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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성장·생산성 중심으로 중소기업 지원제도 정비해야

최성호 경기대 행정사회복지대학원 교수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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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위험의 파괴적 혁신 부문은 막대한 장기 인내자본 필요, 성장초기 단계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의 보조금·투융자 등 지원 필수
- 기술개발, 사업화 지원 등은 중소벤처기업부로 일원화하고 정보제공, 마케팅 등 각 업종에 특유한 지원은 각 부처가 시행토록 개편



내년 한국경제는 수출증가세와 내수회복으로 호조세를 보이면서도 금리, 환율, 유가 등 불확실성과 가계부채, 보호무역주의, 북핵문제 등 대내외 리스크를 관리해나가야 할 전망이다. 특히 저성장·저고용 기조가 고착되지 않도록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혁신기반의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청년실업 완화를 위해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는 과제가 절박하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서 중소기업의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다. 실제로 부가가치 생산, 근로자 수, 수출 등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비중은 양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생산성과 임금의 격차가 심화되고 두 부문 간의 경기동조화 현상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라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중소·벤처기업 중에서도 성장유망 기업에 선별적 지원 강화해야

2018년 중소기업 정책의 과제를 모색함에 있어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정보통신기술과 생명공학을 활용한 미래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정부 R&D, 인프라 투자 등 산업정책의 역할이 긴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 기조 아래에서 자칫 소홀하기 쉬운 과제이기도 하다. 초고위험의 파괴적 혁신 부문은 막대한 장기 인내자본이 필요해 성장초기 단계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의 보조금과 투융자 등 지원이 필수적이다. 단기적인 시각을 가진 민간 금융기관은 높은 위험·자본집약도의 급진적 혁신 분야에 대한 장기금융 제공을 기피한다. 2012년 세계 신재생에너지시장에서 국영 투자은행이 800억달러를 투자한 데 반해 민간 금융기관은 125억달러 투자에 그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둘째, 창업기업이나 중소·벤처기업 중에서도 성장유망 기업에 선별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중소·벤처기업 지원제도는 창업 초기의 소규모 기업들이 민첩하게 위험투자를 감행해 혁신을 주도하고 신규 고용을 창출한다는 전제에 근거를 둔다. 그러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고용과 매출의 성장을 가져오거나 생산성 상승에 기여한다는 실증적 증거는 명확하지 않다. 고용과 투자, 그리고 생산의 증대는 기업규모와 무관하게 혁신적인 고성장기업이 주도한다. 다만 이들 혁신기업 가운데서도 중견기업과 대기업은 인력과 자금조달이 무난하지만,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고금리, 대출거부 등 금융기관의 차별대우로 성장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에 정부의 산업정책 중에서 중소기업 지원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올해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의 중소기업 지원제도는 한계기업의 생존과 연명을 위한 보호에 치중했다고 평가한다. 투자·고용 실적과 무관하게 기업규모 요건만으로 지원하는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유럽시스템위험위원회(ESRB)에서도 중소기업 정책금융이 좀비기업 양산(zombification)을 초래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지원을 받은 부실기업 자산비중이 큰 산업일수록 정상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감소한다는 KDI의 연구(2014년)가 있다. 정부보조금 의존의 과도한 경쟁이 혁신적인 중소기업의 성장을 제약해 국민경제의 고용창출과 지속성장을 저해한다. 혁신과 성장은 상대적으로 다수의 중견기업과 대기업, 그리고 상대적으로 소수의 중소기업을 가진 선진국 유형의 경제에서 활발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기업규모 분포는 선진국 유형과 다르며, 이에 따라 중기업 이상 기업의 고용 비중이 현저하게 낮은 실정이다. 향후 중소기업 지원제도는 혁신성·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가려 투자, 성장, 생산성, 임금, 신규 고용 등을 중심으로 지원대상 선별과 지원기관 평가의 기준을 재설계해야 한다.


중복 지원과 지원 사각지대 발생…분산된 제도를 기업경쟁력 초점으로 통합·조정할 필요

셋째, 복잡다기하게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효과성 위주로 간결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행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19개 부처가 269개 사업을 통해 1,300여개의 지원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종전 중소기업청 시행 지원제도 외에 각 부처가 소관 업종에 대해 개별적으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범정부적 정책조정이 원활하지 못해 중복지원과 지원 사각지대 발생이 빈번하며, 지원성과를 평가해 정책설계에 피드백하는 체계도 미흡하다. 그러므로 여러 부처에 분산된 스타트업, 벤처·중소기업 지원제도를 기업 경쟁력에 초점을 두고 통합·조정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주도하는 정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개발, 사업화를 위한 자금, 세제지원은 미국의 SBIR(중소기업 혁신연구개발), SBIC(중소기업 투자회사) 제도처럼 중소벤처기업부로 일원화하고 정보제공, 마케팅 등 각 업종에 특유한 지원은 각 부처가 시행하는 방향으로 획기적 개편이 시급하다. 개발과 사업화에 대한 지원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겹치는 부분도 있다. 신성장동력과 기반기술의 대형과제나 기업규모와 무관한 프로그램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시행하고 중소기업에 한정한 프로그램은 중소벤처기업부가 관장하면 된다.


넷째, 중소기업 지원수단을 조세·금융 지원 등 직접지원에 치중하지 말고 광범위한 간접지원을 포함해 폭을 넓혀야 한다. 특히 신성장동력 분야의 경우 기술·시장 정보 분석 및 제공, 규제개혁, 인증·표준, 인력양성, 해외인력 도입, 수출 마케팅, 해외투자 등에 관한 정책지원이 다양하게 필요하므로 산업 관련 부처와의 역할분담도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 교육, 금융, 경쟁, 특허, 입지 등 기능별 인프라 담당 부처와의 협업도 긴요하다.


다섯째, 생산적·선제적 복지정책으로서의 중소기업 지원제도는 별도로 효과성 제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산업정책과 복지정책 지원으로 이원화해 혁신형 성장기업은 투자, 고용, 수출 등 성과 달성에 비례한 ‘선별 지원’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 혁신성도 부족하고 고용·매출 성장도 미진한 영세 소기업과 자영업자 등에 대한 지원은 최저임금과 근로장려세제 등 근로자 지원제도와 통합적으로 설계해 비용효과성을 제고해야 한다.


향후 중소기업 지원제도는 혁신을 통한 고용성장과 생산성 상승에 초점을 맞춰 재정립돼야 한다. 중소기업 지원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혁신 생태계 구축이 정책목표가 돼야 한다. 최근 중소기업청의 장관급 부처 격상으로 중소기업 지원의 하드웨어를 강조하는 전시적 효과는 있었지만 정책조정과 효과성 제고의 소프트웨어 개선 과제는 오히려 어려워질 수도 있으므로 정책조정을 위한 위원회 등 제도적 장치가 추가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전 부처의 역량을 조율하는 효과적인 중소기업 정책체계의 확립으로 한국경제의 지속성장과 양질고용 창출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첨부파일 특집-최성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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