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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 우려… 동전 사용에 익숙한 노년층은 불편

김성훈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2017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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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이러한 시도는 발행된 동전의 90%가 회수되지 않고 고물처럼 낭비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조금 더 크게 보면 동전 없는 사회는 전자금융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현금 사용 거래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현금 없는 사회’의 실험적 성격이 크다. 동전 없는 사회는 아주 커다란 변화의 작은 시작일 수 있다는 의미다. 명과 암을 미리 따져보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크게 3가지 쟁점이 있다.


첫째, 동전 없는 거래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다. 거스름돈을 포인트로 적립하거나 계좌로 입금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판매자들은 물건가격 조정을 통해 거스름돈이 생기는 경우를 아예 없애려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890원짜리 꽁치 통조림과 2,180원짜리 참치 캔이 모두 2천원으로 바뀔 수 있는 유인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물론 품목별·지역별 경쟁자 들의 수에 따라 가격을 소폭 올릴 수도 있고 소폭 내릴 수도 있어 동전 없는 사회가 물가상승률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예단키 어렵다. 다만 시행 초기 10원 단위나 100원 단위의 가격 조정에도 비용이 소요될 수 있고 그에 따른 편익도 소비자마다 다를 수 있다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소액단위 조정이 오히려 긍정적일 수도 있다. 수십 년에 걸친 인플레이션으로 일상적인 소매 거래에서 보는 원화 표시가격 단위가 수천에서 수백만에 이른다. 이로 인해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상존하는 다양한 형태의 불편함이 동전 없는 사회에서는 자발적인 가격의 미세 조정과 절삭분에 대한 포인트 적립 방식 등으로 줄어들 수 있고 매우 자연스럽게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화폐단위 조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둘째, 거래정보의 기록 범위와 보안에 대한 문제다. 거스름돈을 적립하거나 모바일 앱 등을 이용한 전자 거래는 반드시 기록이 남는다. 이는 조직적 범죄, 탈세, 뇌물 등 불법적인 거래를 줄이고 부패를 방지하며 사회를 투명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개인의 거래기록이 누출되는 보안사고가 일어나면 한 개인의 사생활은 크게 침해받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러한 잠재적 위험은 각 병원과 건강보험공단 서버에 저장되는 개인의 가족관계, 병력, 진료기록 등이 누출될 때의 위험과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다. 동전 없는 사회 나아가 현금 없는 사회로 이행하기 위해선 거래 기록에 대한 보안 수준과 개인정보 범위 등에 관한 관련 법의 제정 및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이행 속도의 문제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카드와 모바일 앱 등 새로운 형태의 거래 수단이 출현하고 사용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하지만 사람마다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속도가 다르다. 아직 현금에 익숙한 노년층 등 취약계층에게는 더욱 고통스럽다. 실제로 현금 없는 사회로 가장 가까이 이행한 북유럽의 선진국들도 신기술 적응에 취약한 이들을 고려해 이행 속도를 재조정하고 있다. 스웨덴은 이미 1,600여개 은행지점 중 900여개 지점에서 더 이상 현금을 취급하지 않지만 현금 사용에 익숙한 노인들이 불편을 호소하자 최근 스웨덴 중앙은행은 소매 은행들이 현금 지급 기능을 한시적으로 부활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저소득층 노인들이 많고 이들은 누구보다 동전 사용과 보유에 익숙하다. 동전 없는 사회 나아가 현금 없는 사회로 부드럽게 이행하기 위해선 이들 취약계층이 차별받지 않고 불편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일선 동사무소와 구청의 사회복지사들을 만나야 하는 이유다.

첨부파일 NOW-김성훈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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