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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투자와 무역전략 융합해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라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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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한미 통상관계는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한미 F TA 개정협상과 산업피해 구제조치의 확대 적용으로 분수령 맞이할 것
- 한미 F TA 개정협상에서 韓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그 부품, 개방도 낮은 농축산물에 대한 개방 가속화나 추가 압력 강해질 듯



상품수지만 보면 한국과 미국의 교역엔 흥미로운 추세가 있다. 1970년대 초반에는 주로 한국이 적자 양상을 보였고, 후반에는양국의 상품교역이 흑자와 적자를 번갈아 감당했으며, 1980년대에는 1981년만 제외하고 한국이 줄곧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1991년 한국은 3억3,511만달러 적자에서 1997년 82억9,675만달러로 적자폭이 약 25배 확대됐다. 그리고 1998년 이후엔 다시 반전돼 한국이 대미 상품수지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렇게 장기간 대한(對韓) 상품수지 적자가 심화됐던 미국으로선 한미 FTA로 불균형 개선을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적자규모가 증대돼 통상압력을 행사할 명분이 있는 셈이다. 2016년 미국의 대한 서비스수지 흑자 101억달러를 포함하더라도 경상수지는 약 120억달러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결과적 공정성 주장하는 美 vs 절차적 공정성으로 대응하는 韓

미국의 통상압력은 외환위기 이후 지속돼왔으나 최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에서 비롯된다. 2018년 한미 통상관계는 두 가지 사안으로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될 것이다. 하나는 한미 FTA 개정협상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피해 구제조치의 확대 적용이다. 미국이 올 초 열연강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이후 하반기엔 태양광 전지와 패널 및 세탁기에도 세이프가드의 발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반도체에 대해선 지식재산권의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한미 FTA 개정협상은 지난 10월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합의한 바에 따라 양국의 의회절차가 통과되는 대로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FTA 체결을 제안한 미국이 개정을 먼저 요구하는 근거는 발효 이후 5년간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가 확대됐다는 점이다.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한국의 주력수출품인 자동차와 그 부품, 개방도가 낮은 농축산물에 대한 개방을 가속화하거나 추가하라는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한미 FTA 규정과 이행절차, 결과에 대한 이해타산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규명하고 논의해 재합의하는 것이다. 미국의 공격 포인트는 교역의 결과적 공정성인 반면에 한국의 방어 포인트는 절차적 공정성이다. 무역의 이익(gains from trade)은 무역을 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무역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상대적 이익이므로 수출만이 아니라 수입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괄한다. 따라서 경제학 논리로 따지자면 규정과 이행절차가 공정하게 지켜진 한미 FTA는 설령 상품수지의 불균형이 있다 하더라도 교역의 이익이 창출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결과는 절차적 공정성뿐만 아니라 양국 기업들의 상대적 경쟁력, 소비자들의 소비성향, 전반적인 시장 운영체계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교역 자체의 불공정성을 단언하기는 어렵다. 통상협상 자체가 불공정한 경우도 있다. 식민 지배국과 피지배국의 협상이 전형적인 예다.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고려할 때 한미 FTA 자체가 트럼프의 발언대로 ‘끔찍한(terrible)’ 협상이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 표현은 오히려 결과적 공정성의 논리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하지만 통상 현실과 국민 정서는 원론적이지 않기 때문에 개정협상은 전략적 공방으로 우여곡절을 겪게 될 것이다.


통상교섭본부의 조직력 강화하고 전문성 높여야

미국의 통상압력은 치밀해지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도 미국은 레귤러 301조, 슈퍼 301조, 스페셜 301조 법규 등을 활용해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이나 무역장벽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하고 시장개방을 요구해왔다. 이를테면 덤핑행위 판정을 위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로잉(Zeroing;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은 경우는 덤핑 마진으로 산정하지만 수출가격이 오히려 높을 경우 마이너스로 계산하지 않고 ‘0’으로 계산해 덤핑 관세율을 높여 덤핑 피해액을 높게 계산하는 관행) 규정을 악용해왔으나 2012년 WTO에서 최종적으로 불공정하다고 판정함에 따라 최근에는 복잡하고 치밀한 방식으로 비관세장벽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관세법 502조 ‘불리한 가용 정보(AFA; Adverse Fact Available)’와 관세법 504조 ‘특별한 시장상황(PMS; Particular Market Situation)’의 적용이 대표적이다. 전자는 미국이 요구하는 정보를 외국 수출업체가 제시하지 못할 경우 해당 업체에 최대한 불리한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고, 후자는 미국 무역위원회가 피소 외국 업체의 자국 내 가격과 생산원가를 부인하는 재량권을 가질 수 있도록한 조치다.
내년 한미 통상협상 과정은 연말 미국의 중간선거와 맞물려 격렬한 공방이 오고 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한미 FTA 개정협상, 비관세장벽을 활용한 수입규제, 추가적인 시장개방의 통상압력을 3각축으로 해 우리를 치밀하게 압박해올 것이다. 상호 연계돼 있으면서도 별개로 작동할 것이다. WTO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1995~2016년 세계에서 무역기술장벽(TBT)을 가장 많이 통보한 국가이며 최근 더욱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파상공세를 방어하고 역공격할 다각도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다행히 6월과 11월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예봉을 피할 수 있었다. 특히 11월 정상회담에서는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압박 수위가 낮아서 긴장감을 약화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고도로 치밀한 상업적 협상술을 고려해보면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결코 과신해선 안 되며 오히려 더 경계해야 한다. 정상회담의 화기애애한 미소와 통상협상은 별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중 대규모 무기구입 약속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와는 별도로 통상협상팀은 업계와 일반 여론에 걸맞은 성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미 통상협상의 장단기 전략을 융합적으로 입체화해야 한다. 미국의 결과적 공정성이라는 주장에 맞서 절차적 공정성을 구체적이고 엄밀하게 입증해야 한다. 미국의 방대한 통상조직력과 정보력에 대응하기 위해선 우리 통상교섭본부의 조직력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NAFTA의 개정협상 속도를 감안해보면 한미 FTA 개정협상도 단기에 합의되긴 어려울 것이므로 긴 호흡으로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 개정협상이 우리 경제에는 중대한 영향을 끼치지만 미국의 경제규모에는 미미한 파급에 불과하므로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용 의사표시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우리 업계가 감지하는 수출 장애요소들을 구체화해 장단기적인 해외투자와 무역전략을 다양하게 융합해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첨부파일 특집-김태황.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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