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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가 일자리를 빼앗는다고요? 오해예요!

민병권 서울경제신문 정치부 차장2017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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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공항에서 내려 차를 타고 서쪽으로 약 6㎞를 달리면 대규모 산업단지가 나온다. 평동산업단지다. 요즘 이곳에서 부쩍 뜨는 업종은 바로 금형산업이다. 평동산업단지 내 금형업체들의 총매출은 2007년 이후 4배 이상 뛰어 이미 2014년 1조4천억원 선을 돌파했다. 그런데도 해당 기업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종업원 구하기가 어려워지는 탓이다. 학력이 차고 넘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일은 고되고 임금이 그리 높지 않은 금형제조 업무는 선망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다른 지역의 금형공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금형을 만들 직원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으니 경영자들은 애가 탈 노릇이다. 그런데 뜻밖의 신기술에서 돌파구가 열렸다. 각종 입체 모양의 제품을 인쇄하듯 찍어내는 ‘삼차원프린팅(3D프린팅)’이다.


원래 3D프린팅은 금형산업의 천적이다. 제품을 찍어내는 성형 틀의 일종인 금형 없이도 마법처럼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3D프린팅 기술이 장차 전통 제조업종을 위협하고 일자리도 줄이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는 선진국에서도 제기돼왔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모든 업종, 모든 국가에서 동일하게 발생하진 않는다. 국내 금형산업처럼 3D프린팅이 오히려 기존 제조업종의 일손부족 문제를 덜어주고 상품 제작효율을 높일 수 있는 보완기술 역할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금형업계 분들은 3D프린터를 싫어하실 줄 알았는데 오히려 환영하시더군요. 그래서 정부는 앞으로 국가기술자격증을 발급하기로 하고 관련 기술을 인증하는 기사시험도 만들 계획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 손진철 사무관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3D프린팅 기술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전자부품연구원 센터장을 역임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이규복 CP(Creative Planner·연구개발 민간전문가)는 “미국의 기술을 100점으로 치면 중국이 95점 정도며 우리나라는 85점”이라고 한다. 기술에선 미국이 앞서고 시장규모에선 중국이 앞서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3D프린팅에서 이들을 앞지를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바이오 분야다. 바이오 분야에서의 3D프린팅 기술 적용은 선진국에서도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집중투자만 한다면 추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선 치과·외과 등에서 틀니나 인공턱뼈와 같은 보철물, 보형물 등을 3D프린터로 찍어내며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 요즘엔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인공 생체조직을 3D프린터로 찍어내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예를 들어 입술의 점막을 살짝 떼어내 배양한 세포들을 재료로 삼아 피부조직을 프린팅하는 식이다.


정부는 앞으로 자동차 및 항공기 엔진부품 제조용 3D프린팅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조선, 건축 및 건설 등 다방면에서 3D프린팅 활용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건축에 적용되면 건설기간이 대폭 단축되고 제조공정도 간소화될 테니 아파트 분양가가 좀 떨어질 수도 있겠다.


한편 3D프린팅 기술이 다방면에서 본격적으로 실용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다. 우선 소재 기술이 더욱 발전해야 한다. 어떤 소재의 재료를 프린터에 넣느냐에 따라 이를 이용해 찍어내는 완성품의 내구성, 마감품질, 제작속도, 제조원가 등이 천차만별이다. 사실 일반 프린터 제조사들도 인쇄기기 자체보다는 잉크나 토너 판매로 돈을 번다. 3D프린팅산업도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


3D프린터를 다양한 제조공정에 맞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도 필수다. 우리나라가 스마트폰 제조 강국이지만 핵심 소프트웨어인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은 거의 미국 등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듯 3D프린터도 하드웨어 기술개발에만 연연하면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소프트웨어 기술을 종속당하면 결과적으로 하드웨어 기술마저 지배당하게 된다. 이 밖에도 많은 기술적·제도적·문화적 난제들을 정부와 국회, 기업, 학계가 협심해서 풀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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