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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량 위주의 분석·대책으론 안 돼··· 문제 계층 선별해 정책역량 집중해야”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2017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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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_ 2017년 1월 16일 오후 3시
곳_ 서울역 스마트워크센터
참석자_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권기대_ 2017년 우리 경제 발목을 잡을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가계부채를 뽑는 전문가들이 많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어느 정도 수준인가?


조영무_ 대략 1,300조원이다. 그런데 액수 자체에 너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경제활동이 많아지면 거기에 맞게 통용되는 돈의 양도 늘어나고 가계부채의 규모도 커지기 마련이다.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항상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말하는데 지나치게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임일섭_ 1,299조원은 괜찮고 1,300조원이라서 위험한 건 아니다. 숫자가 바뀌는 것에 크게 연연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2014년 이후 증가속도가 예전에 비해 좀 더 가파르게 변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왜 그럴까?’라는 생각을 한번 해봐야 한다.


권기대_ 가계부채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가계소득 증가속도에 비해 가계부채가 매우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에선 분명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인 것 같다.


임일섭_ 가계부채가 예전에는 5%씩 증가했는데 이젠 10%씩 증가하고 있다. 그러면 증가속도가 2배로 빨라진 것이니 어떤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사실 증가속도나 증가율이 몇 %가 적당하다고 잘라 말하긴 힘들다. 예를 들어 명목성장률이 5%니 가계부채도 5% 늘어나면 괜찮고 성장률이 5%인데 가계부채가 8%면 과도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럼에도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증가속도가 빨라지는 경우는 일단은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조영무_가계부채 증가속도를 판단할 수 있는 적절한 벤치마크 증가율, 비율이 무엇이냐에 대해선 항상 논란이 많다. 그러나 명목성장률은 우리 경제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활동의 사이즈 혹은 전년 대비 증가속도 등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일반적이고 많이 이용되는 지표이므로 비교가 가능하다. 특히 상당기간 가계소득 증가속도보다 부채의 증가속도가 매우 빠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득 중 상당 부분을 부채의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부담으로 나타나고 그것은 곧 소비를 위축시키는 등의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기대_ 가계대출이 이처럼 늘어나는 원인은 어디서 찾을 수 있나?


임일섭_ 내수경기가 안 좋다 보니 서민들의 생계형대출이 늘어났다. 두 번째는 주택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주택경기가 활성화됐다. 그 과정에서 집을 장만하거나 전세자금을 대출하는 등 주택담보대출이 꽤 늘었다. 끝으로 임대주택시장의 구조변화 측면이다. 전세에서 월세로 변하면서 세입자와 집주인 간 사금융이었던 것이 이제는 은행, 즉 제도권 금융으로 흡수되면서 대출이 늘어난 부분이 있다. 가계부채 통계에서 전세보증금은 비공식적인 규모로 비공식적인 추정만 있을 뿐이고 가계부채 통계에 잡히지 않는 대출이다. 그런데 전세에서 월세로 변화하면서 은행통계에 잡혀 가계대출 증가로 나타났다.


조영무_ 2014년 하반기부터 주택 관련 대출규제에서 LTV(Loan To Value ratio·담보인정비율; 은행이 주택·상가·빌딩 등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줄 때 담보 물건의 실제가치 대비 대출금액 비율), DTI(Debt To Income·총부채상환비율; 금융부채 상환능력을 소득으로 따져서 대출한도를 정하는 계산 비율) 규제가 완화됐고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가 있었다. 자연히 주택거래가 늘었고 주택가격도 올랐다. 그러다 보니 주택매매와 수반된 대출이 증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사실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2015년 여름, 가을과 비교를 해보면 이미 증가속도가 둔화되는 조짐들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나타나고 있다.




권기대_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특징은 무엇인가? 연령대별, 소득계층별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조영무_ 젊은 층은 돈을 빌리기 어려워 담보대출보다는 신용대출이 많다. 자영업자의 경우엔 증가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부채규모가 굉장히 크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에 비해 생계유지 또는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많이 받고 있다. 반면에 고령층이나 소득이 많은 계층에서는 투자 목적이 많다. 이렇듯 대출을 늘리는 원인이 상당히 다양하다. 그런데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최근 대출의 질이 안 좋아지고 있고, 부채상환능력이 약화되고 있는 쪽에서 빠른 속도로 부채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권기대_올해 미국 금리인상이 적어도 3~4회 예상되고 있다. 한국 가계부채의 운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없을까?


임일섭_미국이 금리인상을 몇 회 실시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아무도 없다. 다만 언제든 올릴 수 있다는 전제 에서 생각한다면 추가적인 신규 대출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겠지만 이것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변동금리대출에 대한 이야기다. 코픽스(cost of funds index; 은행의 자본조달비용을 반영한 주택담보대출 기준 금리) 금리가 신규대출액 기준으로 1.51%인데 제 기억으로는 지난해 7~9월에 1.3% 정도였다. 말하자면 20bp(basis point; 이자율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최소의 단위. 1%는 100bp이고 1bp는 0.01%) 오른 셈이다.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보다 더 높은 1.7%였다. 2~3년 전에는 더 높았다. 지난 하반기부터 금리가 단기간에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 인상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1년의 시차를 두고 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앞으로 금리가 100bp 오른다 해도 1년 6개월 전의 수준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언론이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보도한 측면이 있다.


조영무_ 먼저 무슨 리스크가 지금 문제인지를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제 생각엔 가계부채 리스크는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변하고 있다.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의 리스크는 예전보다 완화된 반면, 돈을 빌려간 채무자로서의 가계 리스크는 커졌다. 특히 최근에 강화된 가계부채 대출규제의 영향을 받아 주택시장과 관련된 리스크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소비가 위축될 리스크는 그만큼 더 커지고 있다. 리스크가 은행권에서 비은행권으로, 담보대출에서 신용대출로 이동하고 있다.


임일섭_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우리나라 가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20%로 굉장히 올라갔다. 소득의 20%를 빚을 갚는 데 쓴다는 게 말이 되느냐.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그런데 사실 DSR이 왜 올라갔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분할상환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이자만 갚고 있으면 DSR이 많이 높아지지 않을 텐데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을 나눠서 갚으라고 하니 매달 갚는 돈은 원리금 상환에서 커지는 거고 결과적으로 DSR이 높아진 것이다. “소득의 4분의 1 이상을 빚 갚는 데 쓰다니. 이게 정상인가?”라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이자만 내고 빚은 안 갚는 게 좋은 것은 아니지 않나. 이건 또 다른 얘기다.


권기대_ 가계대출에서도 심각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조영무_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여신심사선진화 가이드라인의 경우 돈을 빌려줄 때 돈을 빌려가는 가계의 소득증빙에 대한 심사를 강화했다. 여기에 과거엔 거치기간 동안 이자만 내고 대출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이제는 초기부터 대출원금을 갚도록 바꿨다. 예상되는 효과는 분명하다. 은퇴를 해서 안정적이고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급여소득이 없는 노년층과 퇴직자들, 그리고 자영업자들이나 아직 취업을 제대로 못한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먼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총액 기준이나 평균 개념으로 봤을 때는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질이 제고되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어려운 계층은 점점 더 어려운 쪽으로 밀려나고 있는 셈이다.


임일섭_ 1금융권의 대출조건을 강화하다 보니 어떤 분들은 2금융권으로 가서 더 안 좋은 대출을 받거나 아예 대출을 못 받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사실 정답이 없다. 어디다가 적당히 선을 긋느냐의 문제다. 특히 가계부채의 문제는 이런 측면이 꽤 있다.


권기대_ 가계부채 취약성 및 과다채무 문제의 해결방안은?


조영무_ 여전히 총량적인 통계·집계, 총량 위주의 분석·대책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총량을 줄여야 하고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의 일반 주택담보대출부터 규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몇 개 지표만을 가지고 가계부채의 질을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임일섭_ 우리나라 임대주택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절대다수의 개인이 임대업자라는 점이다.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람들의 80~90%가 개인이다. 전세에서는 사금융이었던 것이 월세가 되면서 공금융, 즉 제도권금융으로 넘어오다 보니 결국 가계부채가 늘어났다. 이걸 줄이고 싶다면 우리나라 임대주택시장에서 개인의 역할을 줄이면 된다. 기업형 임대를 확대시키는 게 효과적이다. LTV·DTI를 늘렸다 줄였다 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근본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조영무_ 정부나 금융감독 당국이 펼칠 수 있는 정책역량은 한정돼 있다. 그렇다면 금융기관의 문제인지 가계의 문제인지, 아니면 주택시장, 상환부담, 소비가 문제인지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문제 되는 계층을 선별해 한정된 정책역량을 집중시켜야 효과가 있다. 설령 그 효과가 단기간에 안 나타나고 시간이 걸리고 몇백만명이 아니고 몇만명에서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계층부터 시작해야 우리 가계부채가 안고 있는 위험이 완화되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진행·정리 권기대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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