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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기능·역량 길러주는 교육으로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 전 광주교대 총장2017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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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는 교육체제에서 시작해 대입체제, 사회일자리체제, 나아가 소득 양극화 및 무한경쟁 승자독식과 긴밀히 연결돼


일제고사 폐지보다 서두를 것은 고급역량을 길러주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


1970년대 이후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지속돼왔지만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늘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는 그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하며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사교육비가 복잡계의 한가운데 놓여있어 단순한 접근은 풍선효과만 가져온다는 점이다. 사교육비와 관계되는 체제는 가깝게는 교육체제에서 시작해 대입체제, 사회일자리체제, 나아가선 소득 양극화 및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실력주의 사회체제와 긴밀히 연결돼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정책 설계를 보다 세밀하게 해야 한다.


극한적 실력주의사회에선 경쟁우위 점유를 위한 사교육 막기 어려워
공교육이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며 필요로 하는 교육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사교육비는 일정 부분 감소될 것이다. 사교육비를 줄이고자 한다면 먼저 사교육비 지출원인을 알아야 한다. 사교육비는 목적에 따라 분류하면 제1유형인 기본학력 보충형, 제2유형인 예체능 등 특기 보강형, 제3유형인 입시에서의 경쟁우위 점유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제1유형인 기본학력 보충형의 사교육은 학교가 개인차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 발생한다. 1:1 맞춤형 성장발달시스템, 기초학력 보장제, 1수업 2교사제 등은 제1유형 사교육비 감소에 기여할 것이다. 내세운 정책이 기초학력에서 나아가 기본학력까지 보장하는 형태로 발전한다면 기본학력 보충형 교육비는 크게 감소할 것이다. 이는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기도 하다. 여건과 예산을 갖추지 못하고 초·중등학교 교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기대한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며 해당 교원들의 참여 속에서 보다 세밀하게 관련 시스템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제2유형의 특기 보강형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이 방과후학교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제2유형의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읍면 도서벽지 지역 학생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사교육비 액수보다는 자녀의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모들, 학교가 충족시킬 수 없는 고급단계의 다양한 특기 교육을 필요로 하는 부모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는 없음을 국가가 인식해야 한다.


가장 문제가 되고 비중도 큰 사교육비는 대입이나 고입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제3유형의 경쟁우위 점유형 사교육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극한적 실력주의사회에서는 제3유형의 사교육을 줄이고자 하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므로 공교육을 통해 충족시킬 수 있는 수요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경쟁우위를 위한 사교육비 지출을 문제시하는 이유는 미래 역량 개발이 아니라 시험 대비 역량만 키우는 교육, 부모 계층에 따른 격차 심화 등으로 요약된다. 무한경쟁의 실력주의사회에서는 ‘대입제도 간소화’를 비롯한 어떤 대입제도를 도입하든 제시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사교육을 막기 어렵다. 스위스의 경우처럼 의대를 제외하고는 대학이 정하는 기준에 도달하면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거나 그들을 대상으로 한 추첨제를 도입하지 않는 한 상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은 막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와 학교(교육)가 할 수 있는 것은 청소년이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자료 수집 및 분석력, 문제 인식 및 해결력, 창의력, 비판력 등의 지적 역량과 공감력, 소통력을 포함한 정서적 역량 등의 고급역량을 제대로 길러주는 것이다. 또한 내신평가와 국가시험(수능)을 통해선 학생들이 그 역량을 제대로 기르고 있는지, 필요한 기준에 도달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국가는 교사들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교육여건을 갖춰주고 교수법 연수를 시키며, 단원별·차시별 다양한 고급역량 평가 예시 문제를 제공하고, 교사들의 평가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교사들이 그러한 평가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시스템도 갖춰야 할 것이다. 또한 대입도 그 역량 도달 정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국가 독점형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길
급역량을 기르고자 할 때 걱정되는 것은 수능 대비 경우처럼 학교의 교육역량 부족에 따른 사교육비 증가다. 그래서 내놓은 안의 하나가 일제고사 폐지인 것 같은데 자칫 의도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일제고사는 폐지하면서 각급 학교가 고급역량을 제대로 길러주지 못하거나 고급역량 습득 여부를 제대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우리 학생들의 기본학력은 전반적으로 저하될 것이며, 공교육에 대한 기대는 크게 떨어져 일제고사 폐지는 곧바로 사교육 의존도 증가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일제고사 폐지보다 서두를 것은 고급역량을 길러주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부모소득 격차 증가로 인해 사교육비 지출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는 현행의 대입정원 제도와 대학서열 구조를 유지할 경우 제3유형의 사교육비 지출격차를 줄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한국형 네트워크대학 구축을 통해 대학서열화 완화 및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면 사교육비가 줄어들까? 이 제도는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원하는 대학진학을 허용하는 스위스 대입제도와 유사하므로 제3유형의 사교육비는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스위스와 달리 우리 사회는 청년 중에서 5분의 1 정도만 안정적이며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는 일자리 부족과 일자리 양극화·이원화가 심각하다. 우리 사회는 좋은 일자리를 갖지 못하면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마저 보장되지 않는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실력주의사회이기 때문에 제4의 실력 잣대를 향한 사교육비 지출 경쟁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교육과 관련해 국가가 가장 챙겨야 할 것은 학생과 부모가 원하고, 그들이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는 데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능, 그리고 다양한 역량이 교실 안에서 길러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교육여건과 시스템이 갖춰지고 운영되면 공교육 만족도는 올라갈 것이다. 사교육비에 대한 고려로 인해 학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하면 공교육 만족도 저하와 사교육비 증가라는 악순환 고리가 강화될 것이다. 아울러 사교육비 통계에 들지도 못한 채 학교를 떠난 학생들을 공교육 안으로 껴안는 것도 넓은 의미의 사교육 대책에 포함돼야 함을 국가가 기억하기 바란다.


국가가 교육 관련 시스템을 설계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국가 독점형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미 발표한 국가교육위원회를 빠른 시일 안에 발족시켜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전문가와 다양한 집단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안을 만들고 국민대토론회를 비롯한 다양한 협치 모델을 도입할 때 결정된 정책은 원하는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첨부파일 특집-박남기.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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