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공급자 중심의 가부장적 노동시장에서 가족 친화적 노동시장으로 전환돼야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장2017년 05월호

인쇄



가구 차원에서의 미시적 원인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구조와의 관계를 토대로 출산율의 실질적 반등 담보할 패러다임 전환을
주택 소유 중시하는 문화로 인해 주택 마련 때까지 결혼 연기…주택의 주거관념 강화 위해 배분 중심으로 패러다임 바뀌어야


초저출산 현상의 장기 지속은 미래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노동력 부족, 내수시장 위축, 경제성장 둔화 등을,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사회보장 지출 증가, 병력자원 부족 등을 야기할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10여년 동안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중심으로 정책적 노력을 경주해왔으나, 출산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간 국내의 많은 연구들은 출산을 어렵게 하는 개인(가구)의 상황이나 여건을 도출하는 미시적 접근에 한정돼왔다. 실질적으로 한 국가의 출산율 수준은 개인의 출산행위 결과의 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 국가의 출산율 변동에 미치는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미시적인 원인과 더불어 이를 유발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서 사회 환경 내지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시장에서 학력·학벌 중심의 부당한 차별 없애야
이러한 맥락에서 양육 및 교육비 부담, 일·가정 양립 곤란, 주택 마련 부담 등 가구 차원에서의 미시적 원인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구조와의 관계를 토대로 출산율의 실질적 반등을 담보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에서 저출산 현상과 관련한 대표적인 거시적 사회구조로 교육, 노동시장, 주택 등을 들 수 있다. 현실적으로 교육기간 연장과 사교육비 증가 등 교육 부문은 노동시장에의 원활한 진입과 연착륙을 위한 중요한 사회적 기제로 작동하고 있는 만큼 노동시장과 연계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학력에 따른 차별적인 대우는 개별 근로자들로 하여금 학력 과잉을 부추기게 한다. 국가 전체 차원에서 보면 학력 과잉 문제는 특정 직종의 미스매칭 문제를 발생시키거나 고학력자들의 하향 취업을 유도해 또 다른 실업자를 양산해낼 수도 있다. 노동시장에서 학력에 따른 차별이 계속된다면 개인들은 더 높은 학력을 이수하고자 교육비를 지출해야 한다. 연장된 교육이수 기간만큼 입직 시기는 늦춰진다. 이는 청년층의 독립 시기나 자산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결혼 결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남성 위주의 조직 문화(임금, 승진 등 차이)와 여성에게 자녀 양육의 일차적 책임을 두는 문화가 결합됨으로써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 한 번 이탈한 뒤에는 하향 취업을 선택하게 돼 근로 환경의 불안정성을 더욱 높이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2인생계부양가구의 보편화, 여성의 고학력화, 자아실현 욕구 증가 등의 경향을 고려할 때, 여성의 이와 같은 노동시장 참여 패턴이 지속된다면 경력 유지를 위해 출산을 포기하는 집단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여성 인력의 활용 곤란, 저출산 문제의 심화를 가져올 수 있다. 여기에다가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장시간 근로가 관행화돼있는 것도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


OECD 국가 사례를 볼 때 과거 음(-)의 관계가 뚜렷했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과 출산율이 현대에는 양(+)의 관계로 변화했다. 이는 일·가정 양립제도를 통해 부모가 직장에서 맡은 역할과 가정에서 맡은 역할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그간 정부에서도 일·가정 양립정책의 양적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여전히 일·가정 양립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 근로자들이 상당수 존재해 제도 이용에서 계층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정책적 노력에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여건이 유리하게 조성되지 못해 한국사회가 여전히 초저출산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노동시장과 출산 간의 부정적인 연계고리를 타파해 교육 -고용이 효율적으로 연계되고, 서구 사회에서와 같이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 모두가 높아지기 위해서는 ‘공급자 중심의 가부장적인 노동시장에서 능력 중심의 성 평등 및 가족 친화적인 노동시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 문화적 기제로 우선 노동시장에서 학력·학벌을 중심으로 한 부당한 차별을 타파해 교육 -고용 간 연계를 효율적으로 도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성 차별을 불식시켜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며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직장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양질의 임대주택 확대 등 주택 배분정책 필요
한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주택에 대한 소유 욕구가 강한 사회로 알려져있다. 이는 부동산을 통해 자산 증식이 쉽게 이뤄지고, 전세나 월세 등의 경우에는 잦은 이동이나 주거비 부담 증가 등 주거 관련 불안정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예금금리 하락으로 임대인의 월세 선호가 증가하면서 전세나 월세 비용이 매우 가파르게 상승해 주택 수요자들이 본인들의 욕구에 맞는 적절한 주택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또 다른 어려움(직장-주택 간 원거리, 노후화된 주택 등)을 만들어내고, 추가적인 비용 지출이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주택 소유를 중시하는 문화에서는 주택 소유가 어려울 경우 주택 마련이 가능할 때까지 결혼을 연기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주택 가격이 매우 높은 상황은 비용 마련에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게 만들어 미혼 인구들로 하여금 결혼 선택을 지연하게 한다. 한편 주택 소유의 문화는 결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결혼한 가구의 출산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집 마련에 대한 욕구가 높을 경우 주택 구입에 필요한 경제력을 갖추기 위해 출산 시기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부부는 주택 마련에 필요한 자산을 충분히 증식할 때까지 출산을 연기하고, 이로 인해 단축된 가임기간은 추가 출산의 가능성을 낮추게 된다.


이러한 주택시장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한국적인 특성으로서 주택시장을 지배해온 강한 주택 소유관념을 약화시키고 투기성 과열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강한 주택 소유관념은 문화적인 것으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주택시장의 과열을 항구적으로 방지하는 것도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는 국가시스템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정책을 통해 주택을 둘러싼 문화의 변화를 유도하고, 결혼·출산과 관련해 주택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대상을 위한 부분적인 배분정책을 통해 접근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주택과 출산 간의 부정적 연계고리를 선순환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주택의 소유관념을 부추기는 공급 중심에서 주택의 주거관념을 강화시키기 위한 배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사회적 기제로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첨부파일 특집-이삼식1.pdf

e-Book

이달의 인기기사

  1. 1 日, 태양광 발전설비 총량 세계 2위로 성큼
  2. 2 재생에너지 비중 6 → 30%로 훌쩍 증가한 獨…일자리 38만개 창출
  3. 3 [나라경제 논단] 사룡(四龍)이 나르샤?
  4. 4 신재생에너지 ‘지능화’ 이끄는 신기술 삼총사
  5. 5 ‘미미박스’ 만들어낸 스타트업 도우미, 베스핀글로벌로 새로운 도전

역대 인기기사

  1. 1 금연구역 확대
  2. 2 기축통화 패권의 폭력
  3. 3 애그플레이션, 진원지는 어디인가?
  4. 4 ‘산업의 허리’ 중견기업 3천개 키운다
  5. 5 부동산시장 정상화, 근본적인 해법은?

Column

  • 나라경제 페이스북
  • 단행본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