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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사물인터넷입니다”

권기대 나라경제 기자2014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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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이팬은 관절이 있는 팔을 움직여 계란 하나를 집더니 그것을 깨서 기름에 던졌다. 프라이팬 뒤에서는 커피 머신이 잔에 따뜻한 커피를 따르고 있었다. “자아 맛있는 콜롬비아 커피를 대령했습니다.” 커피 잔이 하는 소리였다. 잔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고 안데스 지방의 팬파이프 선율까지 흘러나왔다.


2002년 출간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무」 중 <내겐 너무 좋은 세상>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는 자신의 소설이 이렇게 빨리 현실이 될 거라고 예상하고 글을 썼을까? 소설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벌어졌다. 집안 살림살이들이 숨 쉬고 소통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일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등 11개국에서 에어컨·로봇청소기 등의 가전제품과 조명을 비롯한 생활제품을 스마트폰·웨어러블기기·스마트TV 등으로 제어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상용화한다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일상언어로 대화하듯 가전기기를 조종할 수 있는 홈챗 서비스와 세탁기·냉장고·광파오븐 등 고급 스마트 가전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베르베르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은 우리 생활 속의 모든 기기가 인터넷으로 연결돼 정보가 생성(센서)·수집(부품·디바이스)되고 공유(클라우드)·활용(빅데이터·응용SW)되는 기술·서비스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영어 머리글자를 따서 ‘IoT’라 약칭하는 이 용어는 1999년 MIT대학의 케빈 애시턴(Kevin Ashton)교수가 RFID(전자태그)와 센서가 사물에 탑재된 IoT가 구축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가전제품을 비롯해 나이키의 퓨얼밴드, 구글 글라스같은 웨어러블, 심지어 쓰레기통 같은 사물에도 통신기능이 접목되는 IoT 시대가 열리면서 새로운 시장이 계속 형성되고 있다.

 


IoT의 개념은 초기 RFID, 유비쿼터스에서 M2M(Machine to Machine), IoT를 거쳐 IoE로 진화하고 있다. 미 네트워크 통신회사 시스코(Cisco)에 따르면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기계, 통신장비, 단말기 등)은 2013년 약 100억개에서 2020년에 약 500억개로 비약적으로 증가해 모든 개체가 인터넷에 연결될(IoE; Internet of Everything) 것이라며, IoT 인프라의 급격한 확대를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는 우선 센서와 모듈 가격의 하락으로 경제성을 확보해 거래비용이 크게 떨어지고 통신 속도의 증가와 빅데이터 처리 기술도 발전하면서 전반적인 시장 환경이 성숙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정보기술 연구·자문 회사인 가트너는 지난해 2천억달러(약 205조원)였던 IoT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1조달러(약 1,027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통신 강국’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 생활가전 제품에 IoT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외하면 전멸이다.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53.7%가 “IoT라는 개념을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특히 심각한 것은 IoT와 밀접한 IT 분야 기업들조차도 49%가 IoT를 처음 듣는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IoT에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이미 다른 나라들은 소리없는 소통전쟁에 돌입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사물인터넷입니다.”라는 현대판 광고라도 다시 찍어서 내보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첨부파일 이슈_권기대.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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