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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체질 질적으로 미성숙…연성규범 활용한 자율적 체질개선 유도를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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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 조사결과 국내 기업의 기업지배구조는 11개국 중 8위로 질적인 부분에서 매우 낮은 평가
경영자의 변화의지와 혁신은 필수…법률 통한 체질변화 유도는 준수효과 크지만 질적인 효과까지 담보하긴 어려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IMF(국제통화기금)와의 양해각서에 담겨 있는 구제금융의 광범한 조건 중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조건은 기업의 체질변화에 일단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제도의 도입, 주주적극주의 등장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의 기업 체질변화가 외부의 요청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순전히 외부요인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 전에도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의 체질을 바꾸려는 노력은 꾸준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IMF 이후 20년간 기업의 체질은 얼마나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변모했는가?


전반적으로 성장성·수익성 위험 상태, 위험관리와 내부통제 수준도 미흡
기업의 체질을 진단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우선, 한국생산성본부가 작성한 2015년 부가가치분석(부가가치는 기업이 창조해낸 가치로 대부분이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분배되기 때문에 부가가치 성과는 기업이 창조한 가치의 분배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경영을 분석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인정되고 있음)을 보면, 제조업 상장기업이 부가가치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대기업·중견기업이 속한 유가증권 상장기업이 부가가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위 1.2%에 속하는 10여개 기업의 자산총합이 상장기업 총자산총계의 50%를 넘으며 자산총합 10%에 포함된 기업의 자산총계합이 전체 자산총계의 80% 이상에 달하는 등 기업의 부가가치지표는 대규모 기업의 경영실적에 좌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 한국은행의 성장성·수익성·안정성 평가를 위한 주요 지표에 기초해보면 매출증가율은 금융업을 제외하고는 마이너스성장이고, 매출액 영업이익률과 매출액 세전순이익 등 수익성 지표는 감소 추세이며 부채비율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기업성장성·수익성 부진에 대응한 부채 감축과 기업투자 위축이라고 분석되고 있는데, 이들을 종합하면 현재 기업의 체질은 전반적으로 성장성·수익성 등이 위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비재무 측면에서도 국내 기업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비재무적인 요소로 주로 지배구조, 회계투명성, 위험관리와 내부통제 등을 드는데, 특히 국내 기업의 기업지배구조는 질적인 부분에서 매우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는 국내 기업의 기업지배구조가 조사대상 11개국 중 8위라고 발표했고 이를 반영하듯 20대 국회에 발의된 「상법」 개정안만도 현재 20여개가 넘는다. 회계투명성 역시 대우건설, 모뉴엘,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등 대형 회계부정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피해를 입혔고, 회계 문지기(gatekeeper) 기능을 수행해야 할 회계법인(국내 3위 수준)이 대규모 부실감사에 연루되는 등 회계투명성과 신뢰도는 매우 낮은 형편이다(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은 2016년 국제경쟁력평가 세부항목에서 국내 기업의 회계 및 감사의 적절성 부분은 최하위라고 발표). 이러한 지표들은 기업의 위험관리와 내부통제 수준이 미흡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편 기업의 생존에 중요한 혁신도 활발하지 않은데 이는 대표적인 혁신요인인 소유구조와 지배구조 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것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이처럼 기업의 체질이 질적으로 성숙돼 있지 못한 것은 기업의 도덕 및 윤리관념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기업들이 윤리강령을 제정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지만 100대 기업 중 10% 이상은 기업윤리가 아예 존재하지 않으며, 윤리강령이 제정된 기업들도 그대로 운영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배구조 포함한 비재무 정보의 충실한 공시와 이해관계자와의 효과적인 의사소통 필수
그렇다면 기업의 체질은 어떻게 강화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기업의 체질강화는 기업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진의 체질개선을 위한 강력한 변화의지가 전 구성원과 시장에 확고하고 지속적으로 전달돼야 한다. 이 경우 재무적인 측면의 수익성·효율성·안정성뿐 아니라 비재무적 측면의 지배구조, 회계투명성, 위험관리와 내부통제 등 각 부분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의 자율적인 변화의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단적으로 기업조직에 관한 기본법인 「상법」과 관련해 개정안이 정부와 국회 의원입법으로 다수 제출돼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법을 통해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그 효과가 강제적이라는 점에서 준수효과는 크지만 질적인 효과까지 담보하기는 어렵다. 특히 기업지배구조의 정의와 그 내용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할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기업의 체질변화 기법은 대상을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것을 전제한다. 때문에 법을 활용하는 경우에는 기업 체질을 바꾸도록 변화를 유도하는 ‘인프라법’으로 구축돼야 하고 기업의 건강한 체질경쟁을 위한 인센티브로 작동돼야 한다. 그러나 그간 활용된 규제기법들은 기업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준수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체질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율적인 체질개선을 유도하되 이를 위한 소극적·적극적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자체적으로 고안한 체질강화 방안들이 시장에서 평가·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즉 시장의 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한 방안으로 연성규범을 활용하는 것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업 자체적으로 주주권리 확보는 물론 지배구조를 포함한 비재무 정보의 충실한 공시 및 이에 대한 적극적인 이사회 정책 수립, 그리고 이해관계자와의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필수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시장규율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이해상충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율이 필요하다. 이는 장기적으로 투자기반 확대와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첨부파일 특집-안수현.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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