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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경제에서 기업가경제로···기업가정신 갖춘 혁신가 필요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기업연구센터장2018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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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의 논의에서 ‘혁신’의 개념이 도입된 것은 불과 한 세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가와 구분해 기업가정신을 원동력으로 자본주의가 진화한다는 슘페터의 이론이 오히려 현재에 와서 사회·경제 분야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프레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슘페터 모형(Schumpeterian Model)은 기업가정신, 기업을 중심축으로 경제성장을 논한다. 기존 기술의 진부화와 시장에 진입하려는 신기술 사이에서 발생하는 창조적 파괴, 이로 인한 시장 내 자원의 재배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력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즉 내생적인 성장에 있어 ‘기업가정신’에 입각한 혁신의 추구를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정부의 역할도 기업의 혁신에 대한 동기부여로 보고 있다.
한편 슘페터가 성장의 중심축으로 제시한 ‘기업’은 연구개발 역량이 갖춰져 있고 조직 내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대기업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혁신적인 소기업이 시장에 진입해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지속적으로 창업과 중소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경제성장의 주체로서 중소기업이 부각됐다. 실제로 글로벌화에 따른 경쟁의 심화, 경기의 불확실성 증대, 유연생산 방식의 도입에 따른 조직 내에서의 규모의 경제효과가 적어졌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장점은 사라지고 있다.


‘기업가경제’의 등장…역동성·유연성이 동력,
실패는 실험적 활동의 결과

투릭(Thurik)은 기존의 경제성장 방식인 관리경제(Managed Economy)와 구분지어 기업가경제(Entrepreneurial Economy)를 제시한다(〈표〉 참조). 관리경제에서 성장은 안정성과 전문화, 동질성, 규모, 지속성에서 비롯되지만, 기업가경제에서 성장은 역동성, 다양성, 유연성과 변화가 그 동력이다. 즉 기업가경제에서는 규모보다 유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혁신이 촉발되고, 산업진보를 자극하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관리경제에서 기업의 실패는 부정적으로 여겨지며, 사회자본을 낭비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위험회피가 합리적인 활동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모험자본에 대한 투자활동이 위축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반면에 기업가경제에서 실패는 실험적인 활동의 결과로 인식된다. 즉 위험이 높은 외부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이기 때문에 전체 사회적인 학습의 일부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실행하는 데 수반되는 요인 중 하나다. 관리경제에서 기업가정신은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기업가경제에서의 기업가정신은 성장의 원동력이다.
기업가정신이 혁신성장에 영향을 주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기업가정신은 지식의 파급효과(spillover)를 창출한다. 지식의 파급은 경제성장의 투입요인으로서 대학과 같이 지식이 축적된 기관에서 기업가정신을 갖춘 인력과 기술이 확산되는 것이 주요한 성장의 메커니즘이다.
둘째, 중소기업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경쟁이 촉발되고, 이는 경제성장의 역동성으로 작동한다. 실제 지역 내에 기업의 수와 경쟁의 강도가 증가할수록 지역의 성장률은 증가한다.
셋째, 기업의 다양성 증가는 외부효과(externality)로 이어진다. 즉 한정된 지역 내에서 다양한 생산방식과 이질적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증가하면 다양성의 외부효과가 증가해 구성원들 간의 지식전달, 새로운 지식의 창출 가능성이 높아져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정부, 시장기회 창출하는 개척자 역할 해야
영국의 네스타(Nesta)는 2008년 금융위기가 그동안 진행된 혁신성장을 기존의 경제주체들이 따라잡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대응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개입 방향은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이나 긴축재정과 같은 재정적인 역할만이 아니라 혁신시스템 자체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들의 통합적 연계, 즉 경쟁정책, 세금정책, 교육시스템, 금융시스템, 연구개발 정책 간의 연계로 진행돼야 함을 지적한다.
한편 정부의 역할에 대해 민간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와해적이고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분야에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주목받고 있다. 경제학자 마주카토(Mazzucato)는 아이폰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기술이 NASA(미국항공우주국), DARPA(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 등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프로그램의 결과이고 달 착륙에 활용되던 기술이 최근의 그린 테크놀로지로 활용됐다는 점 등을 제시하며, 정부가 시장기회를 창출하는 개척자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혁신은 기본적으로 위험하고, 실패를 감수해야 이뤄진다. 따라서 혁신활동은 성공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우수성, 실패 가능성, 실패했을 경우에 중단해야 하는 정직함이 동일한 수준에서 추진돼야 한다. 즉 ‘실험적 혁신(experimental innovation)’을 지향해야 한다.
그런데 실험적 혁신은 기업가적 리더십과 도전정신이 있는 경우에 성립한다. 혁신을 추진해나갈 기업가정신을 갖춘 혁신가가 있어야 하며, 이들이 핵심이다. 혁신가에게 모든 아이디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혁신기업의 신제품에 대해 선도적인 소비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시장을 형성하고 시장 내 신규진입 기업에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정부 조달 금액의 일정 비율을 혁신제품에 할당하는 방식 등이 사례가 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민간이 수행하기 어려운 와해적이고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에 투자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미국의 SBIR(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중소기업혁신연구), DARPA의 사업으로부터 파생된 기술이 세계를 이끄는 기업의 초석이 되고 있음을 상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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