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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집값의 시대와 초강력 부동산 대책

한애란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201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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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은 유난히 뜨거웠다. 날씨도, 부동산시장도.


무주택자인 필자가 7월 중순 집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일대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다녔을 때, 이런 말을 수없이 들었다. “사모님, 지금은 싸고 좋은 물건은 없어요. 그건 다 나갔어요.” “집을 꼭 보셔야겠다고요? 요즘은 집 안 보고 계약하는 건 뉴스도 아니에요.”“지금은 매도자가 (가계약을 위한) 계좌번호를 주면 고마울 정도라니까요.”


정리하자면 집값이 두 달 새 2억원 넘게 뛰었지만,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팔려나가기 때문에 집도 보지 말고 일단 잡아야 하고, 그나마 매도자가 변심 없이 계약에 응할지 걱정해야 할 판국이라고 했다. 실제 며칠 만에 가격을 5천만원씩 올려 부르더니 급기야 더 기다렸다가 팔겠다며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였다.


그땐 어딜 가도, 누구를 만나도 ‘미친 집값’이 화두였다. 집값이 더 뛰기 전에 당장 잡으라는 조언이 빗발쳤다. 저금리 시대,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빚을 얼마를 내더라도 매수에 나서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 터였다. 6.19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지역 대출규제가 강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집값의 60%를 대출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집값에 대한 대화는 이런 말로 마무리되곤 했다. “우리는 그래도 괜찮은데, 애들이 걱정이야. 우리 자녀 세대는 도대체 나중에 어떻게 집을 사지?” 필자가 7월에 집 사기를 결국 포기한 이유도 바로 이 의문과 맥이 닿아 있다. 이러한 집값 급등세가 정상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6.19 대책으로 잠시 주춤했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점점 확대돼서 7월 넷째 주엔 0.24%, 다섯째 주엔 0.33%로 껑충 뛰었다. 재건축 예정 단지가 밀집된 강남권과 양천구, 영등포 등은 더 무섭게 뛰었다. 과연 6.19 대책이 있긴 했나 싶을 정도였다.


부동산시장에는 ‘정부는 경기 꺼트릴까 무서워서 부동산 가격을 못 잡을 거다’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노무현 정부 때 강남 집값이 가장 많이 뛰었다’며 이번이 ‘참여정부 시즌2’가 될 거라는 말까지 나왔다. 평범한 회사원들까지 이번 기회에 재산을 불려보겠다며 대출을 받아 ‘갭(gap) 투자’에 나섰다.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1~2억원으로 적은 서울 노원구 등지의 소형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식이었다.


과열의 신호는 뚜렷했다. 앞서 정부는 과열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과열이 지속된다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적극 검토한다’던 6.19 대책 발표 당시의 예고 말이다. 하지만 이미 불이 타오른 시장은 정부의 경고를 무시했다. ‘추가 대책이 나와도 집값은 더 뛸 것’이라는 식의 전망마저 나왔다. 웬만한 대책으로는 추세를 좀처럼 꺾을 수 없을 듯했다.


그래서 7월 31일 정부 부처가 엠바고(보도 유예)를 걸고 기자들에게 배포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의 주요 내용을 보고 놀랐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물론 양도소득세 강화, 청약제도 개편까지 포함돼 있었다. 8월 2일 발표 당일에 나온 상세 자료를 보고는 더 놀랐다. 대책의 범위와 강도가 예상을 뛰어넘었다. 강남뿐 아니라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고, 대출규제 비율도 한층 강화됐다. 다주택자에 양도세를 중과할 뿐 아니라 1주택자 양도세 면제에 2년 거주요건이 추가됐고, 청약제도와 재건축 관련 규제도 대폭 손봤다.


“정부가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았구나.” 참여정부 당시 건설교통부를 담당했던 한 기자 선배의 평이었다. 유례없는 강력한 대책으로 시장을 확실히 잠재우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8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번 대책은 역대 가장 강력한 대책이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과연 대통령의 확신대로 정부는 부동산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인가. 아직 승패를 논하긴 이르다. 다만 우리 자녀 세대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승리를 기원한다.

첨부파일 나우-한애란.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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