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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선진국 못 따라잡아··· 정부, 산학연 융합연구 가능하게 뒷받침해야”

심현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2017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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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무인항공기(드론) 연구에 뛰어든 심현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1세대 드론연구자’로 손꼽힌다.2009년부터는 자율주행차 연구를 시작했고, 드론·자율주행차 같은 무인이동체를 조종하는 로봇 연구에도 앞장서는 등 그야말로 한국의 무인(無人) 시대를 종횡무진 이끌고 있다.


연구를 시작한 지 벌써 26년째다. 1991년이면 인터넷, 휴대폰조차 흔하지 않을 때인데 어떤 계기로 드론에 관심을 갖게 됐나.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뜯어보기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소년이었다. 1983년인가 부모님을 졸라 5만원 정도 하던 원격조종(RC) 자동차를 샀던 게 무인장치에 입문한 계기가 된 것 같다.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석사과정 때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선배가 추천하면서부터다. 당시엔 지금과 같은 센서가 없어 로봇 팔 같은 것에 헬리콥터를 묶어놓고 비행실험을 했다.


그간 급속한 기술 발전을 봐왔겠다.
전동헬기 드론은 20년 전에도 있었는데 초창기엔 사실 잘 못 날았다. ‘아이고, 이걸 어디다 쓰나’ 싶었을 정도로. 이젠 기술이 무르익었다. 특히 드론은 센서가 같이 발전해줘야 한다. 1996년 미국에 유학 갔을 당시 주먹만 한 센서가 나오기 시작했고 최근엔 새끼손톱 4분의 1 크기로까지 작아져 초소형 드론도 만들 수 있게 됐다. 크기가 줄어든 만큼 센서가격도 저렴해져 1990년대 후반 5천만원가량 하던 센서가 7~8년 전엔 100만원, 지금은 몇천 원이면 산다. 이는 전문가들만 쓰던 드론을 일반인들도 친근하게 접할 수 있게 됐음을 뜻한다. 특히 최근 나오는 드론의 핵심 센서는 대부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거라서 스마트폰의 발전 덕에 드론도 급속한 발전을 이루지 않았나 생각한다.


드론에 이어 자율주행차, 로봇까지 종횡무진 연구한다고 들었다.
자율주행차 ‘유레카’를 비롯해 유인기에 로봇을 태워 무인기화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자율주행차와 소형 드론, 민간 무인항공기(중형) 모두 스스로 판단해 자동으로 움직인다는 기술 자체는 비슷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다 다르다. 다행히 3개의 기술이 묘하게 만나는 융합점이 있는데 욕심을 조금 부린다면 이 기술의 만남을 좀 더 연구해 사람을 태우는 자율주행·비행 드론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해외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무인기, 자율주행차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역량 차이가 크다. 우리나라는 연구진의 연구축적량이 적다. 냉정하게 말해 선진국을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도 적고 과학 분야에서는 변방에 있다. 원천기술도 부족하고 그걸 개발하려는 의지도 약하다. 세계 최고의 국가를 지향하기는 하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잘하는 분야에서 역량을 키우는 식으로 생존전략을 짜야 한다.


현장에서 연구하면서 느꼈던 한계랄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민간 무인항공기 과제를 만들면서 미팅을 100번이나 했다. 그만큼 진행속도가 더디다. 그러는 사이 선진국가들의 기술은 저만치 앞서나간다. 또 하나 일화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방사능 때문에 소방 헬리콥터가 원자로 근처까지 못 가는 걸 방송으로 봤다. 물을 뿌리는데 절반은 엉뚱한 방향으로 흩어지더라. 그걸 보고 사람 대신 로봇이나 무인기가 가면 되는데 싶었다. 그런 아이디어를 곳곳에 제안했지만 채택이 안 됐다. 선례가 없어서였다. 그 와중에 미 공군에서 제 논문을 보고 과제를 냈다. 미국이 뛰어들었으니 어마어마한 인력과 역량으로 금방 해낼 거다. 개인적으로 많이 안타까웠다.


드론도 그렇고 자율주행차도 사람들이 안전과 관련해 불안해하는 면이 있다.
어떻게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비행기나 자동차에 탈 수 있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사람이 더 불안한 것 아닌가(웃음). 인천에 새로 깐 경전철을 보면 운전자가 없다. 그 정도의 복잡성은 이제 기계가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그 기계가 우수해져 항공기, 자동차도 조종할 수 있는 거다. 물론 드론의 경우 작긴 해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물건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다. 잘못 조종해 다른 비행기와 부딪치거나 추락한다면 큰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다. 그래서 활용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정밀히 해야 한다.


규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일부 전문가는 무인이동체 산업 발전을 막는 이유로 규제를 꼽고, 또 일부에선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발전해 있지 않아 규제가 오히려 적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 오히려 더 많이 활용하는 미국에 규제가 더 많다. 한국은 상업용이 아닐 경우 신고하지 않아도 드론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상업용 제도도 수년 전에 구축됐다. 그런데 미국은 상업용 드론 운용이 아주 최근에 와서야 풀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무인이동체 상용화는 언제쯤 가능할까.
제가 국토교통부와 연구하고 있는 민간 무인항공기(150kg 이상) 분야는 2015년부터 연구가 시작돼 국제민간항공기구와의 공조로 2020년까지 운용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제적으로는 2021년부터 시험비행이, 2024년부터 실제 운항이 이뤄질 예정이다. 자율주행차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정한 레벨이 있는데 현재 레벨 2는 양산하고 있고 레벨 3은 2020년, 레벨 4는 2030년쯤으로 개인적으로 예상하고 있다. 핸들이 없는 레벨 5는 지금으로서는 정확한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


후발주자로서 우리 기업들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우리나라 기업이 신규사업 진출에 조심스러운 데엔 십분 동감한다. 시작했다가 잘못되면 시쳇말로 한 방에 훅 간다고들 이야기하더라. 그래도 제언하자면 시장의 가능성을 좀 더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졌으면 한다. 지금 현상만 보기보다 시장을 키워 먹을 생각을 해야 한다. 물론 어려운 점은 많겠지만 퍼스트 무버(first mover)에겐 확실히 따먹을 수 있는 과실이 있다. ‘스페이스 X(Space X)’에서 발사로켓 회수에 성공한 것 보셨나. 몇 번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자신감을 갖고 투자하는 일론 머스크처럼 혁신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DJI같이 드론을 만들 수 있는 인재가 우리나라에 왜 없겠나. 있는데 다 대기업에 가있다. 막상 대기업에서는 현상 유지만 하려 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아래에서 나와도 위에서 뭐라 할지 눈치만 볼 뿐이다. 인재들을 보유만 할 게 아니라 혁신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줘야 한다.


정부 여러 부처에서 무인이동체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정책 제언을 한 말씀 부탁드린다.
정부가 드라이브하는 시기는 지났다. 우리나라에 아무것도 없었던 때는 엘리트들이 모여 낸 아이디어를 갖고 빨리빨리 밀어붙이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처럼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분야들은 정부 주도만으로는 뒤처지게 된다. 물론 정부가 해야 하는 역할도 있다. 규격이라던가 관제, 보안 등은 정부가 관리해야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연구현장에서 좋은 성과들이 나오도록 독려하고, 산학연 장벽을 허물고 융합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최근에 네이버랩스 같은 회사들이 자율주행, 인공지능에 투자하겠다고 하는데 앞으로 성공한 테크 기업들이 많이 나오고 그런 기업들이 혁신기술에 재투자하
는 분위기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훌륭한 기술을 만들고 혁신을 시키고 그것이 인류에게 좋은 쪽으로 쓰이기를 바란다. 아마 모든 과학자들의 꿈 아닐까.


■ 양은주 나라경제 기자

첨부파일 특집-심현철.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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