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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맑은 가을 하늘은 옛말…WHO 권고기준 초과한 날 연 169일(2016년)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논설위원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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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가을 하면 으레 ‘천고마비의 계절’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애국가에도 ‘가을 하늘 공활(空豁·텅 비어 몹시 넓다)한데 높고 구름 없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을이 되면 미세먼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지난해 가을의 경우 특히 심각했다. 기상청 측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지역에서 시정거리가 20㎞ 이상 관측된 날 수(9월 1일~11월 20일, 매일 오후 3시 기준)는 모두 19일로 집계됐다. 2011~2015년 사이 평균 43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가을철에도 쾌청한 날은 나흘에 하루가 채 안 되는 셈이다.


시정거리가 짧아진 것은 미세먼지 탓이 크다. 지난해 가을 서울의 미세먼지(PM10) 평균 농도는 ㎥당 47㎍(마이크로그램·1㎍=1,000분의 1㎎)으로 예년(2011~2015년) 가을철 평균 농도인 35㎍/㎥보다 훨씬 높았다. 미세먼지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1㎛=1,000분의 1㎜)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


가을철만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한 것이 아니다. 겨울에는 차가운 북풍이 불면 그나마 공기가 맑아지지만 추위가 조금 누그러지고 서풍이 불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 삼한사온 대신 ‘삼한사미(三寒四微)’란 말까지 나온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게 겨울철 한반도 날씨의 특징이 됐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24시간 환경기준인 100㎍/㎥을 초과하기도 한다.


입자 크기가 작고 더 해로운 초미세먼지(PM2.5, 지름 2.5㎛ 이하의 먼지) 오염 역시 덩달아 치솟는다. 2014~2016년 서울지역 초미세먼지의 일(日) 평균 농도를 분석한 결과, 국내 24시간 환경기준(㎥당 50㎍ 이하)을 초과한 날이 연평균 13.7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4시간 권고기준(25㎍/㎥ 이하)을 초과한 날은 3년 동안 평균 141일로 집계됐다. WHO 권고기준을 초과한 날은 2014년이 130일, 2015년이 124일, 지난해에는 169일로 늘어났다.


건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세먼지는 ‘만병의 근원’으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호흡기 질환에다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우울증·자살·치매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WHO는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대기오염 대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2024년 기준으로 수도권지역에서 연간 2만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 연간 12조3,259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오염의 30~50%가 중국 등 해외에서 한반도로 들어온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겨울철 미세먼지 오염이 심할 때에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게 60~80%를 차지한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에너지 소비, 특히 석탄 소비가 늘어난 게 원인이다.


오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배출량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중요한 것은 2차 오염이다. 굴뚝을 통해 미세먼지 형태로 직접 배출되는 1차 오염도 있지만, 대기 중에서 서로 반응하거나 뭉쳐서 미세먼지가 되는 2차 오염(간접배출)이 전체의 72%를 차지한다. 질소산화물·황산화물·암모니아, 그리고 휘발성 유기화합물까지 막아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세먼지의 지역별 오염 특성도 다르다. 서울 등 수도권만 보면 간접배출까지 포함한 전체 미세먼지의 23%를 차지하는 경유차가 1위 오염원이다. 반면 전국으로 보면 사업장, 즉 공장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38%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건설기계·선박이 16%로 2위, 발전소가 15%로 3위다. 노후 경유차 외에 석탄화력발전소, 선박 등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미세먼지는 노천 소각이나 가정 보일러 등에서도 배출이 된다. 정부가 미세먼지 줄이기 대책을 세우고 추진해야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시민들 역시 미세먼지 줄이기에 적극 동참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건강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첨부파일 나우-강찬수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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