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디지털 · 신용 취약계층 보호방안 마련해야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핀테크지원센터장2017년 04월호

인쇄



ICT와 디지털의 빠른 성장이 화폐사회의 근간도 바꿀 모양이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이미 2014년 지폐와 동전 발행을 중단했고, 1661년 유럽에서 가장 먼저 지폐를 발행했던 스웨덴도 올해부터 더 이상 지폐발행을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한국은행도 이러한 선진국의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 모델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대사회의 경제를 우린 화폐경제라 불러왔다. 하지만 우리 생활은 이미 현금을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현실로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금 대신 카드를 사용한 지 30여년으로 현금 사용률은 2014년만 해도 38.9%로 신용카드 사용률(31.4%)보다 높았지만 2015년에 신용카드 사용률은 39.7%로 현금(36%)을 앞질렀으며, 체크·선불카드 등까지 합치면 60%로 압도적이다. 최근 들어선 카드뿐 아니라 인터넷과 모바일뱅킹, 페이팔과 구글 월렛 등 현금을 대체할 다양한 수단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럼 한국은행이 시도하고 있는 동전 없는 사회가 되면 우리 생활은 어떻게 바뀔까. 우선 거스름돈 처리가 문제다. 한국은행에서 예고한 대로 편의점에서 ‘잔돈 교통카드에 충전하기’가 확대되면 소비자의 신용카드에 충전한다든지 은행계좌로 송금하는 것도 점차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동전을 쓰지 않으면 지폐사용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앞으로는 외출할 때 스마트폰과 카드,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한 만원짜리 몇 장이면 충분하게 돼 돈지갑 구경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스마트폰 사용도가 갈수록 높아져 카드는 스마트폰에 내장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으로 결제가 가능하니 카드를 갖고 다닐 필요가 없다. 버스나 식당 등에서 스마트폰 터치가 일반화되고, 교회예배 중 즉석에서 스마트폰으로 헌금하는 것도 흔한 광경이 될 것이다.


셋째, 스마트폰은 결제, 송금할 때 문자 등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 의견을 모으면 다양한 소비자의견 빅데이터가 되므로 이를 활용한 신제품과 서비스 출시, 마케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예상되는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생산과 소비 혁명’을 자극할 거란 얘기다.


또 국가정책에 영향을 줘서 개인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경우 동전 주조비용만 한 해 600억원가량 소요된다. 주조비용 외에 운송, 보관비용 등까지 고려하면 GDP의 0.6~0.7%에 달하는 큰 금액이다. 이렇게 줄인 예산은 사회복지, 교육 등에 쓸 수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지폐 발행까지 줄이면 예산절감 효과가 더 커질 뿐 아니라 지하경제까지 양성화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물론 개인정보 및 사생활 보호가 어려워질 거란 우려도 많다. 모든 돈이 국가 통제 아래에 있는 계좌에 들어있고 비현금거래는 추적이 가능해 프라이버시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취약계층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전의 아날로그경제에선 부채가 있어도 자산이 있으면 소비가 가능했지만 디지털경제에선 순자산을 따지기 때문에 신용도가 낮으면 소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노인들처럼 신기술이나 디지털화폐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개인 각자가 신용도를 높이고, 디지털 사용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할 필요도 있지만 정부도 이들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별도의 계정 마련이라든지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의 실시 등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첨부파일 NOW-정유신1.pdf

e-Book

이달의 인기기사

  1. 1 日, 태양광 발전설비 총량 세계 2위로 성큼
  2. 2 재생에너지 비중 6 → 30%로 훌쩍 증가한 獨…일자리 38만개 창출
  3. 3 [나라경제 논단] 사룡(四龍)이 나르샤?
  4. 4 신재생에너지 ‘지능화’ 이끄는 신기술 삼총사
  5. 5 ‘미미박스’ 만들어낸 스타트업 도우미, 베스핀글로벌로 새로운 도전

역대 인기기사

  1. 1 금연구역 확대
  2. 2 기축통화 패권의 폭력
  3. 3 애그플레이션, 진원지는 어디인가?
  4. 4 ‘산업의 허리’ 중견기업 3천개 키운다
  5. 5 부동산시장 정상화, 근본적인 해법은?

Column

  • 나라경제 페이스북
  • 단행본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