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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정지우 파이낸셜뉴스 차장대우2018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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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12일 퇴근 무렵 한반도 지축이 요동쳤다. 정확히는 경주를 중심으로 한 경북 동쪽이지만 수도권, 충청, 전라 지역의 일부 예민한 사람들도 느낄 정도의 흔들림이었다. 이날 오후 7시 44분~8시 33분 경주시 남남서쪽 9km와 8km 지점에서 규모 5.1과 5.8의 지진이 두 차례 발생했다. 지진이 원래 예고가 없는 재난이긴 하지만 안전한 한반도라는 예상을 깨고 큰 위력으로 들이닥치자 나라는 혼란에 빠졌다. 건물 곳곳은 금이 가고 담벼락이 무너졌으며 상가 유리창이 산산조각 났다. 인터넷 메신저와 전화는 한때 먹통이 됐고 놀란 시민들이 뛰어나온 데다 지진 파편이 쏟아지면서 퇴근길 도로 곳곳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사실 그동안 지진은 다른 나라의 재난일 뿐이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안타까운 마음은 있었어도 내 가족, 내 나라의 이야기로 다가오진 않았다. 솔직히 그랬다.
경주지진은 1978년 우리나라 기상청이 계기지진관측을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기록을 보니 1980년 1월 8일 평안북도 서부 의주~삭주~의성의 규모 5.3을 뛰어넘는 수치였다. 2004년 경북 울진 동쪽 80km 해역과 1978년 충북 속리산은 규모 5.2였다. 그래도 경주지진은 해일로 이어지지 않았고 피해 상황도 수습이 가능할 정도였다. 일부 전문가와 정부는 언론을 통해 “더 이상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여진이 640여 차례 계속됐으나 큰 규모는 없었고 사람들도 불안에서 벗어나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 11월 15일 규모 5.4의 강진이 또 다시 발생했다. 이번엔 경주 인접 도시인 경북 포항시에서 북쪽으로 9km 떨어진 지점이다. 경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깊이 3~7km 땅속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경북은 물론 전국 대부분 지역 사람들도 지진을 감지할 수 있었다. 혼란은 더 컸다. 기업들은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을 일시 중단했고 포항 주변지역인 부산~김해 경전철이 7분간 멈춰 섰다. 재난본부로 접수된 피해신고 수도 대폭 늘었다. 정부가 포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선포하며 신속한 지원에 들어갔으나 지진 이재민의 고통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다.
경주와 포항 지진으로 ‘한반도=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동안은 흔치 않아 뉴스가 됐던 지진이 이젠 규모 2.0~3.0이면 관심도 받을 수 없는 평범한 일상이 됐다. 지진 등에 대비할 수 있는 재난용품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재난전문가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정도다.
더 큰 우려는 한반도 지층의 강도가 약해지면서 규모 7.0 이상의 초대형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헌에는 779년 3월 경주에 규모 6.7 지진이 발생해 집이 무너지고 수백명이 죽었다는 사실도 기록돼 있다. 한반도는 처음부터 안전지대가 아니었지만 인지하지 못했을 뿐인 셈이다.

다행히 정부와 전문가들도 상황을 새로 보기로 했다. 패닉을 막겠다며 무조건 국민을 안심시키는 대신, 정확한 지진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한 뒤 있는 그대로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국민도 두 차례 대형 지진을 경험한 만큼 이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지진 대피요령과 대피장소 등을 기본적으로 익혀두고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준비를 해야 한다. 지진은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는 천재지변이다. 따라서 정부 대책과 함께 개개인의 적절한 대비만이 이런 재난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첨부파일 이슈-정지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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