸드 직거래, 도시농업 확대) 취지였다. 이러한 동력은 공급 측면에서 기인한 것이다.


두 번째 동력은 수요 측면이다. 21세기 들어 비만과 당뇨 같은 비전염성 질환(NCD)이전 세계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국민보건과 건강유지의 사회적 비용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좀 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보건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대두됐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에서 미셸 오바마 영부인이 전력했던 사회적 실천은 아동비만을 줄이기 위한 학교급식 식단개선, 로컬푸드와 텃밭교육 강화였다. 특히 아동과 저소득층에 부족한 과일과 채소를 국가가 좀 더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됐다. 2010년 수립된 프랑스 국가식품프로그램(PNA)의 제1축 역시 사회적 취약계층을 비롯한 국민 모두가 건강하고 질 좋은 먹거리를 누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 동력은 지속 가능성 측면이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의 Goal 2가 바로 지속 가능한 농업과 먹거리 분야다. 먹거리 생산과 소비가 경제적 생산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포용성과 환경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먹거리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모든 과정(푸드시스템)이 생태계와 공존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쪽으로 전환돼야 한다.


영국과 프랑스 외에도 호주(국가식품계획 2013)와 일본(먹거리 미래비전 2010)이 국가차원의 푸드플랜을 수립했다. 그런데 아래에서부터 먹거리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를 모아 계획을 세우고 거버넌스를 갖추게 되는 동력은 실은 국가가 아니라 도시 차원에서 촉발됐다. 이미 1990년대부터 북미 도시들에서 먹거리정책위원회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 지속 가능성, 시민 건강문제와 글로벌 식량위기 대응을 위해 런던, 뉴욕, 토론토, 밴쿠버 등 세계적인 대도시들이 푸드플랜을 수립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2015년 서울을 포함한 전 세계 117개 도시가 서명(현재 160개)한 밀라노 도시먹거리정책협약(MUFPP)의 체결로 결실을 맺었다.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도시 푸드시스템 구축이라는 기치 아래 6대 분야 37개 정책과제가 구체적으로 도출됐다. 이는 앞으로 유엔 SDG와 함께 전 세계 국가와 도시들이 따라야 할 국제적 표준이자 목표로 작동할 것이다(서울은 올해 먹거리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먹거리시민위원회를 구성했다). 국가푸드플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가를 구성하는 지역들의 자발적이고 창조적인 정책과 시민사회 운동이 절실하다는 점을 이러한 국제적 추세가 잘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도 국가 농업발전 계획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국가푸드플랜은 우리의 식탁이 농업정책뿐 아니라 환경정책, 사회정책, 보건정책 등 훨씬 다양한 정책과 관련돼 있으며, 따라서 다양한 부처와의 협력이 절실함과 동시에 식탁에 대한 국민들의 민감도에 걸맞게 시민참여와 민관 거버넌스 방식으로 진행돼야 함을 시사한다.


첨부파일 이슈-허남혁.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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