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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방재 대책, 지하에 숨은 활성단층 조사부터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2018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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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5일에 발생한 규모 5.4 포항지진은 1978년 시작된 국가 지진관측 이래 역대 두 번째에 해당하는 큰 지진이다. 가장 큰 지진으로 기록된 2016년 규모 5.8의 경주지진 이후 1년여 만에 또다시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한반도 내 잦은 지진 재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 결과, 이번 지진으로 92명이 부상당하고, 이재민이 1,300여명, 그리고 3만여건의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 전체 피해액은 550억원가량으로 경주지진 피해액 110억원을 크게 앞선다.
포항지진에서 경주지진을 능가하는 큰 피해가 나타난 이유로 상대적으로 얕은 진원 깊이를 들 수 있다. 경주지진은 지하 13km 깊이의 단층에서 발생한 데 반해, 포항지진은 지하 5km 깊이에서 발생했다. 더구나 포항지역 지표를 두껍게 덮고 있는 신생대 3기 퇴적층은 지진동을 더욱 증폭시키는 구실을 했다. 특히 건물에 영향을 미치는 0.5Hz 내외의 주파수에서 포항지진이 경주지진을 능가하는 에너지를 가진 점도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이다. 또한 포항지진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발생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포항지진에서는 액상화, 땅밀림 현상 등 지금껏 지진 발생 후 우리나라에서는 보고되지 않았던 2차 재해 유발 가능 인자들이 관측됐다. 이들 현상은 내진설계가 잘돼 있는 구조물이라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렇듯 포항지진은 지진에 견디는 견고한 건축설계 외에도 효과적인 지진 방재를 위한 다양한 숙제를 던져줬다.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진을 유발하는 단층조사가 무엇보다 우선이다. 단층조사는 향후 발생 가능한 지진 규모와 그 시기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경주지진과 포항지진의 예에서 보듯이 지진을 유발하는 단층이 지표에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하에 숨은 활성단층을 찾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간의 지표 단층 위주의 조사방식을 지양하고, 지진 발생 위치를 중심으로 한 지하 활성단층 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역사기록물에 남아 있는 큰 지진 피해를 가져왔던 수도권 지진의 경우 지진을 일으킨 단층이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 이들 단층 역시 지하에 숨은 단층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최근 발생한 중대형 지진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지진 유발 단층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가 요구된다. 지하 5km 아래의 깊은 단층 연구를 위해 탄성파 탐사, 지구물리 탐사 등이 활용될 수 있다. 단시간 내에 전 국토에 대한 조사는 무리일 수 있지만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연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경주지진과 포항지진을 겪으며 국민들의 지진에 대한 경각심과 지진 방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획일적인 내진성능 향상은 우리나라와 같이 지진이 빈발하지 않는 국가에서는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진이 빈발하지 않으나 중대형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국가이므로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방재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별 지진 위험도를 고려한 내진성능 구현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별 지진위험도 계산이 필요하고,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확인되지 않은 단층의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각 지역의 지질구조, 지표 구성성분, 고층건물과 인구밀도 등을 고려한 체계적인 내진성능체계 구축이 뒤따라야 한다. 


첨부파일 이슈-홍태경.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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