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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경고, 이자율 상승 위험에 노출된 韓 가계대출

김정훈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2017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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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조원(2008년 9월 말) →1,019조원(2013년 12월) →1,295조원(2016년 9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가계 빚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하면 가계 빚은 이미 1,300조원을 넘어섰다.


계 빚이 700조원에서 1천조원대로 진입하는 데 5년 약간 넘게 걸렸다. 당시에도 ‘가계부채 1천조원 시대’라며 난리가 났다. 정부 대책이 쏟아졌다. 한국의 가계 빚을 보는 외부 시각도 냉랭했다. 2015년 초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07년부터 세계 각국의 가계부채를 비교해 한국을 ‘가계부채 7대 위험국가’ 중 하나로 지목했다.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 가계부채는 아랑곳없이 계속 불어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정부의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가 빚 증가세에 불을 질렀다. 1천조원이던 가계부채가 1,300조원으로 뛰어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3년밖에 안 됐다.


빚 증가 속도는 다른 나라를 크게 앞선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8%다. 주요 20개국(G20)의 평균치(60.4%)보다 훨씬 높다. 한국은 이 비율이 2013년까지만 해도 G20 국가 가운데 12번째 높은 정도였다. 지난해 3월엔 8번째로 악화됐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6.5%p 올랐다. 같은 기간 G20 국가는 평균 2%p 늘어나는 데 그쳤다. G20 국가 중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늘어난 국가는 호주(11.3%p), 노르웨이(11%p), 중국(7.1%p)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뿐 아니라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가 늘어난 나라들의 공통점은 부동산 규제가 느슨해지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했다는 것(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 있을 때는 문제가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부동산 가격이 꺾이고 금리가 상승하면 그간 늘어난 가계부채가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1년간 가계가 쓸 수 있는 돈과 빚의 규모를 비교하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봐도 문제가 심각하다. 2014년 기준 한국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62.9%다. 벌어들인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년 7개월 정도를 모아야 갚을 수 있는 빚이라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평균(129.8%)보다 훨씬 높고, 8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가계 대출이 이자율 상승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대출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 글로벌 금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최근 3개월 동안 0.4%p 가까이 올랐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올해 0.75%p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p 올라갈 때 가계의 추가 이자 부담은 연 9조원에 달한다. 금융부채를 지고 있는 가구마다 연평균 84만원씩 이자를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84만원은 어디까지나 평균 증가폭이다. 소득이 적은 가계, 은행이 아닌 2금융권에서 비싼 이자로 돈을 빌리고 있는 다중 채무자, 빚낸 돈으로 가게를 내고 불경기를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 은퇴 후 고정 수입은 없는데 빚이 쌓여 있는 가계는 이자 상환 부담을 훨씬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가처분소득 중 40%를 빚과 이자를 갚는 데 써야 하는 이른바 ‘한계가구’는 134만가구(2015년 3월 기준)다. 빚 있는 8가구 중 1가구가 벼랑 끝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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