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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주체로서 여성과 가족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 없어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2017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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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 등장 이후 현재 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 시행 중
저출산 대책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책 로드맵 그 자체를 제시해야


저출산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현상이다. 다만 산아제한을 추구했던 당시 인구정책의 성공적 결과로 저출산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높은 인구증가율 억제를 통한 경제성장 기조 유지가 최우선 정책과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2002년 국민연금발전위원회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국민연금 재정 고갈 전망을 내놓으면서 저출산 대응정책이 도입되기 시작할 때에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서 ‘아이 낳지 않는 규범’이 자리를 잡았다.


2001년부터 초저출산 양상…2016년 출생아 수 40만명 선 간신히 넘겨

합계출산율은 1983년에 대체출산율 2.1 이하인 2.06으로 하락했다. 이후 1984년 1.74, 1990년 1.57로 떨어지던 합계출산율이 1990년대 초반 1.7 수준으로 올라가는 작은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태아감별을 통해 대규모로 진행되던 여아낙태를 1980년대 말부터 강력하게 단속한 결과일 뿐이다. 1992년 1.76으로 정점을 찍은 합계출산율은 2001년 1.3을 기록하면서 초저출산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2001년 이후 합계출산율은 한번도 1.3 이상으로 회복된 적이 없으며 2005년에는 1.08로 사상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잘 알려진 대로 최근 합계출산율은 1.1~1.3 사이를 오가는 양상을 보인다.


만약 앞으로 출산율이 1.3을 넘어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이는 합계출산율 산출 공식에서 분모를 차지하는 가임여성(15~49세)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주목해야 할 통계는 합계출산율보다 연간 출생아 수다. 예를 들어 2013년 합계출산율은 1.19로 2014년 1.21보다 낮았지만 출생아 수는 43만 6,500명으로 2014년의 43만5,400명보다 많았다. 이런 맥락에서 2016년 출생아 수가 40만6천여명으로 40만명 선을 간신히 넘은 것은 우려되는 현상이다.


때늦은 대응을 시작한 2000년대에 들어서 다음과 같은 정책적 변화가 일어났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출범이 있었다. 이어서 2006년 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등장한 이후 현재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을 시행 중이다. 이러한 변화 가운데 등장한 주요 정책내용을 합계출산율 추이와 연결해보면 <그림>과 같다.




출산·돌봄 지원정책의 차원을 시간정책, 현금정책, 돌봄인프라정책 등 세 가지로 분류할 때 각 차원의 정책들이 속속 도입되기 시작했다. 돌봄시간을 확보해주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제도가 확대됐고 육아기 근로시간단축 청구권도 도입됐다. 육아휴직제도 확대와 발맞춰 육아휴직급여도 정액 월 50만원에서 통상임금의 40%(100만원 한도) 지급 정률제로 바뀌었다. 또한 남성육아 참여 확대를 촉진하는 의미에서 두 번째 배우자의 육아휴직 급여 3개월분을 통상임금의 100%(150만원 한도)까지 지급하는 일명 ‘아빠의 달’도 도입했다. 1990년대에 8천여개를 헤아리던 어린이집도 2015년 4만여개에 이를 정도로 많아졌고2013년부터는 보육료 지원이 사실상 무상보육 수준에까지 이르게 됐다. 그런데 선진 각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웬만한 정책적 지원은 다 갖춰가는 과정에서도, <그림>에서 볼 수 있듯 출산율은 반등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예산 투입 → 출산율 상승’의 성과주의적 기획 넘쳐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는 2020년 합계출산율 1.5 회복을 정책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숫자로 제시한다고 출산율 회복 근거가 충분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OECD 국가를 기준으로 할 때 청년고용률 상승과 합계출산율 간 상관성을 30%로 보기 때문에 청년고용률 상승을 통한 출산율 제고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OECD 국가는 보편적 사회보장제도를 토대로 청년고용률 상승이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고용률 상승 하나만으로 출산율 제고 근거를 제시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기본계획에서 희망하는 대로 한국의 청년고용률이 상승하고 있지도 않다.


부모의 육아휴직 비율이 1% 증가하면 합계출산율이 0.0111 증가한다는 근거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 중 육아휴직을 누가 하느냐 하는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육아휴직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아직 출산하지 않은 여성이 출산을 결심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은 어려울 것이다. 단순히 육아휴직자 비율 상승이 아니라 돌봄노동의 배우자 간 공평한 분담이라는 질적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 숫자놀음 같은 예측일 뿐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100조원 이상 쏟아부었다는 저출산 대응 관련 예산의 실체가 불분명하다. 부처별 개별사업을 ‘저출산’과 연결해 한군데로 끌어모아 저출산 관련 예산으로 규정지음으로써 예산 규모가 부풀려졌을 뿐이다. 실제 임신·출산·육아기에 지원을 집중하는 좁은 의미의 저출산 예산 규모는 실체가 드러나있지 않다. ‘대학교 인문역량 강화, PRIME 사업, 자유학기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지원,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지원’이 지금 낳은 아이가 커나가면서 받을 혜택을 생각하는 부모들의 출산의지를 높여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저출산 관련 예산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젊은 부모가 그러한 사업을 보면서 출산계획을 세울까?


저출산 대책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책 로드맵 그 자체를 제시해야 한다. ‘예산 투입→ 출산율 상승’이라는 성과주의적 기획은 넘쳐난다. 그러나 출산 주체로서 여성과 가족이 공감할 수 있는 ‘아이 낳기 좋은 세상, 내 아이가 살기 좋은 세상’에 대한 비전이 없다. 보편적 사회보장제도 확대를 통한 주거·고용 안정과 의료·돌봄 비용 부담 해소,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남녀 일·가정 양립 정착, 실제 돌봄을 지원하는 저출산 예산 확대를 기반으로 하는 저출산 대책의 판을 새로 짤 때다.

첨부파일 특집-정재훈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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