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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 기술 적용한 개인 맞춤형 재배로 모두가 농부 되는 세상 꿈꿔요”

김혜연 엔씽 대표2017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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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씽은 2013년 사물인터넷(IoT) 화분 ‘플랜티’로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는 글로벌 K-스타트업 선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등장했다. 이후 세계적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에서 10만달러가 넘는 선주문을 달성하고, KDB 산업은행과 중국 현지 투자사 엠파워 인베스트먼트 등에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두 번째 버전의 플랜티 출시를 앞두고 여러모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엔씽의 김혜연 대표(33세)를 만났다.


농업이야말로 실패하기 쉬운 전문 분야인데 어떻게 뛰어들게 됐나.
2010년 외삼촌이 운영하는 농자재 회사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우즈베키스탄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온실을 짓고 토마토를 재배했다. 굉장히 잘돼서 러시아로 토마토를 전량 수출하고 회사 규모도 많이 커졌다. 그러자 현지에서 돈 있다는 사람들이 몰려와 너도나도 온실을 지어달라더라. 그때 농업 쪽에서 성공 가능성을 봤다.


IoT 기술을 접목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우즈베키스탄 프로젝트를 하면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토마토 재배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온실 환경을 잘 맞춘 것도 있었지만, 농사 전부를 돌봤던 한국의 전문 재배사가 있었다. 같은 설비, 같은 종자인데도 그분이 현지에 안 가니 농사가 잘 안 되더라. 농업에선 이런 부분이 소프트웨어 아니겠나. 그런데 시장이 확대되면 재배사가 전부 돌보기도 어렵고 재배법을 가르친다 해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센서를 넣어 인터넷으로 모니터링해 관리하면 되겠다 싶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전자부품연구원에 입사해 IoT 플랫폼 개발 등을 하면서 이쪽 분야에 눈을 뜨게 됐다. 처음부터 큰 규모로 하긴 어려우니 스마트팜의 가장 작은 단위로 화분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다들 한 번씩 키워본 경험도 있고. 센서를 넣어 모니터링하고, 원격으로 물도 주고, SNS를 활용해 친구들과 같이 키울 수도 있는 재미난 화분 ‘플랜티’를 론칭했다.


경쟁력을 가지려면 센서기술이 중요하겠다.
창업 당시만 해도 국내에 IoT 회사가 거의 없을 때라 많은 주목을 받았고, 그 덕에 여러 농가·농업회사 등으로부터 농업용 센서 주문이 들어왔다. 그걸 계기로 여러 형태의 센서들을 연구하다가 최근에 온도, 습도, PH 등 용도별로 센서를 따로 제작하게 됐다. 기존의 하이스펙 센서들은 몇십만원도 하는데 우리 제품은 기능을 세분화하면서 가격도 저렴해졌다. 100개든 200개든 필요한 만큼 연결할 수 있고 블루투스 통신으로 연결해 한 번에 모니터링할 수 있다. 중소형 농가에서 굉장히 반기고 있다.


판매도 이뤄지나.
최근에 양봉농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벌이 온도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한다. 겨울철 온도가 너무 낮아지면 벌이 열을 내기 위해 계속 움직이다 죽고 만다. 한 벌통에서 개체 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들면 여왕벌도 떠나거나 죽는데, 그러면 벌통 하나를 잃게 된다. 말 그대로 온도 하나 못 맞춰 수익에 바로 영향을 받는 거다. 이번 겨울에 테스트해보고 내년부터 양봉농가에 센서를 보급할 계획이다. 기존에 쓰는 온도계와 가격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센서로 승부를 보려 한다.


플랜티 두 번째 버전이 나온다고 들었다.
첫 번째 플랜티는 온갖 이상적인 기능이 다 들어가 있는 대신 너무 비싸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실내나 도심에서 쉽게 작물을 키울 수 있는 수경재배기 개념으로 두 번째 제품을 준비해 5월에 킥스타터에서 선보인다. 캡슐커피와 유사하다. 제품 본체에는 물을 담고, 씨앗과 인공토양이 담긴 캡슐포트를 사다 꽂으면 된다. 수경재배 방식이어서 특별한 관리 없이도 빛이 드는 데 두면 잘 자란다. 본체끼리도 연결이 가능한 독특한 구조여서 온실 같은 곳에 놓아두면 그 자체로 농장이 된다. 요즘 대세라는 식물공장은 대부분 ‘공사’를 해야 하는데 우리 제품은 그냥 갖다 놓기만 하면 되는 거다.


IoT 제품 외에 다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나?
우리는 농업 관련 제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농업회사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미디어·IT·인터넷·데이터·서비스 회사라고 소개하고 있고 그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보려 한다. 그 연장선에서 식물공장과 관련한 R&D, 농업 서비스 플랫폼으로서의 도전 등도 진행 중이다. 특히 당뇨·신장병 환자들을 위한 기능성 채소 재배기술로 특허를 받았는데, 저칼륨 상추 같은 기능성 채소를 병원의 당뇨센터 같은 곳에 공급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또 ‘농업의 신’이라는 모바일 농자재 플랫폼을 론칭했다. 배달의 민족 같은 거다. 영세한 농자재 업체들은 홍보를 할 수 있고 농부나 귀농인은 가격도 비교하고 근처에 있는 업체에 바로 연락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정말 하고 싶은 건 특정 작물의 재배방법이 궁금할 때, 재배사가 필요할 때, 농산물을 판매할 때 ‘농업의 신’ 같은 플랫폼에 접속하면 모든 것을 가능하게끔 하는 거다. 그런 일들은 우리가 하고, 농부는 깨끗하고 안전하고 맛있는 농산물을 키우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


다루는 농작물이 주로 채소인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곡류와 신선채소는 구분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식량인 곡류는 국가 안보산업이기도 하고 대량으로 생산 가능하며 보관도 쉽다. 그래서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서도 재배가 된다. 바로 땅(재배지) 중심의 농업이다. 이 경우는 생산성만 따졌을 때 대형으로 하는 것을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런데 신선채소 같은 경우에는 땅 중심이 아니라 소비지 중심이다. 언제 파느냐, 얼마나 빨리 파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가까운 도시에서 생산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후자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농업이 대형화·자동화되는 추세인데 엔씽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대형화·자동화를 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그렇게 생산된 것이 인류에게 좋은 먹거리라고 볼 수 있을까. 그리고 대형화하면 작물 종도 통일돼버린다. 영화 <인터스텔라>에도 나오지만 종이 하나인 경우 병충해 등이 한번 오면 그냥 싹 죽고 만다. 사실 사람들마다 성별도, 살아온 환경도, 건강도 다 다른데 같은 곳에서 키운 같은 종을 같은 방식으로 조리해 먹는다고 생각해보라.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보기술이 농업에 융합되면 개인별로 맞춤형 재배를 할 수 있다. 우리 제품에서도 포트별로 다르게 재배할 수 있게 했다. 개인 맞춤형 재배, 그것이 고부가가치 농업이다. 뉴스 등 각종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받아보는 것처럼 먹거리도 그렇게 돼야 한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솔루션을 만들면 수지도 맞출 수 있을 거다.


우리 농업에 대한 평소 생각이 궁금하다.
귀농 관련 정책들도 많고 귀농이 붐이긴 하지만, 사실 귀농을 왜 하냐고 되묻고 싶다. 쉽지 않다. 귀농하면 5년은 농사를 망쳐봐야 ‘이제 농사꾼 됐네’ 소리 듣는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거다. 우리 모토가 ‘모두가 농부가 되는 세상’이다. 농업이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정착되려면 우리 먹을 것은 직접 키우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농사를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그게 어렵지 않으려면 새로운 버전의 플랜티 같은 재배설비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개인농장 하나씩은 다 갖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최종 꿈은 무엇인가?
우주농장 지을 거다. 일론 머스크가 2020년에 화성에 사람 보낸다고 하지 않나. 가서 밥 먹어야 될 것 아닌가? 감자 키워야 될 것 아닌가?(웃음) 농장까진 아니더라도 우리 데이터가 들어가도 좋고, 센서 하나라도 납품되면 좋겠다. 우주에 직접 가진 못하더라도 인류가 우주로 도약하는 시기에 그들에게 밥 정도는 해 먹일 수 있지 않을까.


■양은주 나라경제 기자

첨부파일 NOW-김혜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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