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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부부도 독신여성도 출산·육아에서 차별받지 않아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 교수2017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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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보육·대학원까지 무상공교육 제공, 사교육비 없는 방과후 과정 등을 통해 출산에 따른 부모분담률 낮춰
동거부부에게도 아동수당, 출산휴가, 저소득층 주거수당, 양성평등 출산보너스 등의 혜택 제공


웨덴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가장 활발한 나라로 저출산 문제에 일찍부터 눈뜨기 시작했다. 세계대공황 시기였던 1930년대 출산율이 2.0 아래로 떨어지면서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 현상, 국가경쟁력 저하 문제가 심각히 부각됐다. 1934년에 출판된 뮈르달 부부의 보고서 「인구 문제의 위기(The Crisis of Population Issue)」에서 저출산 문제는 스웨덴의 생존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경종을 울린 이후 저출산대책위가 구성돼 1930년대에만 9개의 특별조사연구보고서가 제출됐고, 1940년대에서도 특별대책위 활동을 통해 6개의 보고서가 정부에 제출됐다. 이를 토대로 1948년 세계 최초로 전국 아동을 대상으로 아동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아동수당 정책으로 저소득층의 출산율 제고에 효과를 거둬 출산율이 다시 2.5 수준으로 올랐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의 노동참여가 꾸준히 확대되면서 다시 2.0 이하로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최근 30년간의 출산율 저하 관련 연구를 정책에 착실히 반영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당시 사회민주당 정부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여성정책특별위를 수상실에 두고 20여개의 정책보고서를 양산했고, 이를 토대로 가족정책의 골격을 짜기 시작했다. 급식제도 실시, 아동수당 인상, 출산휴가제 및 부모보험제 도입,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공공탁아소 의무적 운영과 함께 보육보장제 도입, 방과후 프로그램 제도 확대 등을 통해 1990년대 들어 다시 출산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1991년 시작된 경제위기와 복지제도의 축소 등으로 출산율이 다시 1.5 수준까지 급전직하하면서 새로운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경제성장 동력이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일시적으로 후퇴했던 복지제도의 재건과 양성평등적 부모휴가 보너스제 도입, 남성 육아휴직 의무조항 신설, 탁아소 요금상한제 실시, 야간탁아소 제도 등의 확충으로 일하는 부모들의 편의를 최대한 지원해 출산율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와 같은 스웨덴의 저출산 대책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우선 여성출산율의 변화 원인에 대한 경험적 연구를 검토해보면, 여성의 사회참여율과 여성출산율의 반비례적 관계(Bengtsson 1994), 경제결정론적 시각, 즉 출산으로 인한 가계의 경제적 부담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가설(Becker 1960, 1965; Willis 1973; Ermisch 1989; Bjorklund etal 2001:17-18; Apps and Rees 2004), 주거 및 주택비용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출산율 감소(Malmberg 2001:89), 남녀 간 노동시장 불평등이 클수록 출산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가설(D’Addio and Mira d’Ercole 2005; Datta Gupta et al 2006; OECD 2005), 자녀 교육비의 증가와 경제력과의 차이에 따른 영향(OECD 2005:28), 비혼 인구의 증가와 출산연령 상향에 따른 출산율 저하(Sundstrom 2001; Ostlin, Sundstrom et al 2001), 양성평등 지수가 높을수록 출산율은 증가할 것이라는 가설(Thalberg 2003:10) 등이 혼재하고 있다. 이 가설들은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출산율에 악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받아들여진다. 스웨덴은 최근 30년 동안 진행된 출산율 저하에 대한 연구를 착실히 정책에 반영해 효과적으로 대책을 마련한 국가다. 결국 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원인을 제거하는 것은 가용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는 문제와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는지에 달려있다.


직장 내 여성차별금지법 시행…전문직 여성 출산율 OECD 상위
스웨덴은 경제결정론의 해법으로 아동수당의 조기시행, 여성의 사회진출에 따른 촘촘한 가족복지를 시행하고, 육아·보육·대학원까지 무상공교육 제공, 사교육비 없는 방과후 과정 등을 통해 출산에 따른 부모분담률을 낮추는 등 출산으로 인한 가정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개발해왔다.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은 여타 유럽 국가들보다 높은 평균 1.8 이상의 출산율을 보인다. 결국 북유럽의 아동·가족·사회 복지를 통한 출산에 따른 경제적 부담 경감은 가장 주요한 정책 수단이 됐다. 1980년대부터 저소득층 주택보조금제도 시행, 대학생 무상 생활비 지원(교육융자 시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은 무상보조), 출산 후 자녀보육 등으로 인한 잦은 조기퇴근 및 결근 등에 따른 진급·봉급 차별 등을 법적으로 금지해 직장생활 불안 제거, 유연근무제도와 재택근무 등을 통한 근무조건 개선 등 출산 후 직장 복귀 시 육아에 따른 직장 내 여성차별을 금지하는 법·제도를 시행해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꾸준히 진행돼온 동거문화가 1970년대 이후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동거부부의 법적지위 인정, 출산·육아 관련 사회복지혜택 제공 등을 통해 동거부부 출산·육아의 차별적 지위에 따른 출산기피 현상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동거인이 날인한 동거증명서의 간단한 발급절차를 통해 다양한 가정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이를 통해 동거부부도 아동수당, 출산휴가, 저소득층 주거수당, 양성평등 출산보너스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987년 결혼규정집, 2003년 동거법은 스웨덴의 변화하는 사회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전통적 가족구성에 대한 법적 규정을 바꾼 예라 할 수 있다. 동거문화가 청년층의 보편적 현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칫 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이 같은 정책을 통해 가임적령기인 20~30대 여성들의 출산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 한편 젊은 세대의 또 다른 현상인 독신주의 역시 새로운 정책을 필요로 했다. 이에 독신여성의 출산 등에 대한 지원제도를 통해 차별받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즉 사회 변화에 따른 현상은 막아서 될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차별적 부분을 제거하면서 출산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전문직에 종사할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현상에 주목해 직장 내 여성 차별금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아무리 출산에 따른 직장 내 불안감을 해소하고 불이익구조를 제거한다고 해도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일수록 개인의 출세, 사회적 성공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출산이나 육아가 자신의 목표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 직장에서 높은 직위까지 올라간 여성일수록 출산율은 낮아지고, 전문직에 종사할수록 남성과 동일한 경쟁을 요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에 남성과의 경쟁, 사회적 성취도가 출산에 장애가 되지 못하도록 여성차별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철저히 이행하지 못하는 직장에서는 차별옴부즈맨을 통해 신고하면 회사의 입장에서는 오명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차별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스웨덴이 OECD 국가 중 전문직 여성의 출산율이 상위 그룹에 속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웨덴의 성공 뒤에는 무엇보다 다양한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재원, 즉 높은 세금이 있다. 출산진작을 위해 스웨덴이 시행했던 모든 제도를 적용하기 위해선 예산확보가 관건인 셈이다. 재원한계에 따른 정책 우선순위 결정, 재원확보가 확대되기 시작할 때 가정복지 혜택의 선별적 확대, 동거나 독신주의 등과 같은 사회변화에 따른 시의적절한 정책개발, 그리고 사회구성원의 전반적 인식변화를 통해 출산 문제를 극복한 스웨덴의 성공적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첨부파일 특집-최연혁.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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