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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진정성 기반으로 사회복지 건전성 회복해야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2017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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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정책의 성패는 사회복지 철학과 원칙에 일치하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우선순위에 맞게 재조정하는 데 달려


사회복지의 미래 변화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복지체제 구축하는 데 노력 기울여야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대선 승리의 기쁨을 축하하는 분위기 뒤에는 수많은 공약을 슬기롭게 실천해야 하는 부담감이 존재할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보수에서 진보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새 정권의 사회복지 공약은 다른 보수 후보자와 뚜렷한 차이를 찾기 어렵다. 정확히 말하면 이번 대선에서 사회복지 분야는 진보와 보수가 대립적이라기보다는 성장과 분배를 조화하고 인간의 따뜻함을 가진 시장경제 기조를 공통적으로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새 정권은 사회복지 분야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인가? 먼저 단순히 사회복지재정을 크게 늘리는 방법으로는 기존 보수 정권과 차별화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명박 정권이나 박근혜 정권은 보수 정권임에도 사회복지를 다른 정책보다 우선순위에 뒀다. 더구나 두 보수 정권 임기 동안 사회복지 및 보건 분야의 재정 증가는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기간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새로 출범한 정부가 사회복지에서 해결해야 할 것은 무엇이며 어디에 초점을 둬야 하는지가 성공적 차별화의 핵심일 것이다.


명확한 원칙과 확고한 의지 없이는 사회복지정책 수행 어려워
회복지를 합리적으로 설계하고 수행하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면서 오히려 꼭 해야 하는 사회복지 개선이나 대안 마련은 외면돼버리는 경향이 관행처럼 있어왔다. 그래서 이를 먼저 제자리로 정상화하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이를 위해선 박근혜 정권의 사례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권은 사회복지에 대한 높은 관심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기초연금 대상을 공약과 달리 70%로 적용하는 바람에 정권 초기 내내 정치적으로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공무원연금 개혁도 결국은 뒤로 밀렸다. 이는 사회복지재정만 늘리면 국민만족도와 정권 평가가 높아질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설득력이 없고, 제도 개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오히려 기득권의 저항력만 키워준다는 사실만 증명한 셈이다. 결국 과거 정권은 명확한 원칙과 확고한 의지 없이 사회복지정책을 수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실패한 사례로 남게 됐다.


현 정권에서 사회복지재정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보장 지출은 국민총생산 대비 약 10% 수준으로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도 향후 10년 동안 2배 이상 급증해 OECD 평균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현 정권 임기 중 복지재정을 급격하게 확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만일 무리해서 확대할 경우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난받을 수 있다.


또한 사회복지 원칙을 세우고 추진하는 데도 우려되는 점이 있다. 새 정권의 사회복지에 대한 태도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핵심적인 공약은 아동수당 도입과 기초연금액 상향조정을 골자로 한다. 이는 취약계층의 복지욕구에 대한 지원보다는 중간계층에 대한 지원 강화가 정책의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회복지에서 취약계층보다 중산계층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가장 소외된 취약계층에 대한 우선적 배려라는 사회복지의 원칙과 일치하지 않는다. 또한 대선 과정에서 사회복지재정 규모가 불명확하고 급히 변경했던 모습은 정책의 정체성이 확고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점에서 새 정권의 사회복지 공약이 합리적 원칙에 따라 제대로 실행될 것이라고 확신을 주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사회복지는 국민 호응을 받아야 사회적 수용성 형성되고 합의 가능
새 정부는 정권이 지향하는 사회복지 철학을 명확하게 세우고 정책 및 제도에 반영해야 국민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약에서 제시한 노년 건강증진 사업에 따른 치매 국가책임제나 노인의료비 절감 및 간호·간병 서비스 확대는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합리적 연계라는 정책 취지와 실행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지만 기초연금 상향조정은 높은 재정 부담에도 불구하고 빈곤 퇴치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우선순위에서 합리성이 떨어진다. 또한 국민연금을 40%에서 50%로 상향조정한다든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를 폐지하는 것은 재정 불안정과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역진적 재분배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 또한 아동에 대한 투자는 모성을 보호하지 않고는 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오히려 장애아동이나 의료빈곤계층, 차상위계층이 먼저 배려되고 저출산과 관련해서는 카페테리아 방식(몇 가지 복지정책 중 원하는 것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을 고려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사회복지정책의 성패는 대선 공약을 그대로 수행하는가의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는 사회복지 철학과 원칙에 일치하도록 정책 수립 및 제도 개선을 수행하고 우선순위에 맞게 재조정하는 데 있다. 그리고 사회복지의 미래 변화를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복지체제를 구축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새 정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국민이 정권에 보내고 있는 진정성과 진실성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사회복지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복지공약은 급격한 재정 부담 증가로 무리가 따르게 된다. 따라서 새 정권은 재원 부족이라는 현실과 공약을 이행하라는 압력 사이에서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복지공약 하나하나에 대해 형평성과 합리성 여부를 근본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투명하게 국민에게 밝히고 조정과 선택, 시기적 분산 등의 가능한 정책 노력을 진실하게 보여야 한다. 물론 이러한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선 현 정권이 도덕성과 진실성을 계속해서 유지해 국민의 확신과 신뢰를 얻고 지지를 받아야 할 것이다. 또한 시기적으로 기득권의 저항이 거세지기 이전인 정권 초기에 실행돼야 한다.


사회복지가 가장 우선으로 배려해야 하는 대상은 소외되고 취약한 계층이다. 이들을 돌아보고 손을 내밀진 못하면서 선거를 기회 삼아 집단 이익을 추구하는 계층에게 오히려 호의적 태도를 보인다면 국민은 절대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복지는 국민의 호응을 받아야 사회적 수용성이 형성되고 합의가 가능하다. 멀리 볼 줄 아는 지도자가 있어야 사회가 제대로 발전한다. 새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의 미래를 멀리 보고 이끌어 역사에 남는 지도자의 모습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첨부파일 특집-김진수.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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