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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노동 동일임금, 초과노동 상한 등 일하는 방식 개혁

오학수 일본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주임연구위원2017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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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57쇼크 이후 저출산 대응…1990년대는 보육시설, 2000년대부터는 고용·노동 시점에서 정책 전개
정책이 개별기업에서 실현 가능하려면 기업 내 노사 간 협의기반 마련과 정부 재원 확보가 관건


일본 정부가 본격적으로 저출산 대응정책을 실시한 것은 이른바 1.57쇼크, 즉 1989년 출산율이 1.57로 전후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다. 일본 정부는 1994년 향후 10년간 실시해야 할 기본방향과 중점정책을 담은 ‘엔젤 플랜(앞으로의 자녀 양육지원 시책을 위한 기본방향에 관해)’을 발표하고 1999년 ‘신엔젤 플랜’을 발표했는데, 주된 내용은 보육원 증설과 하루 보육시간의 연장 등 보육시설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정책이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저출산의 원인이 단순히 보육시설에 국한되지 않고 고용·노동의 문제에 있다고 인식하고 고용·노동의 시점에서 저출산 대응정책을 전개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그간 출산율은 줄곧 낮아졌는데 최근 약간 증가하고 있다.



일·가정 양립 곤란, 비정규직, 장시간 노동이 저출산 원인
저출산의 원인으로는 크게 미혼율의 증가, 만혼화를 들 수 있다. 먼저 미혼율의 증가는 여성을 기준으로 보면 적혼기로 여겨지는 25~29세 연령층의 미혼율은 1970년 18.1%, 1980년 24.0%, 1990년 40.2%, 그리고 2000년 54.0%로 지속해서 증가했다. 여성의 생애 미혼율도 같은 기간 3.34%, 4.45%, 4.33%, 5.82%, 그리고 2000년 10.61%로 증가했다.


여성이 미혼인 이유는 ‘결혼하고 싶은 상대를 만나지 못해서’ 43.1%(남성 39.9%, 이하 같음), ‘취미나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서’ 24.9%(23.7%), ‘금전적 여유가 없어서’ 24.5%(36.0%), ‘결혼하기는 아직 어려서’ 22.7%(17.8%), ‘독신이 편해서’ 20.0%(22.8%) 등의 순이었다. ‘금전적 여유가 없어서’를 미혼의 이유로 든 것은 정규직이 22.4%(33.9%), 비정규직은 30.2%(44.4%)로 비정규직이 약 8%p 높았다.


여성의 초혼연령은 1980년 25.2세에서 1990년 25.9세, 2000년 27.0세, 2010년 28.5세, 2014년 29.4세로 계속 높아졌다. 결혼 지속기간이 10~14년인 여성의 결혼 연령별 평균 출생아 수를 보면, 20~24세 2.09명, 25~29세 1.87명, 30~34세 1.50명, 35~39세 1.16명으로 결혼이 늦어질수록 출생아 수는 감소했다. 여성이 자녀를 더 갖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를 보면, ‘양육이나 교육에 돈이 너무 들기 때문에’(39.5%), ‘자신 또는 배우자의 연령이 많아 낳는 것이 싫어서’(35.1%), ‘일하면서 양육할 수 있는 직장환경이 아니라’(26.3%) 등의 순이었다.


출산 전 일을 하고 있던 여성이 2000~2004년 첫째 아이를 출산한 전후 취업상태를 보면, 출산 퇴직이 41.3%, 출산 직전부터 무직이 25.2%로 66.5%가 출산 전후 퇴직했다. 퇴직한 이유는 ‘가사,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퇴직했다’(39.0%), ‘일을 계속하고 싶었는데 일·가정 양립이 어려워 그만뒀다’(26.1%), ‘해고, 퇴직권고 당했다’(9.0%) 등의 순이었다.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이유로는 ‘근무시간이 맞을 것 같지 않아’가 65.4%로 가장 많았고, 이어 ‘양립을 지원하는 직장 분위기가 아니라’(49.5%), ‘체력적으로 견딜 수 없을 것 같아’(45.7%), ‘육아휴직을 할 수 없을 것 같아’(25.0%) 순이었다.


한편 패널조사를 통해 남성이 과거 3년간 결혼한 비율을 보면, 정규직 15.2%, 비정규직 6.3%로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약 3분의 1에 불과했다. 또한 과거 10년간 둘째 자녀를 출산한 비율을 남편의 휴일 가사·육아시간별로 보면 ‘없음’(14.0%), ‘2시간 미만’(31.0%), ‘2시간 이상 4시간 미만’(50.8%), ‘4시간 이상 6시간 미만’(67.5%), ‘6시간 이상’(76.5%)으로 남편의 휴일 가사·육아시간이 길수록 둘째자녀 출생율이 높았다. 그와 동시에 남편의 노동시간(통근시간 포함)이 길면 길수록 출산율이 낮았다. 이러한 통계를 통해 저출산 원인에는 일·가정 양립 곤란, 비정규직, 장시간 노동, 남편의 가사·육아 참여 문제 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로방식 유연화, 육아휴직·간병휴직 확대
출산율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너무 많고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1990년대 일본 정부에서 전개한 저출산 대응정책이 어떤 효과를 올렸는지에 대한 통합된 평가는 없다. 대체적으로 아동수당 도입·확대, 보육서비스 확충 등을 통해 출산·육아·교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노동시간 단축 등 일·가정 양립을 추진한 것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실제 일본 정부는 2000년대 들어와 아동수당을 확대했는데, 일·가정 양립 추진은 충분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고용·노동의 시점에서 저출산 대응정책을 실시한 것은 2001년 ‘일과 양육의 양립지원 등의 방침’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2004년 ‘저출산사회대책대강’, 2006년 ‘새로운 저출산 대책에 관해’, 2010년 ‘어린이·양육 비전’ 등으로 이어져왔다. 2012년 재집권한 아베 정부는 2015년 ‘1억 총활약 사회 실현’, 2017년 ‘일하는 방식 개혁’을 저출산 대응정책의 일환으로 내놓고 있다. ‘1억 총활약 사회 실현’은 희망하는 출산율 1.8 실현을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처우 개선, 비정규직의 육아휴직 취득 개선, 임신·출산·육아휴직 등을 이유로 한 부당한 처우의 금지, 출산 전후의 국민연금 보험료 면제 검토, 보육원 대기자 해소, 중소기업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며, 올해 발표한 ‘일하는 방식 개혁’은 다음 내용들을 내걸었다. 첫째,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책을 통해 비정규직의 임금, 수당, 복리후생 등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방침이다. 둘째, 노동시간 단축으로 초과노동의 상한을 도입해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에는 벌칙을 가한다. 셋째, 스마트 근무, 재택근무 도입 등 근로방식의 유연화를 추진해 일·가정 양립을 꾀한다. 넷째, 경력단절여성을 중심으로 직업능력 개발 및 향상 기회를 높여 정규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다섯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경력향상 추진이다. 여섯째는 양육·간병과 일의 양립 지원 강화로, 보육사와 간병인의 처우 개선과 함께 육아휴직·간병휴직을 확대한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을 앞으로 10년에 걸쳐 실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일정도 제시했다.


이러한 정책이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데 필자는 두 가지 측면에서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첫째, 저출산 대응정책의 대부분은 개별기업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노사가 여러 정책 도입을 둘러싸고 서로 협의해야 함에도 협의의 기반이 전혀 없다. 노조가 있는 기업은 예외이나 노조 조직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17.3%다. 둘째, 재원 문제다. 일본 정부의 부채는 GDP의 약 2.5배로 최악인데 이 같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의 확보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2001년 1.3으로 일본의 1.33보다 낮아졌고 그 후 더욱 낮아져 2015년 1.24로 일본의 1.45보다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출산율 저하의 원인은 일본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1990년대 저출산 대응정책으로 보육시설 확충에 중점을 뒀으나 기대한 만큼 효과를 봤다고 할 수 없다. 2000년대 들어와 고용·노동 측면에서 개선책을 전개해 저출산 악화를 일정 부분 방지하는 데는 의미가 있었다고 보이나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최근 국가의 최중점 정책으로 추진하는 ‘1억 총활약 사회 실현’, ‘일하는 방식 개혁’은 결국 저출산 대응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일본의 사례가 우리나라가 저출산 원인을 적확하게 분석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강구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첨부파일 특집-오학수.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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