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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재 발굴 나선 대기업, 스펙 아닌 잠재력과 역량에 중점

이은택 동아일보 산업부 기자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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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게임업체 넷마블은 올 하반기(7~12월) 신입공채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의 평소 지론이 ‘스펙이 아니라 열정과 역량을 본다’이기도 하고, 방 의장 자신이 어렸을 때 가정형편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한 경험도 있기 때문이다.


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도 하반기 공채에서 ‘재주캐스팅’으로 불리는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했다. 객실승무원 모집 인원의 20%에 블라인드 채용을 적용하는데 학력, 나이, 자격증 유무 등을 일절 묻지 않았다. 대신 지원자가 자신의 끼와 능력을 동영상으로 담아 제출하는 식이다.


기업들이 학력, 나이, 스펙 대신 지원자의 잠재력과 능력, 열정을 보는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직무역량 중심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를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삼았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비슷한 채용방식을 일찍부터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KT는 2013년 도입한 자체 블라인드 채용제 ‘KT 스타오디션’을 하반기에 확대했다. KT 관계자는 “구체적인 대상 인원을 밝힐 순 없지만 상반기에 실시한 뒤 사내 반응이 좋아 하반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형은 입사지원서에 얼굴 사진을 없애고 지원자들은 직무경험, 일에 대한 생각과 열정을 5분간 자유롭게 발표한다.


과연 블라인드 채용이 인재 발굴에 효과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기업들은 ‘그렇다’는 분위기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 기준 국내 500대 기업 중 209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 10곳 중 6곳(62.7%, 131곳)이 블라인드 채용에 ‘긍정적’이라는 평을 내놨다.


채용과정에서 이미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한 기업 62곳 중 71%(44곳)는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미래 인재 확보 의지, 경기 상황 개선 조짐 등의 요소 때문에 주요 대기업들이 채용을 늘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어떤 방식까지를 블라인드 채용으로 볼 것인가 하는 점은 기업마다 판단이 다소 다르다. 성별, 나이, 출신대학 정도를 보지 않는 기업도 있고 더 나아가 학점, 어학점수까지 안 보는 기업도 있다. 이는 해당 직무의 형태와 요구되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두부 자르듯 기준을 정하기는 어렵다. 일부 기업들은 ‘블라인드 채용’이라고 내걸었지만 실제 제출 서류에는 나이, 학력, 학점, 학위, 경력 등을 모두 적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복잡하고 고도의 능력이 요구되는 직종일수록 많은 부분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돼도 연령제한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기업 인사담당자 375명에게 물은 결과 62.7%는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돼도 연령제한은 여전히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유는 ‘신입사원은 이 정도 나이가 적당하다’는 생각이 여전히 기업 내에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연공서열을 중요시하는 회사는 되도록이면 기존 직원들보다 나이가 어린 직원을 선호한다. 특히 여성 상사를 모셔야 하는 직종은 나이 많은 남성 후배가 들어오면 분위기가 불편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이를 안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장단점이 있지만 대체로 블라인드 채용은 기업들 사이에서 대세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점점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첨부파일 나우-이은택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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