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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마찰 가능성 높은 시기…다자체제 통한 무역자유화와 지역경제통합 효과적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2017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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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낙수효과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통상정책을 디자인할 때 적절한 분배 메커니즘을 함께 고려하고 반영해야


통상마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WTO 통한 다자통상체제의 복원과 함께 중견국과의 국제적 공조 중요


세계적으로 무역과 통상정책에 대한 관심과 불확실성이 최근처럼 높고 중요하게 다루어진 시기는 드물다. 영국의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에서 발간하는 세계무역경보(Global Trade Alert)의 2016년 보고서에서 사이먼 이브넷(Simon Evenett)과 요하네스 프리츠(Johannes Fritz)는 2015년 1월 이후 15개월간 세계적으로 교역이 정체됐음을 보이면서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세계교역이 정체된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기를 제외하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래 처음 발생한 것으로 매우 드문 현상임을 강조한다. 이처럼 국제무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친 후 둔화 단계를 넘어 정체 또는 하락세를 보인 주요 원인으로 보호무역주의 조치의 급증이 지목된다. 2017년 들어 우리나라의 수출을 포함한 세계교역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통상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국 제조업의 부활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강조하는 트럼프
2016년 반세계화 정서의 확산으로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일반적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타나면서 대외적으로 불확실성이 크게 증대됐다. 이러한 배경에는 세계화와 무역자유화가 일부 산업이나 계층에 불리하게 작동했으며 무역의 이익이 낙수효과를 통해 경제 전반의 성장을 가져오거나 전 계층에 배분되지 않고 오히려 소득불평등 및 양극화와 일자리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켰다는 일반 유권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깔려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2015년 보고서를 통해 낙수효과가 과거와 달리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구조적으로 무역자유화와 성장의 이익이 시장경제 기능을 통해 폭넓게 향유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와 ‘Buy American Hire American(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한다)’ 정책이행을 표방하면서 양자 간 협상과 상품 무역수지의 불균형 개선에 중점을 두고, 미국 제조업의 부활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미시적 조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국력신장을 이루기 위한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백악관 내에 전례 없이 국가무역위원회를 신설하고 무역협정과 통상정책 관련 일련의 행정명령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점에서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반덤핑, 상계관세 등 무역구제 조치를 포함한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미국의 경우 무역구제 조치에 2015년 무역특혜연장법의 ‘불리한 가용정보(Adverse Facts Available;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 조사에서 외국기업이 요구받은 모든 자료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제소 측 미국기업이 제공한 정보 등 불리한 이용 가능 사실을 활용해 덤핑마진·상계관세율 산정)’ 조항을 적용하거나 특정시장상황[Particular Market Situation; 내수가격과 수출가격 비교 시 보조금 등으로 인해 특정시장상황이 존재할 경우, 내수가격 대신 제3국 수출가격 또는 구성가치(constructed value)를 활용해 덤핑마진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적용해 덤핑마진을 상향하는 등 소위 무역상대국의 불공정무역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미국의 타깃은 먼저 연간 약 3,500억달러에 달하는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중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인 멕시코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16년 277억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며 향후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최소화하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대미 통상관계를 정립하는 문제는 새 정부가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정책과제다.


미국 빠진 TPP-11의 움직임 모니터링하면서 최선의 정책방안 마련해야
새 정부의 통상정책 방향은 이처럼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과 대외 위협요인들을 감안해 새롭게 설정될 필요가 있다. 이론적으로 무역의 이익은 여전히 경제학계의 컨센서스이며, 더욱이 우리나라처럼 무역이 중요한 경제구조에서 성장을 위한 무역자유화의 방향성은 명백하다. 다만 무역의 이익이 얼마나 공정하게 배분되고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지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경제구조와 시장기능의 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회통합형 통상정책의 수립과 포용적 성장과의 연계를 중시해야 하는 이유다. 무역자유화를 추진하면서 단순히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정책을 디자인할 때 적절한 분배 메커니즘을 함께 고려하고 이를 반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신보호무역주의 확산과 통상마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다자통상체제의 복원과 함께 우리나라와 같은 중견국(middle power countries)과의 국제적 공조가 중요하다. 특히 요즘처럼 힘의 우위에 의한 양자 간 통상마찰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는 규범과 원칙이 강조되는 다자체제에서 공정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복잡한 원산지 규정 등으로 인해 양자 간 FTA의 양산은 무역거래비용의 상승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다자체제를 통한 무역자유화와 지역경제통합 노력의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어간 첫날 협정을 철회하면서 미국이 빠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12개국)을 대체하려는 TPP-11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 우리에게 최선의 정책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12개 TPP 서명국 GDP의 85%를 차지하는 6개국 이상의 국내 비준절차가 완료돼야 한다는 발효 조건 때문에 미국이 빠진 상태에서 현재의 TPP 협정문이 발효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TPP는 현존하는 무역협정 중 가장 포괄적이며 최첨단이라고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 협정문에 기초해 무역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전자상거래 등 디지털 교역을 포괄하는 통상정책과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한 주요국과의 경제협력방안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성장잠재력이 저하되는 우리 경제에 중요한 생명선이자 신성장동력의 발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첨부파일 특집-정철.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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